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사시사(四時詞)

題靈塔四時景圖 (제영탑사시경도) - 金允植 (김윤식)

-수헌- 2023. 8. 14. 14:33

題靈塔四時景圖 紫泉老人所畵     제영탑사시경도 자천노인소화     金允植   김윤식

영탑사시경도에 적다. 자천노인이 그린 것이다.  

 

烟嵐迷古洞 연람미고동

연람이 자욱하게 낀 옛 골짜기에

瘦石帶花紅 수석대화홍

수척한 바위에 붉은 꽃이 둘렀네

惟有耕雲客 유유경운객

오직 구름을 경작하는 객이 있어

笑歌落晩風 소가락만풍

웃음과 노래가 저녁 바람에 흩어지네

 

여름

飛泉瀉丹壑 비천사단학

폭포가 나는 듯 붉은 골짝에 쏟아지고

宿雨滿穹林 숙우만궁림

밤새 많은 비가 깊은 숲에 가득 내렸네

憔悴誰家子 초췌수가자

초췌한 저 이는 어느 댁 사람인지

披簑澤畔吟 피사택반음

도롱이 걸치고 못가에서 읊조리고 있네

 

가을

烟霏斂將夕 연비렴장석

안개 걷히고 날은 저물어 가는데

山木盡秋聲 산목진추성

산의 나무들 모두 가을 소리 내네

石逕孤僧返 석경고승반

자갈길로 외로운 승려가 돌아오고

斜陽塔頂明 사양탑정명

탑 꼭대기에는 석양이 빛나는구나

 

겨울

山寒夕氣澄 산한석기징

추운 산에 저녁 기운이 맑아지고

林外孤煙歇 임외고연헐

숲 너머엔 한줄기 연기도 그쳤네

驢背倒篁冠 여배도황관

나귀 등에 대나무 갓 쓰고 누워

仰看松上雪 앙간송상설

소나무 위의 눈을 올려다 보네

 

※烟嵐(연람) : 남기(嵐氣). 해질 무렵 멀리 보이는 푸르스름하고 흐릿한 기운. 산속의 안개

 

※耕雲客(경운객) : 경운조월(耕雲釣月)에서 온 말로 은거하는 사람을 말한다. 경운조월(耕雲釣月)은 명(明) 나라 팽대익(彭大翼)이 지은 산당사고(山堂肆考)에 송(宋) 나라 관사복(管師復)이 숭산(崇山)에 은거하였는데, 어떤 사람이 그에게 ‘무슨 즐거움이 있느냐?’라고 묻자 ‘언덕에 덮인 흰 구름은 갈아도 다함이 없고, 못에 가득한 밝은 달은 낚아도 흔적이 없네. [滿塢白雲耕不盡, 一潭明月釣無痕.]’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김윤식(金允植,1835~1922) : 조선 말기의 학자․정치가. 자는 순경(洵卿), 호는 운양(雲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