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無名子(尹愭)의 記故事

重三記故事 (중삼기고사) - 尹愭 (윤기)

-수헌- 2023. 4. 14. 10:35

음력 3월 3일은 삼짇날이라 하여 계사(禊祀)를 지내고 답청을 하며 봄의 끝자락을 즐겼다. 원래 이는 사일(巳日)의 풍속이었는데 삼짇날로 변경되었으며, 무명자 윤기는 삼짇날의 유래를 난정(蘭亭)의 유상곡수(流觴曲水) 고사를 인용하여 화려한 풍속을 그려내었다. 올해는 4월 22일이 삼짇날이다.

 

重三記故事 중삼기고사      尹愭 윤기  

삼짇날의 고사를 적다

 

魏後用三不用巳 위후용삼불용사

위나라 이후로 사일 대신 삼짇날 쓰니

季春佳節擅風流 계춘가절천풍류

좋은 계절 봄 끝자락의 풍류를 누리네

羽觴洛水周詩逸 우상락수주시일

우상낙수는 주 나라의 일시에도 있고

鼠筆蘭亭晉蹟留 서필란정진적류

서필난정은 진 나라의 자취로 남았네

鞋共踏靑仍祓稧 혜공답청잉불계

계사 지내고 짚신 신고 함께 답청하며

席分斟綠各嬉遊 석분짐록각희유

저마다 술을 따르며 즐겁게 노는구나

樂園崒爽曲江麗 낙원줄상곡강려

아름다운 동산과 수려한 강굽이에

歲歲香車與綵舟 세세향차여채주

해마다 아름다운 수레와 배가 모여드네

 

※魏後用三不用巳(위후용삼불용사) : 사일(巳日)은 음력 3월의 첫 번째 드는 사일(巳日), 곧 상사일(上巳日)을 말한다. 그런데 위나라 이후로는 3월 3일인 삼짇날 행사를 하여 상사일을 쓰지 않았다.〔自魏以後 但用三日 不以上巳也〕.

 

※羽觴洛水周詩逸(우상락수주시일) : 우상(羽觴)은 새 깃털 모양으로 장식한 술잔을 말한다. 진 무제(晉武帝)가 3월 삼짇날 굽이진 개울에서 술잔을 띄우고 노는 모임의 유래를 묻자 속석(束晳)이 “옛날에 주공(周公)이 낙읍(洛邑)에 성을 쌓고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웠으므로 일시(逸詩)에 ‘술잔은 물결을 따라 흐르네.〔羽觴隨波流〕’라고 하였습니다. 왕희지의 난정의 모임도 여기에서 비롯한 것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한다. 일시(逸詩)는 전해지지는 않으나 후대에 발견된 시 또는 시경(詩經)에 수록되지 않은 고시(古詩)를 말한다.

 

※鼠筆蘭亭(서필난정) : 서필(鼠筆)은 쥐의 수염으로 만든 서수필(鼠鬚筆)이다. 왕희지가 동진(東晉) 영화(永和) 9년 3월 3일에, 산음의 난정(蘭亭)에서 42명이 모여 수계(修禊)를 하고 시를 지었다. 당시 왕희지가 서문인 난정서(蘭亭序)를 지을 때 잠견지(蠶繭紙)에 서수필(鼠鬚筆)로 썼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