陶淵明과 和陶詩

和陶淵明歸去來辭 (화도연명귀거래사) - 洪直弼 (홍직필)

-수헌- 2023. 10. 12. 14:22

和陶淵明歸去來辭   화도연명귀거래사     洪直弼 홍직필  

도연명의 귀거래사에 화운하다

 

余自勝冠 常懷藏密之願 視城闉如逆旅 而形格勢禁 罔克自遂 乙未五月 始定居于玄石江¹上 而距京都十里而近 氣象終是淺促 意思不能深遠 然比諸廁身闤闠 蒙世俗之塵埃 不翅脫樊籠而登槐嶺也 步陶柴桑²歸去來辭 寄懷於言

여자승관 상회장밀지원 시성인여역려 이형격세금 망극자수 을미오월 시정거우현석강상 이거경도십리이근 기상종시천촉 의사불능심원 연비제측신환궤 몽세속지진애 불시탈번롱이등괴령야 보도시상귀거래사 기회어언

나는 약관 시절부터 항상 은거하고자 하는 바람을 품고 있어서 도성 안에 사는 것을 오히려 여관에 묵는 것처럼 여겼으나 형세에 막혀서 스스로 이룰 수가 없었다. 을미년(乙未年, 1835) 오월, 처음으로 현석강 가에 거처를 정하니, 이곳은 서울에서 10리쯤 떨어진 곳으로 가까웠다. 기상이 끝내 얕고 모자라서 생각이 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저잣거리에 몸을 두고 세속의 티끌과 먼지를 뒤집어쓰는 것에 비하면 새장을 벗어나서 홰나무와 고개 위로 날아오르는 것과 같을 뿐만이 아니었다. 이에 도연명의 귀거래사 운을 따라 회포를 글에 부친다.

 

歸去來兮 귀거래혜

돌아가자

黃唐世遠吾何歸³ 황당세원오하귀

황당의 시대 아득한데 나는 어디로 돌아가야 하나

緬虛雲與亭日兮 면허운여정일혜

허공의 구름과 정자에 비친 햇빛처럼 아득하구나

撫身世而自悲 무신세이자비

이내 신세 어루만지며 절로 슬퍼지니

夫何我生之不遘兮 부하아생지불구혜

어찌 나의 인생은 좋은 세상 만나지 못했는가

仰先哲而焉追 앙선철이언추

선현을 우러르며 이에 따르려 하나

惟遵時而養晦兮⁴⁾ 유준시이양회혜

때를 존중하여 은거하며 기다려야지

不關人之是非 불관인지시비

사람들의 시비에 관여하지 않으려네

繄塗轍之已窮兮⁵⁾ 예도철지이궁혜

아아 법도는 이미 곤궁하여졌으나

臨玄澨而振衣 임현서이진의

현석강 물가에서 옷자락을 떨치려네

曰於止而知止兮 왈어지이지지혜

그쳐야 할 것을 알면 그쳐야 한다 하니

詠詩人之式微⁶⁾ 영시인지식미

시경의 식미 편을 읊노라

鶴向雲而孤飛兮 학향운이고비혜

학은 구름을 향해 외로이 날아가고

鹿望山而斯奔 록망산이사분

사슴은 산을 바라보며 달려가는구나

載得返于自然兮 재득반우자연혜

비로소 자연으로 돌아오니

泌洋洋於衡門⁷⁾ 필양양어형문

오두막집 앞으로 샘물이 넘쳐흐르네

心隨地而俱遠兮 심수지이구원혜

마음과 처지가 함께 세속에서 멀어지니

仍守身而身存 잉수신이신존

몸을 지켜서 자신을 보존해야지

施經濟於花鳥兮⁸⁾ 시경제어화조혜

경세제민하듯 꽃과 새들에게 베풀고

存燮理於杯罇⁹⁾ 존섭리어배준

음양의 이치를 다스림은 술에다 두어야지

居殷愁而隱約兮 거은수이은약혜

살아가며 크나큰 시름도 희미해지고

靜觀物而解顔 정관물이해안

만물을 조용히 지켜보며 얼굴을 펴노라

歘百齡之過半兮 훌백령지과반혜

나이가 문득 오십 줄을 넘어가니

要一枝之可安¹⁰⁾ 요일지지가안

나뭇가지 하나로 편안하길 바라네

爰影響之俱息兮 원영향지구식혜

이에 영향력이 모두 사라지게 되니

常晝掩乎荊關 상주엄호형관

사립문은 낮에도 항상 닫혀 있구나

望芝岫之孤雲兮 망지수지고운혜

검지산을 바라보니 구름 한 점 떴는데

<始興黔芝山 卽我考妣墓主山 而羅列眼前 시흥검지산 즉아고비묘주산 이라렬안전

시흥의 검지산은 바로 돌아가신 부모님의 묘소가 있는 산인데, 눈앞에 펼쳐 있다.>

長在目而遐觀 장재목이하관

멀리 바라보면서 오랫동안 서 있네

靖潛處而自得兮 정잠처이자득혜

고요히 은거하는 곳에 스스로 만족하니

絶求羊之往還¹¹ 절구양지왕환

구중과 양중마저도 왕래를 끊었구나

慕志行之居貞兮 모지행지거정혜

뜻과 행실이 바르게살기를 바라면서

終吾生以盤桓¹² 종오생이반환

이곳에서 서성거리며 나의 일생을 마치리라

 

歸去來兮 귀거래혜

돌아왔구나

謇誰與而翺遊 건수여이고유

아! 누구와 함께 돌아다니며 노닐까

攀孤松以爲友兮 반고송이위우혜

외로운 소나무에 의지해 벗을 삼고

聞鳴鳥而相求¹³ 문명조이상구

새소리 들으면서 서로 친구 찾아야지

時杖策而登臯兮 시장책이등고혜

때로는 지팡이 짚고 언덕에 올라서

聊相羊而寫憂 료상양이사우

마음 가는 대로 배회하며 시름 쏟아내네

種杞菊而峻茂兮 종기국이준무혜

구기자와 국화를 심으니 무성해지고

覽華實於園疇 남화실어원주

동산과 밭에서 꽃과 열매를 구경하네

槐庭起樓 괴정기루

홰나무 마당에 누각을 세우고

柳汀橫舟 류정횡주

물가 버드나무에 배를 비껴 매어두네

羌不易乎其樂兮 강불역호기악혜

아! 그 즐거움을 바꿀 수가 없으니

古與今如一邱¹⁴⁾ 고여금여일구

예나 지금이나 즐기며 삶은 같구나

視天地以蘧廬兮¹⁵⁾ 시천지이거려혜

천지를 잠시 머무는 여관으로 여기니

與上下而同流¹⁶⁾ 여상하이동류

덕업이 상하가 함께 흐르리라

付萬緣於禪忘兮 부만연어선망혜

버리고 물려줌을 모든 인연에다 맡겨서

定平生之行休 정평생지행휴

평생의 나아가고 그침을 정해야지

 

已矣乎 이의호

다 끝났구나

吾生有涯歸何時 오생유애귀하시

나의 생에 끝이 있으니 어느 때 돌아갈까

木食澗飮聊淹留 목식간음료엄류

나무 열매 먹고 시냇물 마시며 머물며 즐기네

縱不厭乎高深兮 종불염호고심혜

비록 높은 산과 물 깊은 곳을 싫지 않아도

復棲棲而焉之 부서서이언지

다시 어디로 가서 살겠는가

繽飄颻而袖擧兮 빈표요이수거혜

바람이 어지러이 불어 옷소매가 나부끼니

尋高契而難期 심고계이난기

좋은 벗을 찾기가 기약하기 어렵구나

慕前聖之遺風兮 모전성지유풍혜

성현들의 유풍을 흠모하면서

詎役知於耘耔 거역지어운자

어찌 지혜를 농사일에만 쓰겠는가

循聞道之初志兮 순문도지초지혜

도를 듣고 따르는 것이 처음의 뜻이니

勉說禮與敦詩 면설례여돈시

예를 말하는데 힘쓰고 시에 진력하노라

㑋修身以俟命兮 궁수신이사명혜

다소나마 몸을 닦아 천명을 기다리니

信蒼天而不疑 신창천이불의

푸른 하늘을 믿어 의심치 않노라

 

※玄石江(현석강)¹ : 지금의 마포구 현석동 앞을 흐르는 한강을 이른다.

 

※陶柴桑(도시상)² : 시상(柴桑)은 도연명이 출생한 곳으로 도시상(陶柴桑)은 도연명을 이른다.

 

※黃唐(황당)³ : 중국 삼황오제(三皇五帝)의 신화에서 오제(五帝)인 황제(黃帝)와 당요(唐堯;요 임금)를 말한다.

 

※養晦(양회)⁴⁾ : 시경(詩經)의 준양시회(遵養時晦)에서 온 말로 때를 따라 힘과 덕을 기르며 자신을 숨기며 기다린다는 뜻이다.

 

※塗轍(도철)⁵⁾ : 도철(塗轍)은 진흙길의 수레바퀴 자국이란 뜻으로 도리(道理)나 법도(法道)를 비유한다. 인륜에서는 부자(父慈) 자효(子孝) 등을 이른다.

 

※式微(식미)⁶⁾ : 쇠약하다는 뜻으로, 시경(詩經) 패풍(邶風)의 편명이다. 여(黎) 나라 임금이 위(衛)나라에서 더부살이[寓居]하고 있을 때, 그의 신하가 돌아갈 것을 권하면서. ‘쇠약하고 쇠약해졌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습니까. [式微式微, 胡不歸]’ 란 구절이 있는데 홍직필은 이를 인용하여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하였다.

 

※衡門(형문)⁷⁾ : 두 기둥에다 한 개의 횡목을 질러 만든 허술한 대문. 즉 허술한 오두막 옛집을 의미한다. 시경(詩經) 진풍(陣風) 횡문(衡門)에 ‘횡문 아래에서 느긋이 지낼 수 있네 샘물이 넘쳐흐르니 이 물 마시며 굶주림을 즐길 수 있네. [衡門之下 可以棲遲 泌之洋洋 可以樂飢 ]’라 하였는데, 이는 오두막에 은거하면서 스스로 즐거워한다는 의미이다.

 

※經濟(경제)⁸⁾ : 경제(經濟)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줄인 말로 세상을 경륜하고 백성을 구제하는 것이다.

 

※燮理(섭리)⁹⁾ : 섭리(燮理)는 음양을 고르게 잘 다스리다는 뜻이다.

 

※要一枝之可安(요일지지가안)¹⁰⁾ :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뱁새가 깊은 숲 속에 둥지를 짓고 살아도 나뭇가지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鷦鷯巢於深林, 不過一枝.]’라는 말을 인용하여, 자신의 오두막집을 비유한 것이다.

 

※絶求羊之往還(절구양지왕환)¹¹ : 후한(後漢) 때의 고사(高士)인 장후(蔣詡)가 두릉(杜陵)에 은거하면서 세 갈래 오솔길을 만들고는 오직 구중(求仲)과 양중(羊仲) 두 사람과 왕래한 고사가 있는데, 구중(求仲)과 양중(羊仲)마저 왕래를 끊을 만큼 찾아오는 친구가 없음을 말한다.

 

※盤桓(반환)¹² : 배회(徘徊)하며 떠나가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모양. 원운(原韻)인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도 ‘햇볕이 뉘엿뉘엿 지려 하는데, 외로운 소나무 어루만지며 반환하네. [景翳翳以將入, 撫孤松而盤桓.]’라는 구절이 있다.

 

※聞鳴鳥而相求(문명조이상구)¹³ : 시경(詩經) 소아(小雅) 벌목(伐木)에 “새들이 우는 것은 벗을 찾는 소리로다. 저 새도 서로 울면서 벗을 찾는데, 하물며 사람이 벗을 찾지 않는단 말인가. [嚶其鳴矣 求其友聲 相彼鳥矣 猶求友聲 矧伊人矣 不求友生]” 하였는데, 벗을 그리워함을 표현한 것이다.

 

※一邱(일구)¹⁴⁾ : 일구일학(一邱一壑). 세속을 떠나 풍류를 즐기며 만족하며 산다는 의미.

 

※蘧廬(거려)¹⁵⁾ : 임시로 엮은 초막으로 인생길에 잠깐 머물다 가는 이 세상을 말함. 전하여 지금의 여관이란 말과 같다. 장자(莊子) 천운(天運)에 ‘인의는 선왕의 거려이다. [仁義 先王之蘧廬.]’라는 말이 있다.

 

※與上下而同流(여상하이동류)¹⁶⁾ : 맹자(孟子) 진심 상(盡心上)에 ‘무릇 군자는 지나는 곳이 교화되고 보존한 것이 신령스럽고 상하가 하늘과 땅과 함께 흐른다. [夫君子 所過者化 所存者神 上下與天地同流 ]’고 하였는데, 주자는 집주(集註)에서 ‘이는 덕업이 성대하여 마침내 하늘과 땅의 조화와 함께 운행되어 온 세상을 단련하는 것이다. [是其德業之盛, 乃與天地之化, 同運並行, 擧一世而甄陶之.]’고 하였다.

 

*홍직필(洪直弼,1776~1852) : 조선후기 매산집을 저술한 학자. 초명은 홍긍필(洪兢弼). 자는 백응(伯應) 백림(伯臨), 호는 매산(梅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