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溟大師의 충절과 詩

四溟大師에 대한 칭송시(稱頌詩)1

-수헌- 2020. 8. 3. 14:18

이번에는 당시 사명대사(四溟大師)의 인품에 대하여 조정을 비롯하여 대소 관원들과 여러 계층에서 어떻게 평하였는가를 살펴보려고 한다.

일본으로 도해하라는 선조의 분부를 받들고 수개월 동안 서울에 체재하고 있던 사명대사는 서울의 학사대부(學士大夫)들에게 일본에 보내는 소감을 물었다.

서울의 재상 여러분께 도해시를 삼가 청합니다 (謹奉洛中諸大帝乞渡海詩: 근봉락중제대제걸도해시) 라는 시를 써서 돌렸는데 이때 지은 시가 많이 있었다 하나 그 일부만이 지금 전해지고 있는데 이러한 시에서 표현되어 있는 말을 음미함으로써 당시 여러 계층에서 사명대사를 어떻게 평하고 있었는가를 상고해 보고자 한다.

 

(1) 이항복(李恒福: 1556년~1618년)

- 자는 자상(子常), 호는 백사(白沙)· 필운(弼雲), 영의정을 지냈으며 오성대감이라 불린다.

 

尺劔初揮雲水間 척검초휘운수간

큰 칼을 운수(雲水)간에 비로소 휘두르니

威名藉甚鍾楡關 위명자심종유관

위명이 종유관(鍾楡關)에 높이 떨쳤네

腥塵裁歇扶桑海 성진재헐부상해

전쟁이 겨우 멎자 다시 부상바다 건너니

歸夢旋催楓岳山 귀몽선최풍악산

풍악산에 돌아갈 꿈은 깨어지고 말았구나

勳業不煩三箭定 훈업불번삼전정

삼전(三箭)을 쓰지 않고도 훈공(勳功)을 세우고

行裝終付一筇還 행장종부일공환

행장은 언제나 지팡이 하나만 짚고 돌아오네

他年萬二千峯裏 타년만이천봉리

언젠가는 금강산 일만 이천봉 속에서

半日忙中半日閑 반일망중반일한

반나절은 바쁘고 반나절은 한가히 지내소서

 

※ 사명대사는 화살이나 창이나 칼 따위로 번거롭게 싸우지 않아도 큰 공을 세우며, 언제나 죽장 하나로 돌아올 뿐 어떠한 보수도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다.

부상(扶桑)은 해가 뜨는 동방에 있다고 하는 신성한 뽕나무를 말함. 따라서 신성한 임무로 먼 동해바다를 건넌다는 뜻

 

(2) 이덕형(李德馨; 1561년~1613년)

- 선조조의 중흥공신. 자는 명보(明甫) 호는 한음(漢陰)

 

風塵擾擾未休兵 풍진요요미휴병

난리가 어수선하여 군사는 쉬지 못해도

草木欣欣又向榮 초목흔흔우향영

초목은 철을 만나 다시 무성하구나

猛士遲回猶惜死 맹사지회유석사

날랜 용사도 죽음 두려워 머뭇거리는데

老禪奔走獨傷情 노선분주독상정

늙은 선사(禪師) 홀로 분주하게 애를 쓰네

固知忠節驚人世 고지충절경인세

세상을 놀라게 한 충절은 알고 있었으나

能使倭奴識姓名 능사왜노식성명

대사의 성명은 왜놈들도 능히 알게 하였다

會待功成飛錫去 회대공성비석거

공을 세우고 돌아와 석장을 날려 돌아가면

故山松月十分明 고산송월십분명

고향 산의 솔과 달은 더욱 밝으리라

 

한음문고(漢陰文稿)에는 이덕형이 지은 「일본으로 가는 송운을 보내다」라는 시가 있어 소개한다.

 

送松雲赴日本  송송운부일본

일본으로 가는 송운을 보내다

紛紛蛙坎自爲多 분분와감자위다

어지럽고 험난함은 저절로 많아질텐데

誰識搏風九萬賖 수식박풍구만사

구만리 바람 치는 대붕을 누가 알리요

道可適機心要細 도가적기심요세

가시는 길 세심한 주의 해도 위태로우나

言能驚俗氣須和 언능경속기수화

세상이 놀랄 말로 반드시 화해 이루리

此間有味無人會 차간유미무인회

여기 맛난 음식 있어도 모일 사람 없으니

難處輸君與世誇 난처수군여세과

험난한 곳에 그대 보냄은 세상의 자랑일세

記得老師廻棹日 기득노사회도일

뜻 이루고 노스님이 배 저어 돌아오는 날

盡傳殊域伏降魔 진전수역복강마

요마(妖魔)의 항복받았다고 세상 끝까지 전하리

 

※ 이 시는 당시 일본에 갈 사람은 사명대사 이외에는 없었다는 것과 속세를 놀라게 하는 그

말로써 왜적의 항복을 넉넉히 받아 오리라는 것을 격려한 것이다.

 

(3) 이정귀(李廷龜; 1564년~1635년)

- 자는 성징(聖澂) 호는 월사(月沙) 인조 6년에 우의정에 올라 이어 좌의정이 되었다. 신흠(申欽)·장유(張維)·이식(李植)과 함께 조선중기의 사대문 장가라 일컫는다.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爲尋支遁隱 위심지둔은

지둔이 숨은 곳을 찾으려 했으나

扶杖遠相過 부장원상과

지팡이 짚고 서로 멀리 지나쳤네

白社懸燈淨 백사현등정

백사에 등을 다니 정결하고

青山啼鳥多 청산제조다

푸른 산에는 우는 새도 많도다

飛泉響樹抄 비천향수초

폭포 소리는 나무 끝에 울리고

清磬出岩阿 청경출암아

경쇠 소리는 바위틈에서 맑게 울리네

雲物皆鄉思 운물개향사

운물(경치)은 모두 고향생각나게 하는데

其如歸未何 기여귀미하

스님은 돌아가지 못하니 어찌 하리오

 

지둔(支遁); 동진 시대의 고승

백사(白社): 흰 띠(白茅)로 지붕을 덮은 집. 즉 옛날 은사(隱士)의 집을 말함

 

(4) 이산해(李山海, 1539년 ~ 1609년).

- 의정부 우의정을 지낸 조선 중기의 문신, 정치인, 시인이며 성리학자, 교육자, 화가이다. 자(字)는 여수(汝受), 호는 아계(鵝溪)·종남수옹(終南睡翁)·죽피옹(竹皮翁)·시촌거사(枾村居士).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三十年前靑眼契 삼십년전청안계

30년 전 청안(靑眼)으로 맺은 인연

九重天上紫泥榮 구중천상자니영

구중(九重)에서 자니(紫泥)의 영예가 내렸네

松因獨秀能全節 송인독수능전절

솔은 홀로 빼어나 절개를 온전히 하고

雲自閑飛却有情 운자한비각유정

구름은 절로 한가히 날아 정이 있구나

休道出家無事業 휴도출가무사업

출가한 스님은 할 일 없다 말하지 말라

不應殉國爲功名 불응순국위공명

공명 얻으려 나라에 몸 바친 것 아니로다

秋風杖錫關東路 추풍장석관동로

가을바람 속 관동 길에 석장을 짚고

好向山中弄月明 호향산중농월명

산속으로 가시어 밝은 달을 구경 하소

자니(紫泥) : 고대에 진흙으로 서신(書信)을 봉하고 인장을 찍었는데 황제의 조칙은 자색 진흙으로 봉했던 데서 온 말로, 여기서는 사명대사를 절충장군에 임명하는 조칙을 뜻한다.

※ 셋째행의 솔[松]과 넷째행의 구름[雲]은 사명대사의 호인 송운(松雲)을 의미한다.

 

(5) 이수광(李粹光; 1563~1628).

- 호는 지봉(芝峰), 도승지·대사간 ·공조· 이조판서를 역임하고 임진왜란 전후 여러 차례 주청사로 왕래하여 우리나라 최초로 서학(西學)을 도입했으며 지봉유설(芝峰類說)을 지어 실학 발전의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盛世多名將 성세다명장

성세에 이름난 장수가 많지만

奇功獨老師 기공독로사

특별한 공은 송운노사(松雲老師) 뿐이네

舟行魯連海 주행로련해

배는 노련(魯蓮) 바다를 건너고

舌騁陸生辭 설빙육생사

혀는 육생(陸生)의 말을 닮았구나

變詐夷無厭 변사이무염

오랑캐는 속이는 꾀가 한이 없으니

羈摩事恐危 기마사공위

오랑캐 달랠 일 위태할까 두렵구나

腰間一長劔 요간일장검

허리에 찬 한 자루의 장검은

今日愧男兒 금일괴남아

오늘날 남아들이 부끄럽구나

 

※ 이수광은 이 시에서 당시 이름난 장수가 많았으나 공도 사명대사가 홀로 세우고, 살아서 돌아오지도 못할 것 같은 현해탄을 건너가서 왜를 굴복시키고 돌아올 것이니 소위 장수라는 자들로서는 부끄러운 일이라 한 것이다.

 

노련(魯蓮): 전국시대 제나라의 의사(義士)인 노중련(魯仲蓮). 조(趙). 위(魏)가 진(秦)을 높여 황제라 일컫게 하려는 것을 반대하여 동해에 숨어서 일생을 마쳤는데 이 동해를 지금도 노련해라 한다. 여기서는 현해탄(玄海灘)을 노련 바다에 비한 것이다.

육생(陸生): 한대(漢代)의 초(楚) 나라 사람 육가(陸賈). 한고조를 쫓아 천하를 평정하고 남월왕(南越王) 위타(慰陀)를 회유하여 그 공으로 대중대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