도연명(陶淵明,365~427)은 동진(東晋) 시대의 시인으로 중국 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시인 중의 한 사람으로 평가되며, 은둔자, 전원시인의 최고로 꼽힌다. 본명은 잠(潛), 자는 원량(元亮) 또는 연명(淵明)이다. 집안이 가난하여 생계를 위해 한때 관리생활도 하였으나 곧 그만두고 전원에서 은둔생활을 하며 수많은 전원시를 남겼다. 특히 술을 좋아하여 술과 관련한 시를 많이 지었으며, 관직생활을 그만두고 귀향하면서 지은 귀거래사(歸去來辭)와 전원생활을 노래한 귀원전거(歸園田居), 그리고 음주(飮酒) 시 등은 소식(蘇軾)을 비롯한 후세의 많은 시인들이 화운 하였고 우리나라의 선비들도 차운하였다. 여기서는 앞서 소개한 퇴계(退溪) 이황(李滉)의 화도음주 20수에 이어 귀거래사와 귀원전거 같은 화도시(和陶詩)를 원운(原韻)과 함께 소개한다.
歸去來辭 귀거래사 陶淵明 도연명
歸去來兮 귀거래혜
자, 돌아가자
田園將蕪胡不歸 전원장무호불귀
전원이 황폐해지려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
旣自以心爲形役 기자이심위형역
이미 스스로 정신을 육신의 노예로 만들었는데
奚惆悵而獨悲 해추창이 독비
어찌 홀로 슬퍼하며 상심만 할 것인가
悟已往之不諫 오이왕지불간
이미 지난 일은 고칠 수 없음을 깨달았고
知來者之可追 지래자지가추
앞으로는 바른 길 가는 것이 옳다는 것을 알았네
實迷塗其未遠 실미도기미원
흙탕길 헤맨 것은 사실이나 오래 되지 않았으니
覺今是而昨非 각금시이작비
깨닫고 보니 지금이 옳고 지난날은 옳지 않았네
舟遙遙以輕颺 주요요이경양
배는 가볍게 흔들리며 천천히 나아가고
風飄飄而吹衣 풍표표이취의
바람이 불어와서 옷깃이 휘날리는구나
問征夫以前路 문정부이전로
길손에게 남은 길이 얼마나 머냐고 물어보며
恨晨光之熹微 한신광지희미
새벽녘 희미한 빛을 한스러워하네
乃瞻衡宇 내첨형우
이윽고 고향집 처마가 보이니
載欣載奔 재흔재분
기쁜 마음에 급히 뛰어갔네
僮僕歡迎 동복환영
머슴아이들이 나를 반겨주고
稚子候門 치자후문
어린것은 대문에서 나를 맞이하네
三徑就荒 삼경취황
세 갈래 좁은 길은 황폐해졌지만
松菊猶存 송국유존
소나무와 국화는 아직도 꿋꿋하구나
携幼入室 휴유입실
어린아이 손잡고 방에 들어오니
有酒盈樽 유주영준
항아리엔 향기로운 술이 가득하네
引壺觴以自酌 인호상이자작
술 단지 당겨 스스로 잔에 따라 마시며
眄庭柯以怡顔 면정가이이안
뜰의 나뭇가지 곁눈질하며 웃음 짓는다
倚南窓以寄傲 의남창이기오
남쪽 창가에 기대어 의기양양해하니
審容膝之易安 심용슬지이안
무릎 하나 들일만한 집이지만 편안하고
園日涉以成趣 원일섭이성취
날마다 동산을 거니는 뜻을 이루었네
門雖設而常關 문수설이상관
문은 누가 달아 놓았지만 항상 닫혀있고
策扶老以流憩 책부노이류게
지팡이에 의지해 늙으며 되는 대로 쉬다가
時矯首而遐觀 시교수이하관
때때로 머리 들어서 먼 하늘을 바라보니
雲無心以出岫 운무심이출수
구름은 무심히 산골짜기를 돌아 나오고
鳥倦飛而知還 조권비이지환
날다 지친 새는 둥지로 돌아올 줄 아네
景翳翳以將入 영예예이장입
해가 지려하여 저녁 빛이 어두워지는데
撫孤松而盤桓 무고송이반환
한 그루 소나무를 어루만지며 서성이네
歸去來兮 귀거래혜
돌아왔노라.
請息交以絶遊 청식교이절유
청컨대 세상과의 교유를 끊고 쉬어야지
世與我而相違 세여아이상위
세상은 나와 서로 맞지를 아니하니
復駕言兮焉求 복가언혜언구
다시 벼슬길에 올라 무엇을 구하겠는가
悅親戚之情話 열친척지정화
친척들과 정답게 얘기하며 즐거워하고
樂琴書以消憂 낙금서이소우
책과 거문고를 즐기며 근심을 없애야지
農人告余以春及 농인고여이춘급
농부가 내게 봄이 왔다고 일러 주면
將有事於西疇 장유사어서주
서쪽 밭으로 나가 농사일을 하려네
或命巾車 혹명건차
혹은 장식한 수레를 부르고
或棹孤舟 혹도고주
혹은 한 척의 배를 저어서
旣窈窕以尋壑 기요조이심학
이윽고 고요한 골짜기를 찾기도 하고
亦崎嶇而經丘 역기구이경구
또한 언덕을 지나 험한 산을 넘으리라
木欣欣以向榮 목흔흔이향영
나무들은 생기 있고 즐겁게 자라나고
泉涓涓而始流 천연연이시류
샘물은 솟아나서 졸졸 흘러내리네
善萬物之得時 선만물지득시
만물이 때를 얻는 것을 부러워하며
感吾生之行休 감오생지행휴
나의 삶도 멀지 않았음을 느낀다
已矣乎 이의호
아, 이제 끝났구나
寓形宇內復幾時 우형우내복기시
이 몸이 세상에 있을 날이 얼마나 될까
曷不委心任去留 갈불위심임거류
어찌 마음과 거취를 섭리에 맡기지 않고
胡爲乎遑遑欲何之 호위호황황욕하지
어찌 허둥거리며 무엇을 욕심내는가
富貴非吾願 부귀비오원
부귀도 나는 바라지 않고
帝鄕不可期 제향불가기
죽어 신선이 되는 것도 기대하지 않네
懷良辰以孤往 회양진이고왕
좋은 때라 생각되면 혼자 가서
或植杖而耘耔 혹식장이운자
때로는 지팡이 세워 놓고 김을 매련다
登東皐以舒嘯 등동고이서소
동쪽 언덕에 올라서 휘파람을 불고
臨淸流而賦詩 임청류이부시
맑은 물 흐르는 곳에서 시를 지어야지
聊乘化以歸盡 요승화이귀진
조화를 타고 즐기다가 생명 다해 돌아가니
樂夫天命復奚疑 낙부천명복해의
대장부 천명을 즐길 뿐 무엇을 의심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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