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사시사(四時詞)

滄江子屬余題仙巖四時景(창강자속여제선암사시경) - 金允植(김윤식)

-수헌- 2023. 6. 28. 14:55

滄江子屬余題仙巖四時景 用彩墨軒紫霞雨蕉二公韻以贈之

창강자속여제선암사시경 용채묵헌자하우초이공운이증지    金允植    김윤식  

창강자가 내게 선암의 사철 경관을 읊으라 하기에 채묵헌의 자하와 우초 두 공의 운으로 시를 지어 주었다.

 

訪君何處檟陰靑 방군하처가음청

그대가 어디를 찾든 개오동 그늘이 짙어서

秀氣名山認毒亭 수기명산인독정

명산의 빼어난 기운이 잘도 길러내겠구나

滋養不煩春雨力 자양불번춘우력

기르는 데 봄비의 힘을 빌릴 필요 없으니

似佳子弟蓄階庭 사가자제축계정

정원 계단에 훌륭한 자제들이 모인 듯하네

<右石田種蔘 우석전종삼

위는 석전(石田)에 심은 인삼이다.>

 

山泉澄瀉玉華潭 산천징사옥화담

산의 샘물이 옥화담에 맑게 쏟아져서

㶁㶁循厓到小庵 괵괵순애도소암

언덕을 돌아 작은 암자로 콸콸 흘러오네

一雨靑蓑携杖去 일우청사휴장거

빗속 푸른 도롱이 입고 지팡이 들고 가니

稻陂十里鏡中涵 도피십리경중함

비탈 논 십 리가 거울 속에 잠겼구나

<右墨溪新漲 우묵계신창

위는 새로이 불어난 묵계(墨溪)이다.>

 

種來嘉果蔭茅堂 종래가과음모당

심어 좋은 과실수가 초가에 그늘을 지워

千樹迎霜晩照凉 천수영상만조량

서리 맞은 많은 나무에 석양도 서늘하네

莫遣兒童打將去 막견아동타장거

따 가려는 아이들을 놓아주지 마시게

老夫秪是待他黃 노부지시대타황

늙은이는 오직 열매 익기만 기다린다네

<右霜林拾實 우상림습실

위는 서리 내린 숲에서 과일을 줍는 것이다.>

 

酌酒長歌桂樹叢 작주장가계수총

계수나무 숲에서 노래하며 술 마시는데

前山忽變玉芙蓉 전산홀변옥부용

앞산이 홀연히 옥부용으로 변하는구나

詩家兒女饒淸致 시가아녀요청치

시 짓는 집안 소녀는 맑은 운치가 넘쳐

綺語能評柳絮風 기어능평류서풍

고운 말로 바람에 이는 버들 솜이라 했네

<右嵩嶽晴雪 우숭악청설

위는 숭악(嵩嶽)의 맑은 눈이다.>

 

※彩墨軒(채묵헌) : 개성(開城) 송악산(松嶽山)의 경관이 빼어난 채하동(彩霞洞)에 있는 滄江子(창강자) 김택영(金澤榮)이 거처하였던 곳. 김택영(金澤榮)은 채묵헌(彩墨軒)에 거처를 빌려 지내면서 글 읽고 시를 읊었다고 한다.

 

※滄江子(창강자) : 김택영(金澤榮,1850~1927). 자는 우림(于霖), 호는 창강(滄江) 소호당주인(韶護堂主人).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1908년 중국으로 망명하여 학문과 문장수업으로 여생을 보냈다. 특히 고시(古詩)에 뛰어났다.

 

※紫霞(자하) : 신위(申緯,1769~1845). 자는 한수(漢叟), 호는 자하(紫霞) 경수당(警修堂). 시서화에 뛰어났다.

 

※雨蕉(우초) : 박시수(朴蓍壽,1767~?). 자는 성용(聖用), 호는 우초(雨蕉). 사간원 대사간(司諫院 大司諫)을 지냈다.

 

※檟陰靑(가음청) : 조선 후기 홍만선(洪萬選)이 지은 농서 산림경제에 ‘인삼은 깊은 산속의 남쪽을 등지고 북쪽을 향한 개오동나무[檟]나 옻나무 아래 가까운 습한 곳에 난다.’는 기록이 있다.

 

※綺語能評柳絮風(기어능평류서풍) : 진(晉) 나라 여류시인 사도온(謝道蘊)이 어릴 때 숙부 사안(謝安)이 눈이 내리는 것을 보고 ‘분분히 내리는 하얀 눈이 무엇과 흡사한가 [紛紛白雪何所似]’ 하자, 조카 낭(朗)이 말하기를 ‘공중에다 소금 뿌린 것과 다르지 않다 [撒鹽空中差可擬]’라고 하니, 사도온(謝道蘊)이 말하기를 ‘바람 따라 일어나는 버들개지 같지 않은가 [未若柳絮因風起]’라고 한 고사를 말한다.

 

*金允植(김윤식,1835~1922) : 조선후기 황실제도국총재, 강구회 회장, 흥사단 단장 등을 역임한 문신. 학자. 자는 순경(洵卿), 호는 운양(雲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