蓬萊 楊士彦 詩와 글씨

洞陰山亭次休齋 (동음산정차휴재) 外 - 楊士彦 (양사언)

-수헌- 2023. 8. 23. 16:13

洞陰山亭次休齋    동음산정차휴재         
동음산 정자에서 휴재의 시를 차운하여
                                  
剖決如飛凡案間  부결여비범안간  
책상 위 공사를 나는 듯이 처결하고
風流太守剩偸閑  풍류태수잉투한
태수는 한가로이 남은 풍류를 즐기네
飄然怳人將軍洞  표연황인장군동  
장군동이 표연히 사람을 황홀하게 하니
媿乏淸詩賦石欄  괴핍청시부석란 
난간에 좋은 시 못 지어 부끄러워하네
                                  
鷰語山堂白日斜  연어산당백일사  
제비 지저귀는 산 집에 해는 기우는데
綠楊紅杏競詔華  록양홍행경조화 
푸른 버들 붉은 살구꽃 봄빛을 다투네
況痾未遂躬參拜  황아미수궁삼배  
하물며 병 때문에 몸을 굽히지 못하니
尺地何嫌枉見過  척지하혐왕견과  
지척에서 잘못보고 지나치면 어찌하나


淵頭次如丘韻      연두차여구운        
연못가에서 여구의 시에 차운하여

黃經坐誤下淸平 황경좌오하청평 
황정경을 잘못 읽어 청평으로 내려왔고
狂客高吟到四明 광객고음도사명     
광객은 고상하게 읊어 사명산에 이르렀네 
暫借長風乘破浪 잠차장풍승파랑  
잠시 장풍을 빌어 물결을 타고 올라가서
碧雲千里恣天行 벽운천리자천행  
푸른 구름 천리 하늘 마음껏 다니려 하네

※黃經坐誤下淸平(황경좌오하청평) : 황경(黃經)은 황정경(黃庭經)을 말하는데, 중국 위·진(魏晉) 시대의 도가(道家)들이 양생(養生)과 수련의 원리를 가르치고 기술하는 데 사용했던 도교의 경전이다. 당나라 시인 하지장(賀知章)이 일찍 이백(李白)의 시를 보고 자네는 천상에서 인간으로 귀양 온 신선[謫仙]이라고 격찬했었는데 여기서는 이백의 시재(詩才)를 과장하여 칭송한 듯하다. 청평(淸平)은 악부(樂府)의 제목인 청평조(淸平調)를 의미하는데, 당 현종(唐玄宗)이 침향정(沈香亭)에서 양귀비(楊貴妃)와 노닐면서 이백(李白)에게 그 정경을 노래하게 하여 지어 바친 청평조사 3수(淸平調詞三首)와 관련된 표현이다. 이백(李白)이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즉석에서 양귀비(楊貴妃)의 아름다움을 칭송한 이 세수[三首]의 시는 이백에게는 영예와 오욕을 동시에 안겨다 주었다.
소식(蘇軾)의 시 부용성(芙蓉城)에도 ‘삼세를 왕래하면서도 단련을 헛되이 하여 결국은 황정경을 잘못 읽고 말았네. [往來三世空鍊形 竟坐誤讀黃庭經]’ 라는 표현이 나온다.

※狂客高吟到四明(광객고음도사명) : 당나라 시인 하지장(賀知章)의 만년에 은퇴하여 고향인 오중(吳中)의 절강성 소산(蕭山)에 있는 사명산(四明山)에 돌아와 사명광객(四明狂客)이라 자호 한 것을 일컫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