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溟大師의 충절과 詩

四溟大師에 대한 칭송시(稱頌詩)3

-수헌- 2020. 8. 17. 21:04

莫道廟堂三老在 막도묘당삼로재

묘당에 삼로(三老)가 있다 말하지 말라

安危都付一僧歸 안위도부일승귀

국가의 안위(安危)는 한 중에 달려있다.

이 시구(詩句)는 일월록(日月錄)에 있는 것을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에 수록한 것이라 하는데, 지은이가 누구인지는 모르나 당시뿐만 아니라 임진란 이후 유림 간에 회자되던 시구(詩句)인 듯하다. 이 한 시구만 보더라도 당시 사명대사의 명망이 얼마나 떨치고 있었는가를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지금까지 소개하고 또 오늘 소개할 당시 명사들의 사명대사 칭송시는 모두 사명대사(四溟大師)분충서난록(奮忠紓難錄)에 수록되어 있는데, 어느 시이거나 대략 그 뜻은 당시 현해탄만 건너면 돌아오지 못할 줄만 알고, 또 중[僧]을 보내기는 싫어도 위태로운 길을 갈 사람이 없으므로 부득이 사명대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는 사실을 짐작케 한다. 사명대사의 지혜와 담력이 왜를 굴복시키고 돌아올 것이라는 것과, 사명대사는 할 일을 다하는 것으로써 만족하고 그밖에 아무것도 구하는 것이 없고 언제든지 지팡이 하나만 짚고 돌아온다는 것을 한결 같이 나타내고 있다.

난세에는 영웅이 난다고 한다. 임진란 때 충무공 이순신(李舜臣) 장군과 사명대사는 분명 국난을 구한 영웅임에 틀림없다. 당시 사명대사가 임진란 이후 일본과의 엄중한 관계를 단신 외교로써 풀고, 이후 약 300년 가까이 일본과 평화관계를 유지하게 했는데, 요즘처럼 일본과의 꼬이고 또 꼬인 관계를 풀 당시의 사명대사 같은 이는 정녕 없는 것일까?

 

(9) 조회일(趙希逸; 1575년~1638년)

- 자는 이숙(怡叔), 호는 죽음(竹陰) 또는 팔봉(八峰). 선조 34년에 진사가 되고 이듬해 문과에 급제하였으며, 서화에 뛰어나고 시문에 능했다.

 

五臺山中何所有 오대산중하소유

오대산 가운데 계신 분이 누구인가

松下白雲如白羽 송하백운여백우

솔 아래 흰 구름이 백우선 같구나 (제갈량의 白羽扇)

師占松雲以自號 사점송운이자호

대사는 스스로 호를 송운(松雲)으로 삼으니

松雲亦與師有素 송운역여사유소

솔과 구름 또한 대사와 뜻을 같이 하리라

鉢能莊龍杖解虎 발능장룡장해호

용처럼 장엄하여 지팡이로 범을 없애고도

高臥不出山前路 고와불출산전로

높이 누워 산 앞길로 나오지 않았네

底事往來戎馬間 저사왕래융마간

전쟁 중에 나라일로 열심히 왕래하여

縱跡逼仄勞心官 종적핍측로심관

몸과 마음은 항상 고달프고 피로했으리

達者所見不規規 달자소견불규규

달자가 볼 때 꾀도 책략도 없이

坐穴一榻徒爾爲, 좌혈일탑도이위

너희들은 책상머리에 앉아 구멍만 파고 있구나

廟堂豈無制勝算 묘당기무제승산

묘당에서는 어찌 이길 계책을 만들지 못하여

師有異術聊試之 사유이술료시지

스님의 술책에만 의지하려 하는가

萬里風飄掣滄海 만리풍표체창해

바람에 끌려 만 리 창해를 건너가서

雲衲欲拂扶桑樹 운납욕불부상수

구름 속에서 중이 부상(扶桑)나무를 흔들고자 하네

師曾氣壓虜萬衆 사증기압로만중

스님의 기염은 일찍이 많은 적을 눌렀고

白刃交前色不動 백인교전색부동

번쩍이는 칼로 싸워도 얼굴빛이 변치 않네

弘辯今憑一麈尾 홍변금빙일주미

널리 좋은 말로 이제 주미(麈尾)를 한번 휘두르면

國勢應措九鼎重 국세응조구정중

나라 형세를 구정(九鼎) 보다 무겁게 하리라

佇聞談鋒破兇膽 저문담봉파흉담

들어보니 날카로운 말로 적의 간담을 놀라게 하여

偃彼甲兵長不用 언피갑병장불용

저들의 갑병(甲兵)을 쓰러뜨려 영원히 못쓰게 하리라

青松尚保歲寒姿 청송상보세한자

푸른 솔은 추운 겨울에도 자태 변하지 않으니

白雲堪臥師早歸 백운감와사조귀

스님 일찍 돌아와 흰 구름에 누우시오

 

주미(麈尾): 큰 사슴의 꼬리를 매달아 만든 총채 모양의 도구. 스님이나 청담가(淸談家)들이 즐겨 사용했음.

 

(10) 이 우(李瑀; 1542년~1609년)

- 자는 계헌(季軒), 호는 옥산(玉山). 율곡 이이(栗谷 李珥)의 아우이다. 명종22년 진사시에 합격, 어머니 사임당(師任堂) 신씨의 예술적 재능을 이어받아 시, 서, 화, 금(琴)에 능하였고 특히 글씨에 뛰어나 깨알에 거북귀(龜) 자를 쓰고 콩알 양편에 오언절귀를 썼으나 필법이 어긋남이 없었다 한다.

 

瀛海東風別遠公 영해동풍별원공

바다 동쪽 바람에 공을 멀리 보내니

楚雲吳月夢西峰 초운오월몽서봉

초운과 오월이 서쪽 봉우리에 흐릿하네

師乎知我相思否 사호지아상사부

나를 알아주고 생각해주는 스님이여

莫惜松窓一札封 막석송창일찰봉

솔창에서 편지 한 장 아끼지 마소서

 

耿耿丹心不顧身 경경단심불고신

나라 위한 일편단심(一片丹心) 몸을 돌보지 않고

秋風一葦沂天津 추풍일위기천진

가을바람에 한 조각배로 하늘 가로저어가네

可憐萬里滄溟月 가련만리창명월

만 리 푸른 바다에 가련히 비치는 달

分照孤山臥病人 분조고산와병인

외로이 산에 누운 병자도 나눠 비쳐 주소서

 

 

(11) 임 전(任錪; 1560~1611)

- 자는 관보(寬甫) 호는 명고(鳴臯).

선조 때 사마시(司馬試)에 합격, 임진왜란 때 강화에 주둔한 창의사 김천일(金千鎰)의 휘하에 들어갔으며, 시명이 높았다.

 

鶴書天上飛 학서천상비

학서(鶴書 임금이 부르는 글)가 하늘에서 날아와

金剛訪名釋 금강방명석

금강산의 이름난 중을 찾았도다

瑞花自明滅 서화자명멸

서화(瑞花)가 절로 반짝이는 곳에서

果得鳩摩什 과득구마십

과연 구마라집(鳩摩羅什)을 얻었도다

堨來遊行宮 알래유행궁

기운차게 와서 궁궐에 나아가서

君王許朝謁 군왕허조알

조정에서 임금을 알현하였네

是時猰貐滿 시시갈투만

때는 얼룩개들이 교만하여서

三都日流血 삼도일류혈

삼도(三都)에는 날마다 피가 흘렀도다

煩腦固已脫 번뇌고이탈

번뇌는 이미 확고히 벗어났으니

慈悲豈虚擲 자비기허척

어찌 헛되이 자비를 베풀겠는가

舉手揮金椎 거수휘금추

손을 들어 쇠망치를 휘두르니

英聲自此發 영성자차발

뛰어난 명성이 절로 생겨나네

虎穴既平蕩 호혈기평탕

호랑이 굴을 이미 평탕 하고 나니

魔言亦凋歇 마언역조헐

요사한 말 또한 시들어 없어졌네

功成身不居 공성신불거

몸은 없어도 공을 이루고

隱現任所適 은현임소적

마음대로 적소에 숨었다 나타났다 하니

遂令空門人 수령공문인

드디어 공문(空門= 佛門)인의

藉藉仰高跡 자자앙고적

높은 자취를 우러러 보게 되었네

 

南風久不競 남풍구불경

남풍도 오랫동안 넘지 못할 만큼

鳥嶺高催嵬 조령고최외

새재(鳥嶺)는 험하고도 매우 높은데

長程一千里 장정일천리

머나먼 천리 길을

飛錫飄然來 비석표연래

석장을 날리며 표연히 달려왔네

縱横制勝算 종횡제승산

종횡으로 승산을 마련하니

酒酣正徘徊 주감정배회

술 즐기면서도 올바로 배회하네

佛拭倚天劒 불식의천검

스님이 의천검을 잘 닦고서

獨登海雲臺 독등해운대

홀로 해운대에 오르니

長虹貫白日 장홍관백일

긴 무지개는 흰 해를 뚫고

壯氣凌蓬萊 장기릉봉래

장한 기운은 봉래산을 능가하네

逖野逝己遠 적야서기원

적야(逖野-일본 시조)가 죽은 지 이미 오래되었는데

徐市安在哉 서시안재재

서복(徐市)이 어찌 살아 있겠는가

何必早頒璽 하필조반새

어찌 일찍 도장도 나누어 주고

行當且渡盃 행당차도배

의당 가서 만일 술잔을 건네는데도

不然北闕下 불연북궐하

우리 조정에 항복하지 않는다면

繫頸蠻酋廻 계경만추회

오랑캐 두목의 목을 묶어 돌아오리라

 

구마라집(鳩摩羅什,Kumārajīva); 서역의 구자국(龜玆國; 현재의 신장 쿠차에 속함) 출신의 불교 사상가. 중국 후진(後秦) 시대 장안(長安)에 와서 약 300권의 불교 경전을 한자로 번역하였으며, 그 불경 번역은 불교 보급에 공헌했을 뿐 아니라, 최초 삼장법사(三蔵法師)로 불리고, 현장과 함께 2대 대역성(大訳聖)으로 불린다. 또한 진제(真諦), 불공금강(不空金剛)과 함께 4대 역경가(訳経家)로 꼽는다.

갈투(猰偸); 얼룩개, 여기에서는 일본 사람을 가리킨 말이다.

의천검(倚天劒); 하늘을 찌를 만큼 날카롭고 아주 큰 칼

서복(徐市);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려 동남녀(童男女) 500명과 함께 보냈다는 사람인데 일본인의 시조(始祖)가 되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