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사시사(四時詞)

田家詞 十二首 (전가사 십이수) - 成俔 (성현)

-수헌- 2022. 10. 22. 12:50

田家詞 十二首 전가사 십이수      成俔 성현

正月 정월

靑陽縱靶翔寥廓 청양종파상요곽

봄볕이 고삐 풀린 듯 요곽을 날아다니니

塘水溶溶氷拍拍 당수용용빙박박

얼음이 쩍쩍 갈라져서 연못물이 늠실대네

和風吹柳萬條黃 화풍취류만조황

따스한 바람 불어온 버들가지 누레지고

彩杖驅牛啓東作 채장구우계동작

농사 시작 알리려고 채장으로 소를 모네

溫陽滋養紅蓼芽 온양자양홍료아

따뜻한 볕이 붉은 여뀌 싹을 틔워 키우고

雪後薺葉敷晴坡 설후제엽부청파

눈 온 뒤 개인 언덕에 냉이 잎이 깔렸네

四隣杯盤聚元夕 사린배반취원석

보름날 저녁 온 이웃이 모여 술상 차리고

東山見月相經過 동산견월상경과

동산에 달구경하러 서로 돌아다니는구나

輪魄無心自來照 윤백무심자래조

둥근달은 무심코 스스로 떠서 비치지만

老叟年年占豐兆 노수년년점풍조

해마다 노인들은 풍년 조짐을 점치네

 

※寥廓(요곽) : 텅 비고 끝없이 넓다는 뜻이다

 

二月 이월

苜蓿迸地蔞蒿短 목숙병지루호단

거여목은 솟아났으나 쑥은 덜 자랐는데

蟄戶欲開天氣暖 칩호욕개천기난

날씨가 따뜻하여 닫힌 문을 열고 싶네

邑中高廩省春糶 읍중고름성춘조

읍내 큰 창고의 봄 환곡 사정 살펴보니

萬口疏糲無處悹 만구소려무처관

만백성 양식 모자라도 의지할 곳 없구나

今春來牟當及時 금춘래모당급시

금년 봄에는 때 맞춰 소를 부리려 해도

欲種無種耕無資 욕종무종경무자

심을 종자도 없고 농사지을 밑천도 없네

雲間朝日射芳甸 운간조일사방전

구름 사이로 아침 해가 밭이랑을 비추니

玉鱗閃閃翻金犂 옥린섬섬번금리

밭 가는 쇠 쟁기가 옥 비늘처럼 번쩍이네

東君次第傳消息 동군차제전소식

봄님이 다음 차례로 봄소식을 전해 오니

阿槐花發黃金色 아괴화발황금색

언덕의 느티나무가 황금빛 꽃을 피우네

 

※苜蓿(목숙) : 거여목. 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통상 알팔파로 알려져 있다. 식용과 약용으로도 쓰이며, 가축의 사료로도 쓰인다.

※春糶(춘조) : 예전에, 봄에 나라에서 백성에게 환곡을 꾸어 주는 일을 이르던 말.

 

三月 삼월

杜宇哀吟新燕舞 두우애음신연무

두견새 슬피 울고 제비는 새로이 춤추고

百尺游絲罥高樹 백척유사견고수

백 자 아지랑이가 높은 나무에 걸렸구나

二十四番楝花風 이십사번련화풍

스물네 번째 화신풍인 연화풍이 불어오고

一陣兩陣楡莢雨 일진량진유협우

한 차례 두 차례 유협우가 내리는구나

風日美時農正忙 풍일미시농정망

날씨가 좋을 때가 농사 한창 바쁠 때이니

無人載酒尋春塢 무인재주심춘오

술 싣고 봄 언덕을 찾는 사람이 없구나

里胥雜還呼荒村 이서잡환호황촌

관리들이 외치고 돌아다니는 텅 빈 마을에

杏花菖葉今彌繁 행화창엽금미번

살구꽃과 창포 잎도 지금 한창 피었구나

村務紛紛人四出 촌무분분인사출

농사가 분주하여 사람들 사방으로 나가서

萬指畚鍤如雲屯 만지분삽여운둔

손마다 삼태기 삽 쥐고 구름처럼 진 쳤네

 

※楝花風(연화풍) : 봄의 끝자락인 곡우 무렵에 불어오는 봄철의 마지막 화신풍(花信風). 화신풍은 小寒(소한)부터 여름이 되기 전의 穀雨(곡우) 사이 8개 절기 120일을 닷새 만에 한 번씩 각기 다른 24가지 꽃바람이 분다고 하는데 연화풍은 24번째 마지막 화신풍이다.

※楡莢雨(유협우) : 느릅나무가 열매를 맺을 때쯤 내리는 비로, 음력 3월경에 내리는 봄비의 대명사이다.

 

四月 사월

百花飛盡春事畢 백화비진춘사필

온갖 꽃 모두 지고 봄 일도 끝이 나니

天氣淸和鶯語滑 천기청화앵어활

청명한 날씨에 꾀꼬리 소리도 부드럽네

乳雉窟穴澤中蒲 유치굴혈택중포

꿩 병아리 연못의 부들을 굴혈로 삼고

野人活計山上蕨 야인활계산상궐

야인들은 산 위 고사리로 생계를 삼네

眠蠶滿箔燒鷄心 면잠만박소계심

잠박 가득 잠든 누에 닭의 애를 태우고

十畝陰陰桑柘密 십무음음상자밀

밭두렁엔 뽕나무가 늘어서 어둑어둑하네

田龜半坼萍黏塊 전균반탁평점괴

흙덩이에 마름 엉켜 붙고 갈라 터진 밭에

往覘泉脈牽龍骨 왕첨천맥견룡골

물줄기를 살펴보고 용골로 물을 끌어오네

蠶欲久晴農欲雨 잠욕구청농욕우

누에는 가물기를 농사는 비오기를 바라니

主宰茫茫竟何寓 주재망망경하우

하늘도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구나

 

五月 오월

節中南訛萬彙盛 절중남와만휘성

계절 중 남와가 온갖 만물을 무성케 하니

楡柳村墟日初永 유류촌허일초영

유류촌 언덕에도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네

北里榴花映短籬 북리류화영단리

북쪽 마을 석류꽃은 짧은 울타리를 가리고

南隣稚竹蔭歸徑 남린치죽음귀경

남쪽 이웃은 대 그늘진 오솔길로 돌아오네

平丘綠浪着暗黃 평구록랑착암황

언덕의 녹색 물결이 누런빛을 띠어가고

杵臼紛紛芳餌餠 저구분분방이병

향기로운 떡 만드는 절구질이 분분하네

鞦韆門巷過端午 추천문항과단오

단오 지나니 집과 거리에서 그네를 타며

苧葉翻翻散還聚 저엽번번산환취

모시 적삼 펄렁이며 모였다가 흩어지네

萬畝秧針翠撥雲 만무앙침취발운

이랑마다 구름 같은 볏모는 푸른빛 띠고

鳩婦喚雨聲正苦 구부환우성정고

암비둘기는 비 부르는 소리가 고통스럽네

 

※南訛(남와) : 염제(炎帝)에 속한 여름철 담당 불의 신으로 경작(耕作) 또는 권농(勸農)의 일을 맡는다.

※鳩婦喚雨聲正苦(구부환우성정고) : 구부(鳩婦)는 암비둘기의 별칭이다. 비가 내릴 조짐이 보이면 수컷이 암컷을 둥지 밖으로 내쫓고, 날이 개이면 다시 불러들인다 하는데, 암컷이 쫓겨날 때에는 분노와 원망이 뒤섞여서 크게 울며 부르짖는다고 한다.

 

六月 유월

日輪當午萬珠融 일륜당오만주융

한낮의 뜨거운 햇빛이 구슬도 녹일 듯하니

鋤禾百畝愁老翁 서화백무수로옹

벼논이랑에 김매는 늙은이가 근심스럽구나

田頭放歌田尾和 전두방가전미화

밭머리서 부른 노래를 밭 끝에서 화답하며

西耘已了復徂東 서운이료부조동

서쪽 김 다 매고 다시 동쪽으로 돌아오네

饁罷支甎臥草隴 엽파지전와초롱

들밥 먹고 돌베개 배고 풀 두둑에 누우니

陰陰樹榭多薰風 음음수사다훈풍

그늘진 나무 정자에 훈풍이 많이 불어오네

薰風吹作山頭雨 훈풍취작산두우

불어오던 훈풍이 산머리에서 비를 만드니

白浪粼粼不見土 백랑린린불견토

맑고 깨끗한 흰 물결에 흙이 보이지 않구나

歸來蒻笠牛倒騎 귀래약립우도기

부들 삿갓 쓰고 소를 거꾸로 타고 돌아오니

蘆管一聲天欲暮 노관일성천욕모

갈대 피리 소리 한가락에 날이 저물려 하네

 

※粼粼(린린) : 물, 돌 등이 맑고 깨끗함.

 

七月 칠월

積雨初收失炎暑 적우초수실염서

장맛비 비로소 걷히자 무더위도 사라지고

鳴蜩又作涼秋語 명조우작량추어

매미가 울어 시원한 가을 소식을 전해오네

東籬碧玉割甘瓜 동리벽옥할감과

동편 울타리의 단 참외를 벽옥처럼 쪼개고

小甕淸香釀新黍 소옹청향양신서

작은 독엔 맑고 향기로운 신곡 술을 빚었네

比隣樽酒通前蹊 비린준주통전혜

이웃끼리 술통 앞에서 기다리고 왕래하다가

醉歌嗚嗚爭扶携 취가오오쟁부휴

취하여 노래하며 흥얼대고 다투어 부축하네

旣辦農家一半事 기판농가일반사

농가 일의 절반을 힘써 일해 이미 마쳤으니

洗盡鋤頭三寸泥 세진서두삼촌니

호미 끝에 묻은 흙을 깨끗이 씻어 내야지

相逢不識山氣昏 상봉불식산기혼

어느 듯 어두워지는 산 기운을 만나게 되니

露華欲上秋禾痕 노화욕상추화흔

이슬이 가을 벼 이삭에 내리려고 하는구나

 

八月 팔월

白露無聲悴芳草 백로무성췌방초

흰 이슬이 소리 없이 방초를 시들게 하고

園巷人人剝丹棗 원항인인박단조

사람들 거리와 동산에서 붉은 대추를 따네

社燕辭巢雁傳信 사연사소안전신

제비 집 떠나고 기러기 가을 소식 전해오고

凄涼萬物秋容老 처량만물추용로

가을빛 짙어가니 온갖 만물이 처량하구나

稻華䆉稏交靑黃 도화파아교청황

온갖 벼들의 푸른색이 누렇게 변해가고

野色漸變彤雲光 야색점변동운광

들 빛도 구름 빛처럼 차차 붉게 변해가네

槎頭銀鯽始振鬐 사두은즉시진기

그루터기 위에 은붕어가 지느러미를 흔들고

葦底紫蠏初輸芒 위저자해초수망

갈대 밑 참게는 까끄레기 옮기기 시작하네

身閑有食食兼味 신한유식식겸미

몸은 한가하고 먹을 것 있고 입맛도 있으니

大平耋艾歌虞唐 대평질애가우당

태평한 늙은이들 요순시대를 노래하는구나

 

※䆉稏(파아) : 벼 이름 파, 稏 벼이름 아

※輸芒(수망) : 게(蠏)는 바다로 떠내려가는 벼 까끄레기를 먹어야 독이 없어진다고 한다. 오(吳)의 풍속에 게(蠏)가 음력 팔월 벼가 익을 때에 벼이삭 하나를 가져다 그들의 괴수(魁首)에게 바친 다음에야 게를 먹을 수 있다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虞唐(우당) : 우(虞)는 순(舜) 임금을, 당(唐)은 요(堯) 임금을 뜻하니 곧 요순시대(堯舜時代)를 뜻함.

 

九月 구월

蕪菁嫰葉芋魁肥 무청눈엽우괴비

연약한 무 잎 돋아나고 토란 덩이 살찌고

霜重田家初授衣 상중전가초수의

서리 거듭 내려 농가에선 옷장만 시작하네

黃雀翩翩啄晩地 황작편편탁만지

누런 참새 폴짝이며 저녁 마당을 쪼아대고

農欲刈時天少暉 농욕예시천소휘

농작물 베려하니 날씨도 잠깐 밝아지네

腰鎌扶轂上荒阪 요겸부곡상황판

낫 차고 수레 밀어 거친 언덕 위에 올라서

東皐載稻西家歸 동고재도서가귀

동쪽 언덕 벼를 싣고 서쪽 집으로 돌아가네

紫菊開花繞茅舍 자국개화요모사

자줏빛 국화가 꽃을 피워 초가집 에워싸고

歌鼓紛紛喧四野 가고분분훤사야

온 들판에 노랫소리 북소리로 떠들썩하구나

一斗白酒一隻鷄 일두백주일척계

백주 한 말과 닭 한 마리 잡아서

共向神林賽秋社 공향신림새추사

함께 신림으로 가서 가을 신께 제사드리네

 

十月 시월

良月就盈天地肅 양월취영천지숙

아름다운 달이 둥글게 차니 천지가 숙연하고

萬稼登場高似屋 만가등장고사옥

온갖 곡식이 수확되어 집채처럼 높이 쌓였네

夜寒碓杵隱晴雷 야한대저은청뢰

추운 밤 다듬잇소리 갠 날 우레처럼 은은하고

香粳浮浮炊白玉 향갱부부취백옥

백옥 같은 쌀밥 지으니 밥 향기가 풍기는구나

富者少稅豐囷倉 부자소세풍균창

부자는 세금이 적어 곳간이 넉넉한데도

貧者輸租反不足 빈자수조반불족

빈자는 세금 내기도 오히려 부족하구나

貧家富家愁與歡 빈가부가수여환

가난한 집의 시름과 부잣집의 즐거움은

只在區區一寸腸 지재구구일촌장

단지 구구한 한 치 창자에 달렸는데

黽勉餬口生理忙 민면호구생리망

힘써하는 호구지책도 바쁘기만 하고

又披雪絮妝衣裳 우피설서장의상

또 솜을 펴놓고 옷 단당 해야 하는구나

 

 

十一月 십일월

日短南至星正昴 일단남지성정묘

동짓날에 해는 짧아지고 묘성이 나타나니

萬竅剛飆夜相攪 만규강표야상교

만규의 굳센 광풍이 밤을 어지럽히는구나

臘前瑞雪已三白 랍전서설이삼백

납전에 흰 서설이 이미 세 번이나 내려서

渗漉連旬滋宿麥 삼록련순자숙맥

열흘 넘게 잠든 보리를 흥건히 적셔주네

融融土榻榾柮溫 융융토탑골돌온

등걸 불 때니 흙 침상이 따뜻하게 녹고

山下斜陽戲群翟 산하사양희군적

해 기우는 산 아래 꿩 무리가 노는구나

釜中煮豆軟如酥 부중자두연여소

가마 속에 삶는 콩이 연유처럼 부드럽고

寒林屋角煙光孤 한림옥각연광고

찬 숲 속 집 추녀 끝에 연기가 외롭구나

驅牛登櫪莝菽萁 구우등력좌숙기

소를 몰아 구유에 콩깍지를 올려주는데

門外使者來索租 문외사자래색조

문 밖에 세금을 찾는 아전이 오는구나

 

※日短南至星正昴(일단남지성정묘) : 남지(南至)는 해가 가장 남쪽에 도달하는 날로 동지(冬至)의 별칭이다. 동지는 일 년 중 낮이 가장 짧고 서쪽 하늘의 별자리인 규(奎). 루(婁). 위(胃). 묘(昴). 필(畢). 자(觜). 삼(參) 백호 칠수 중의 묘성(昴星)이 초저녁에 하늘 정남쪽에 나타나는 날이다.

※萬竅(만규) : 만규(萬竅)는 만개의 구멍이라는 뜻인데. 장자(莊子)의 제물론(齊物論)에 ‘저 거대한 흙덩이가 기운을 내뿜으면 그것을 바람이라고 하는데, 이 바람이 불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불었다 하면 만개의 구멍이 일제히 울부짖는다. [夫大塊噫氣 其名爲風 是唯無作 作則萬竅怨呺]’ 라는 구절이 있다.

※臘前三白(납전삼백) : 동지(冬至) 이후 세 번째 술일(戌日)을 납일(臘日)이라 하는데, 농가어(農家語)에 납일 전에 눈[雪]이 세 번 내리면 이듬해에 풍년이 든다고 한다.

 

 

十二月 십이월

朔雲擁野陰凌兢 삭운옹야음릉긍

북녘 구름이 들판에 가득해 음기가 침범하여

南山北山皆明氷 남산북산개명빙

남산 북산이 모두 다 얼음으로 빛나는구나

人寒聚隩縮如鱉 인한취오축여별

사람들 추위에 모여서 자라처럼 움츠리고

林深雪逕愁薪蒸 림심설경수신증

깊은 숲 눈길에 땔 나무 할 일이 걱정이네

翁閱契券婦課績 옹열계권부과적

늙은이 계약서 살펴보고 부인은 길쌈하는데

紙窓翳翳篝明燈 지창예예구명등

구등의 밝은 빛이 종이창에 가려졌구나

磔禽摶兔逢嘉臘 책금단토봉가랍

좋은 납일을 만나 새도 잡고 토끼도 잡으니

蜡祭壇中牲酒合 사제단중생주합

납향 제사에 쓸 희생과 술 모두 마련됐구나

迎新却恐踵前途 영신각공종전도

새해를 맞아도 다시 작년 같을까 두려워서

仰訴句龍待休答 앙소구룡대휴답

구룡께 하소연하고 좋은 회답을 기다리네

 

※구등(篝燈) : 밖에 빛이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하여 농(籠) 안에 넣은 등불을 말한다.

※蜡祭(사제) : 사제(蜡祭)는 납향(臘享) 제사라는 말인데, 연말(年末)에 올리는 감사(感謝)와 기원(祈願)을 위한 제(祭)이다.

※句龍(구룡) : 중국의 전설에서 치수 및 토지를 잘 다스려 후세에 토지의 신으로 숭배된 전설상의 인물.

 

*성현(成俔,1439~1504) : 조선 전기 허백당집, 악학궤범, 용재총화 등을 저술한 학자. 자는 경숙(磬叔), 호는 용재(慵齋) 부휴자(浮休子) 허백당(虛白堂) 국오(菊塢). 시호는 문대(文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