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해서 사명대사(四溟大師)는 1604년 7월 한양을 떠나 일본으로 갔다가 1605년 5월 조선인 피로인 3,500여 명을 데리고 부산으로 돌아온다. 조선 조정은 사명대사가 일본에 가 있는 동안 전혀 그 행적을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는 본토로 건너갔는지 여부와, 도쿠가와(德川家康)와의 회담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1605년 5월 12일 대마도주 평의지(平義智)의 서신을 받고서야 알았다고 한다. 이때는 이미 사명대사도 거의 부산에 도착했을 무렵이니 사명대사가 얼마나 고군분투했는지를 알 수 있다.
사명대사는 5월에 귀국후 6월 초에 조정에 복명하고, 그해 10월 그믐께 묘향산에 들어가서 일본으로 가기 전에 입적한 스승 서산대사의 상(喪)을 뒤늦게 수제(守制) 하였다. 이후 경술(1610)년 8월 26일 해인사 홍제암에서 입적하셨다.
贈倭僧兼用旅情 증왜승겸용여정
왜승에게 주려고 나그네 회포를 쓰다
春去芳菲綠滿庭 춘거방비록만정
봄은 가고 꽃다운 풀 뜰에 가득 푸른데
舊遊松栢夢中青 구유송백몽중청
예전에 놀던 송백은 꿈속에서 푸르구나
遙知萬二千峯夜 요지만이천봉야
멀리서 생각하니 만 이천 봉우리 밤에는
海月依前照玉屏 해월의전조옥병
해월이 예와 같이 옥 병풍처럼 비치 우리
深院怊悵閉小庭 심원초창폐소정
깊은 절 작은 뜰이 닫혀 마음이 섭섭하고
客愁春盡草青青 객수춘진초청청
봄 지나고 풀 푸르니 나그네 시름에 젖네
等閑得此飛來句 등한득차비래구
우연히 온 글귀를 얻어 등한히 여겼으나
吟罷相思倚錦屏 음파상사의금병
읊고 나서 금병에 기대 서로 그리워하네
夢見友人 몽견우인
꿈속에 벗을 보고
一自昌黎泉下歸 일자창려천하귀
창여(昌黎) 선생이 돌아가신 이후로
太顚相識世間稀 태전상식세간희
태전을 알아줄 사람이 세상에 드물구나
扁舟一入天池外 편주일입천지외
조각배로 천지 밖에 한번 나가니
怊悵無人寄遠衣 초창무인기원의
멀리 옷 부쳐 줄 사람 없어 슬프구나
※ 昌黎(창여) : 중국 唐代(당대)의 文人(문인)으로 唐宋 八大家의 한 사람인 韓愈(한유), 昌黎先生이라 불리며 字는(자) 退之(퇴지)이다.
※ 太顚(태전) : 韓愈(한유)와 동시대 중국 변방 조주(潮州) 지역의 고승인 태전선사(太顚禪師, 732~824). 유학(儒學)의 거두이며 조주자사(潮州刺史)인 한유(韓愈)가 태전선사를 타락시켜 불교가 하찮은 것임을 밝히려고, 젊고 이쁜 홍련(紅蓮)이라는 기생에게 태전선사를 100일 내에 파계(破戒) 시키라는 명을 내렸으나 오히려 홍련이 감화되고, 태전선사가 홍련에게 써준 게송에 한유도 감화되어 불자가 되었다는 일화가 있다.
次 承兌韻 차 승태운
승태의 운을 따라
故國別經歲 고국별경세
고국을 떠난 지 해가 지나도
遠游天一隅 원유천일우
멀리 하늘 끝에 놀고 있구나
無心窮勝覽 무심궁승람
명승지를 보고 싶은 마음 없지 않은데
有客勸提壺 유객권제호
손님이 술병 들고 놀러 가자 권하네
翫月期王老 완월기왕로
달구경은 왕로(王老)와 기약하고
登山擬子湖 등산의자호
산에는 자호(子湖)와 함께 오르네
沙彌開茗玩 사미개명완
사미가 찻잔을 들고 오니
胡伯展團蒲 호백전단포
호백은 돗자리를 펴는구나
法妙東州一 법묘동주일
법묘는 동주의 제일이요
詩工北野俱 시공북야구
시 공부는 북야와 함께 하네
庭臺滿芝蕙 정대만지혜
뜰에는 지초와 혜초가 가득하여
歲晚作懽娛 세만작환오
세밑에 즐거움을 삼도다
不借三光映 불차삼광영
삼광(해·달·별)의 빛을 빌리지 않고도
常看五色珠 상간오색주
항상 오색 구슬을 볼 수 있네
知君有眞趣 지군유진취
그대 참된 풍류 있음을 안다면
神袍返清都 신포반청도
신포(神袍)를 입고 청도(신선 사는 곳)에 돌아가리
別仙巢 별선소
선소와 이별하며
聞飽聲名已十年 문포성명이십년
그대 이름 익히 들은 지 이미 십 년인데
浮雲聚散却悽然 부운취산각처연
뜬 구름처럼 만났다 헤어지니 못내 슬프구나
禪窓雨過花如霰 선창우과화여산
선창(禪窓)에 비 지나니 꽃은 싸락눈 같고
客舍春深柳似煙 객사춘심류사연
객사에 봄 깊으니 버들은 연기 같네
人事每違眞夢幻 인사매위진몽환
사람 일 매양 어긋나니 참으로 꿈같은데
浮生一會好因緣 부생일회호인연
떠도는 생 한번 만남도 좋은 인연이로다
他時倘遂重遊計 타시당수중유계
다른 날 다시 만날 기약 있다면
皓月金沙奏没絃 호월금사주몰현
달 비친 금모래 위에 줄 없는 거문고나 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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