飮酒 음주 其二十 陶淵明 도연명
羲農去我久 희농거아구
복희씨 신농씨 떠나간 지 오래되니
舉世少復真 거세소복진
온 세상에 진실 되찾는 이가 적구나
汲汲魯中叟 급급노중수
노나라의 공자님이 열심히 노력하여
彌縫使其淳 미봉사기순
미봉으로 세상을 순박하게 하려 했네
鳳鳥雖不至 봉조수부지
비록 봉새(태평성대)는 오지 않았지만
禮樂暫得新 예낙잠득신
예와 악은 잠시나마 새로워졌었네
洙泗輟微響 수사철미향
수사에서 미언의 울림이 끊어지니
漂流逮狂秦 표류체광진
흘러와 광기의 진나라에 이르렀네
詩書復何罪 시서복하죄
시서는 또 무슨 죄가 있어서
一朝成灰塵 일조성회진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되어 버렸나
區區諸老翁 구구제노옹
몇 안 되는 여러 노학자들이
為事誠殷勤 위사성은근
부지런히 정성으로 노력하였으나
如何絕世下 여하절세하
미언이 끊어진 지금 세상에는
六籍無一親 육적무일친
아무도 육경을 가까이하지 않네
終日馳車走 종일치거주
종일토록 수레를 몰아 달리면서도
不見所問津 부견소문진
나루터 묻는 것은 보이지가 않네
若復不快飲 약부불쾌음
만약 다시 즐겁게 마시지 않는다면
空負頭上巾 공부두상건
부질없이 머리 위의 건을 버림이라
但恨多謬誤 단한다류오
다만 많이 잘못될 것이 한스럽지만
君當恕醉人 군당서취인
그대는 응당 취한 사람 용서하겠지
※魯中叟(노중수) : 노나라의 늙은이, 즉 공자(孔子)를 말함.
※彌縫(미봉) : 일의 빈구석이나 잘못된 것을 임시변통으로 이리저리 꾸며 대어 맞춤.
※洙泗輟微響(수사철미향) : 수사는 수수(洙水)와 사수(泗水)로 모두 강 이름이다. 공자가 이 근처에서 제자들을 가르쳤으므로 즉 공자의 문하(門下)와 학풍을 지칭한다. 미언(微言)은 정미하고 오묘한 말이라는 뜻으로 곧 공자의 도학을 가리킨다. 『한서(漢書)』 「예문지(藝文志)」에 “중니가 죽고 나서 미언이 끊어졌다 [仲尼沒而微言絶].”라고 하였다.
※六籍(육적) : 육경(六經)과 같은 말. 중국의 여섯 가지 경서. 이에는 역경(易經), 서경(書經), 시경(詩經), 춘추(春秋), 악기(樂記), 예기(禮記)가 있다.
※問津(문진): 나루터를 묻는다는 뜻으로, 전하여 학문의 길로 입문(入門)하는 것을 말한다. 『논어(論語)』 「미자(微子)」에 “장저(長沮)와 걸닉(桀溺)이 밭을 갈고 있을 때 공자(孔子)가 지나가다가 자로(子路)를 시켜 나루터를 물어보게 하였다[長沮桀溺 耦而耕 孔子過之 使子路問津焉].”라는 말이 나온다.
和陶飮酒二十首 其二十 退溪 李滉
도연명의 음주 이십 수에 화답하다.
近代蘇雲卿 근대소운경
가까운 시대에는 소운경이 있었고
漢時鄭子眞 한시정자진
한나라 때는 정자진이 있었는데
遯迹意何如 둔적의하여
그들이 자취를 감춘 뜻이 무엇인지
聊欲還其淳 료욕환기순
그 순박한 뜻 들어봤으면 좋겠네
千歲如流電 천세여류전
천년이 번개처럼 흘러가니
萬事更故新 만사경고신
만사는 옛 것이 새것으로 바뀌네
伯夷本歸周 백이본귀주
백이는 본래 주나라로 가려했고
黃公竟避秦 황공경피진
황공은 결국 진나라를 벗어났네
古來英傑士 고래영걸사
옛날부터 영웅과 호걸과 선비는
終不墜風塵 종불추풍진
끝내 풍진에 떨어지지 않았는데
聖賢救世心 성현구세심
성현은 세상을 구하려는 마음으로
豈必夙夜勤 기필숙야근
어찌 꼭 하루 종일 근심해야 하나
卓哉柴桑翁 탁재시상옹
훌륭하신 시상 땅의 늙은이께서는
百世朝暮親 백세조모친
백세가 지나도 아침저녁으로 친밀하네
湯湯洪流中 탕탕홍류중
탕탕히 흐르는 큰 물속에서도
惟子不迷津 유자불미진
그대만이 나루터 찾아 헤매지 않네
同好陸修靜 동호륙수정
육수정도 한 가지로 좋아하지만
晩負廬山巾 만부려산건
늘그막에 여산의 두건을 썼구나
安得酒如海 안득주여해
어찌하면 바다만큼 술을 얻어서
喚起九原人 환기구원인
구원인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蘇雲卿(소운경): 남송 시데 사람으로 움막을 짓고 혼자서 살았는데 이웃에서 귀천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 그를 공경하여 그를 소옹(蘇翁)이라 불렀다 한다. 평생을 갈포(葛布)로 된 옷을 입고 짚신을 신고 살았다 한다.
※정자진(鄭子眞): 후한 때 은사(隱士) 정박(鄭樸). 자진(子眞)은 그의 자. 곡구(谷口)에 은둔하여, 청고(淸高)하게 살았는데, 그 후 곡구는 은자(隱者)가 사는 곳을 비유하는 말로 쓰였다.
※黃公(황공) : 황공은 진(秦)이 중국을 통일하자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었던 상산사호(商山四晧) 중의 하나인 최광(崔廣)을 말함. 최광은 최곽(崔廓)이라고도 하며, 일찍이 하리(夏里)에 은거하였던 적이 있어서 호를 하황공(夏黃公)이라 하였다.
※柴桑翁(시상옹): 시상 땅에 살았던 도연명(陶淵明)을 말함.
※陸修靜(육수정): 남조 송(宋) 시대 사람으로 자는 원덕(元德)이다. 일찍이 여산(廬山)의 간적관(簡寂觀)에서 도를 닦은 적이 있으며 정토종(淨土宗) 최초의 결사인 백련사(白蓮社)를 결성하였다. 도연명이 매우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여산건(廬山巾) : 산건(山巾)은 은거하며 지내는 도사들이 간편하게 쓰는 두건을 말하는데, 보통 은자의 비유로 많이 쓰인다. 여산건은 여산에서 은거한 중국 남송(南宋) 시대의 도사(道士) 육수정(陸修靜)을 뜻하며, 여기서는 만년에 송 명제(明帝)의 부름을 받아 황제의 융숭한 대접을 받다가 죽은 육수정의 처사를 못마땅하게 비유한 것임.
※구원인(九原人) : 구원은 원래 춘추시대 진(晉) 나라 경대부들의 묘지를 말하나 나중에는 일반 묘지의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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