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無名子(尹愭)의 記故事

淸明記故事 (청명기고사) - 尹愭 (윤기)

-수헌- 2023. 3. 28. 22:36

淸明記故事 청명기고사 尹愭 윤기  

청명절의 고사를 적다

 

爟氏奏功烜氏歸 관씨주공훤씨귀

훤 씨가 금한 불을 관 씨가 일으키니

新烟新茗映新衣 신연신명영신의

햇차 달이는 새 연기 새 옷에 어리네

碧蹄踏草憑嘶走 벽제답초빙시주

울부짖는 말 타고 풀 밟으며 달리고

繡羽衝花得意飛 수우충화득의비

나비는 꽃을 헤치며 맘껏 날아다니네

槐火石泉分夢境 괴화석천분몽경

괴화로 돌 샘물 달여 꿈결에 나누었고

楝風梅雨驗玄機 연풍매우험현기

연풍 매우가 절기의 이치를 증험하네

一年佳節商量得 일년가절상량득

일 년 중에 좋은 시절을 헤아려보니

最是淸明賞莫違 최시청명상막위

틀림없이 청명절 구경이 제일 좋구나

 

※爟氏奏功烜氏歸(관씨주공훤씨귀) : 관씨는 사관(司爟)을 말하고, 훤씨는 사훤(司烜)을 말하는데, 둘 다 불을 관장하는 벼슬이다. 주례(周禮)에 사관(司爟)이 ‘청명에 느릅나무와 버드나무로 불을 일으켜서 근신(近臣)과 척리(戚里) 등에게 상으로 나누어 주었으므로 청명화(淸明火)라고 일컫게 되었다.’라고 하였다. 또 ‘사훤씨는 중춘(仲春)에 목탁을 쳐서 온 나라에 불을 피우는 것을 금한다.〔中春以木鐸修火禁于國中〕’ 하였다. 이는 한식일이 다가오는 중춘에 사훤(司烜)씨가 금한 불을 사관(司爟)씨가 청명일에 다시 일으켰다는 의미인데, 청명일과 한식일이 거의 같은 날이나 하루차이로 들기 때문에 청명일 고사에 적은 듯하다.

 

※碧蹄踏草(벽제답초) : 말을 타고 풀밭을 답청(踏靑)한다는 의미이다. 답청(踏靑)은 푸른 풀 위를 걷는 놀이로, 청명절기 전후의 야유회를 말하며 청명절(淸明節)을 답청절(踏靑節)이라고도 한다.

 

※繡羽(수우) : 수놓은 듯 화려한 날개로 새 봄의 나비를 의미한다.

 

※槐火石泉分夢境(괴화석천분몽경) : 소동파(蘇東坡)가 황주(黃州) 태수로 있을 때, 친밀한 교분을 나누었던 참료자(參寥子) 도잠(道潛) 스님을 꿈속에서 만나 함께 시를 읊었는데, 그 시에 ‘한식과 청명 모두 지나니 돌 샘물과 홰나무불이 일시에 새롭구나.〔寒食淸明都過了 石泉槐火一時新〕’라는 구절이 있었다. 이후 7년 뒤 동파가 항주(杭州) 태수로 있을 때 참료자가 지과(智果)에 은거하고 있었는데, 그곳에 바위가 갈리진 틈으로 솟아나는 돌샘이 있었다. 한식 이튿날에 동파가 이곳을 찾아오자 참료자가 이 돌 샘물을 길어 차를 달이니, 이전에 꿈속에서 읊었던 시구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한다.

 

※楝風梅雨(연풍매우) : 소한(小寒)에서 곡우(穀雨)까지 24번 화신풍이 천기에 변화에 따라 어김없이 불어온다는 뜻이다. 봄을 알리는 화신풍에서 가장 먼저 부는 바람이 소한(小寒) 1 후의 매화가 필 때 부는 매화풍(梅花風)인데 이 무렵 내리는 비가 매우(梅雨)이고, 가장 나중에 부는 바람이 곡우(穀雨) 3 후의 단향목 꽃이 필 때 부는 단화풍[楝風]이다.

 

※玄機(현기) : 묘한 이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