陶淵明과 和陶詩

歸去來辭 (귀거래사) - 申欽 (신흠)

-수헌- 2023. 10. 4. 15:12

歸去來辭   귀거래사     申欽   신흠  

 

歸去來兮 귀거래혜

돌아가련다

恭承嘉惠得放歸 공승가혜득방귀

삼가 님의 은혜를 받들어 돌아가게 되었네

指松楸而棲息 지송추이서식

조상님의 무덤을 지키며 살게 된다면

瞻雨露而增悲¹ 첨우로이증비

우로지은을 보며 더욱 슬퍼지리라

何風樹之易搖 하풍수지역요

어찌 바람에 나무가 쉽게 흔들리겠는가

慨欲養而難追 개욕양이난추

봉양하고 싶어도 이룰 수 없어 슬프구나

況世運之將窮 황세운지장궁

하물며 세운이 어려워지려 하고 있으니

抑吾道之其非 억오도지기비

문득 내 가는 길이 잘못되고 있지는 않은가

曰余幼而修姱 왈여유이수과

이르기를 내 어린 시절은 아름답게 닦아서

初不志於食衣 초불지어식의

애당초 먹고 입는데 뜻을 두지는 않았는데

災固由於无妄 재고유어무망

뜻밖의 재난으로 날 그렇게 만들었으니

智豈慙於燭微² 지기참어촉미

촉미의 부끄러움을 어찌 알았을까

 

我行其蓬 아행기봉

내 방랑의 길을 돌아다니고

我馬其奔 아마기분

나의 말도 그 길로 달리다가

迨余未暮 태여미모

나 아직 너무 늦기 전에

返我衡門³ 반아형문

나의 형문으로 돌아왔다네

舍之則藏 사지칙장

집안에 곧 숨어 살면서

性成而存 성성이존

천성을 이루어서 보존하리라

霜松雪竹 상송설죽

소나무 대나무에 눈서리 내리면

藥爐瓢樽 약로표준

화로에 약 달이고 바가지로 술을 뜨리

欣外滑之去體⁴⁾ 흔외활지거체

바깥의 유혹을 몸에서 기쁘게 제거하고

守內景而住顏 수내경이주안

내경을 지켜서 늙지 않고 오래 살리라

彼鍾鼎兮何加⁵⁾ 피종정혜하가

저 부귀공명이 무슨 보탬이 되랴

處環堵而猶安⁶⁾ 처환도이유안

환도에 살아도 편안하기만 한 것을

山逶迤而成峽 산위이이성협

산은 구불구불 비탈져서 골짝을 이루고

水汩㶁而繞關 수율괵이요관

물은 콸콸 흘러서 집을 감돌아 가는데

謇左圖而右書 건좌도이우서

왼편에는 그림을 오른편엔 책 쌓아 두고

函萬象而靜觀 함만상이정관

만상을 지니고 고요히 완상 하려네

逖三古之淳風 적삼고지순풍

저 먼 옛날의 순박하던 풍속을

孰挽回而復還 숙만회이부환

누가 만회하여 돌이킬 할 수 있을까

懷紆軫其未舒⁷⁾ 회우진기미서

비통하고 우울한 마음을 펼치지 못하여도

尙意氣之桓桓 상의기지환환

오히려 의기만은 아직도 꿋꿋하다네

 

歸去來兮 귀거래혜

돌아가련다.

亦奚慕乎遠遊 역해모호원유

또 어찌 아득한 벼슬을 그리워할까

闃一室而自娛 격일실이자오

고요한 방 하나에서 스스로 즐기면서

我於世兮焉求 아어세혜언구

세상에서 나는 무엇을 바랄 것인가.

矢樂天而無渝 시악천이무투

자연을 즐기며 변치 말 것을 맹세했기에

曾不懼而不憂 증불구이불우

이에 두려워하지도 않고 걱정도 않았네

文拘羑而演易⁸⁾ 문구유이연역

문왕은 유리옥에 갇혀 주역을 만들었고

箕爲奴而闡疇⁹⁾ 기위노이천주

기자는 종의 신분으로 홍범구주를 밝히지 않았나

爰命僕夫 원명복부

이에 하인들에게 명하여서

爰駕我舟 원가아주

내 배를 타고 건너가리라

値春和而景明 치춘화이경명

화창한 봄이 되어 경치가 밝아지면

蔚卉木之賁丘 울훼목지분구

아름다운 초목들이 언덕을 장식하겠지

知物我之無間 지물아지무간

만물과 내가 틈이 없음을 알고

與天地而同流 여천지이동류

천지와 더불어 흐름을 함께 하리라

嗟量己之已審 차량기지이심

내가 나를 분명히 알았으니

分則甘於歸休 분칙감어귀휴

분수에 맞추어서 돌아가 쉬어야지.

 

已矣乎 이의호

그만두어야지

百世在後寧可誣 백세재후녕가무

백세 뒤를 어떻게 속일 수 있으며

古哲往矣那能留 고철왕의나능류

가버린 옛 철인을 어떻게 기다릴 수 있나

胡爲乎舍此欲他之 호위호사차욕타지

어찌하여 이곳을 두고 다른 데로 가려는가

涉世乏良謨 섭세핍량모

세상살이에 좋은 계책이 없어도

藏身有素期 장신유소기

몸 간직하는 데는 평소 마음 둔 바 있다네

唯藝善而種學 유예선이종학

오직 선을 심고 학문을 씨 뿌려서

冀日耘而日耔 기일운이일자

날마다 김을 매고 북돋우길 바라네

伊良貴之誰爭 이량귀지수쟁

이 좋고 귀한 것을 누구와 다투랴

喜女績而男詩 희녀적이남시

여인 길쌈하고 사내 시를 즐기는 것을

庶大者之先立 서대자지선립

바라건대 큰 계획부터 먼저 세워 두어야

免他岐之然疑 면타기지연의

다른 갈림길 보고도 의심하지 않으리라

 

※雨露(우로)¹ : 우로지은(雨露之恩)에서 온 말로 비와 이슬이 만물을 기르는 것처럼 은혜가 골고루 미침을 의미한다. 여기서는 조상님의 은혜를 의미한다.

 

※燭微(촉미)² : 희미한 촛불이라는 의미이나, 자신의 존재가 미미함을 비유한 듯하다.

 

※衡門(형문)³ : 두 기둥에다 한 개의 횡목을 질러 만든 허술한 대문. 즉 허술한 옛집을 의미한다.

 

※外滑(외활)⁴⁾ : 외부의 방해나 유혹이라는 뜻. 장자(莊子) 달생(達生)에 경(慶)이라는 목수[梓]가 나무를 깎아 거(鐻)라는 악기를 만들었는데, 노나라 임금[魯侯]이 어떤 기술로 만들었는지 묻자 경(慶)이 ‘7일간 재계하면 사지(四肢)와 육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조차 잊습니다. 조정의 권세도 마음에 없기 때문에 기술이 전일(專一)하게 되고, 방해가 완전히 소멸됩니다. [齊七日輒然忘吾有四枝形體也 當是時也 無公朝 其巧專而外滑消]’라고 대답한 데서 온 말이다.

 

※鍾鼎(종정)⁵⁾ : 종명정식(鐘鳴鼎食). 즉 큰 솥에다 밥을 하고 종을 쳐서 식구들을 모아 식사하는 부유한 집을 말함. 또는 종명이정(鐘銘彛鼎)으로 종과 솥에다 국가에 대한 큰 공적을 새겨 후세에 전하는 것을 말함. 따라서 부귀공명(富貴功名)을 의미함.

 

※環堵(환도)⁶⁾ : 흙담으로 둘러싸인 좁은 집. 가난한 집.

 

※紆軫(우진)⁷⁾ : 마음이 비통하고 우울함.

 

※文拘羑而演易(문구유이연역)⁸⁾ : 유(羑)는 유리(羑里)로 지명인데, 주 문왕(周文王)이 유리에 위치한 감옥에 갇혔을 때 주역을 만들었다 한다.

 

※箕爲奴而闡疇(기위노이천주)⁹⁾ : 기(箕)는 기자(箕子)를, 주(疇)는 홍범구주(洪範九疇)를 말하는데, 서경(書經)에 의하면 기자(箕子)가 무왕(武王)의 질문을 받고, 세상을 다스리는 아홉 가지 큰 규범인 홍범구주(洪範九疇)의 연원과 전수 및 효용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한다.

 

*신흠(申欽,1566~1628) : 조선시대 예조참판, 자헌대부, 예조판서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경숙(敬叔), 호는 현헌(玄軒) 상촌(象村) 현옹(玄翁) 방옹(放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