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無名子(尹愭)의 記故事

寒食記故事 (한식기고사) - 尹愭 (윤기)

-수헌- 2023. 4. 2. 09:54

寒食記故事 한식기고사    尹愭 윤기  

한식날의 고사를 적다

 

新晴百五供遊遨 신청백오공유오

한식날 활짝 개어 함께 즐겨 놀기 좋은데

熟食佳辰強飮醪 숙식가진강음료

명절에 식은 밥 먹고 억지로 술을 마시네

粥香杏酪參精飧 죽향행락참정손

향기로운 죽에 은행과 쌀과 유즙이 섞였고

餳白楡羹佐棗餻 당백유갱좌조고

흰 엿과 느릅 국에 대추 떡을 곁들여 먹네

催花風送鞦韆遠 최화풍송추천원

화신풍을 불러와 그네를 멀리 밀어 보내고

潑火雨添蹴踘豪 발화우첨축국호

발화우는 축국 하는 호걸들에게 떨어지네

最是樂天詩泣客 최시악천시읍객

나그네 울리는 건 백낙천의 시가 으뜸이니

紙錢春草郭門臯 지전춘초곽문고

성문 밖 푸른 무덤에 지전을 태운다 했네

 

※百五(백오) : 한식날을 말한다. 한식의 유래인 개자추(介子推)가 불에 타 죽은 날이 동지 후 백오일 째 되는 날이라 이렇게 표현하였다.

 

※熟食(숙식) : 숙식(熟食)은 미리 익혀놓은 찬 음식을 의미한다. 한식날에는 불을 쓸 수 없기 때문에 그전에 미리 음식을 요리해 놓았다가 먹는데, 한식이 되면 이 음식이 모두 식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하였다.

 

※粥香杏酪參精飧(죽향행락참정손) 餳白楡羹佐棗餻(당백유갱좌조고) : 은행 죽, 조청, 대추 떡, 느릅국 등은 모두 한식날 먹던 절식(節食)이다.

 

※花風(화풍) : 화신풍(花信風). 꽃 피는 계절에 불어오는 바람을 말한다. 1년의 24 절기 가운데 소한(小寒)부터 곡우(穀雨)에 이르기까지 120일에 걸쳐 5일마다 일후(一候)로 잡아서 총 24후가 되는데, 하나의 후마다 하나의 화신풍이 불어온다고 한다.

 

※潑火雨(발화우) : 불을 금하는 한식절 즈음에 내리는 비를 발화우(潑火雨)라고 한다.

 

※蹴踘(축국) : 중국에서는 한식날 축국 놀이를 하였다 한다. 그러나 이는 중국의 풍속일 뿐 우리나라 풍속은 아니다. 조선 전기 문신인 김흔(金訢)은 그의 시 한식(寒食)에서 ‘그네 타기와 축국은 우리 풍속과 아무 상관없네.〔鞦韆蹴踘都不管〕’라고 하였다.

 

※樂天詩(낙천시) : 백낙천(白樂天)의 시 한식야망음(寒食野望吟)에 ‘성문 밖 무덤에서, 한식날 누가 곡을 하나. 광야에 바람 불어 지전이 날리고, 여기저기 무덤엔 봄풀이 푸르네. [丘墟郭門外 寒食誰家哭 風吹曠野紙錢飛 古墓壘壘春草綠]’라고 청명과 한식에 성묘하며 조상을 추모하던 풍속을 묘사하였다.

 

<이 시는 시 전체에 걸쳐 한식과 관련된 고사를 인용하였으며, 마지막엔 백낙천의 시를 인용하여 객지에서 선영에 성묘하지 못하는 간절한 심정을 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