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田家喜雨 - 농가의 기쁜 비

-수헌- 2022. 6. 14. 23:49

田家喜雨 八首  전가희우 팔수       李瀷   이익

농가의 기쁜 비 8수

 

經旬養雨一朝行 경순양우일조행

열흘 넘게 비를 길러 하루아침에 내려서

坐見溝塍倏已盈 좌견구승숙이영

앉아서 봇둑을 보니 금세 물이 가득하네

蓑笠人人同意思 사립인인동의사

사람마다 같은 생각으로 도롱이 삿갓 쓰고

犁鉏處處各功程 이서처처각공정

곳곳에서 각자 쟁기와 호미질을 하는구나

天應閔下謳吟協 천응민하구음협

백성 불쌍히 여긴 하늘을 함께 노래하며

事怕違期分刻爭 사파위기분각쟁

때 놓칠까 두려워 촌각 다투어 일하는데

獨我不能勤四體 독아불능근사체

나만 홀로 사지를 부지런히 하지 못하고

帲幪對食愧生成 병몽대식괴생성

장막에서 음식 대하니 부끄러움만 생기네

 

久矣西郊施未行 구의서교시미행

서교에 비 내리지 않은 지 얼마나 오래던가

俄看䨓雨動還盈 아간뢰우동환영

잠시 보니 우레와 비가 일어 다시 넘쳐나네

隰秧原菽相先後 습앙원숙상선후

논의 벼와 밭의 콩이 서로 앞 다투어 자라고

女耨男耕摠課程 여누남경총과정

여자는 김매고 남자는 밭 갈며 모두 일하네

郵畷暫須田父祝¹⁾ 우철잠수전부축

우철에선 농부가 축원하길 잠시 기다리니

陂渠那復獠奴爭²⁾ 피거나부료노쟁

어찌 요노가 봇도랑에서 다시 물을 다투랴

太空無語惟仁覆 태공무어유인복

하늘은 오로지 인으로 덮어주고 말이 없으니

佇待南訛百種成³⁾ 저대남와백종성

남와가 온갖 곡식 잘 자라게 하길 기다리네

 

 

天回溽暑雨時行 천회욕서우시행

무더위가 돌아온 계절에 때맞춰 비가 내려서

潑潑川原視恰盈 발발천원시흡영

들판 내에 콸콸 흘러 마치 넘칠 듯이 보이네

豳雅談農皆卽境⁴⁾ 빈아담농개즉경

빈아의 농사 얘기가 모두 바로 지금의 처지라

堯衢擊壤是前程⁵⁾ 요구격양시전정

이제 앞으로 요구의 격양가도 부르겠구나

雲間䨓鼓驚相逐 운간뢰고경상축

구름 속에서 뇌성 치니 놀라서 서로 쫓고

水底蛙笙喜亦爭 수저와생희역쟁

물속 개구리도 기뻐 다투어 생황 소리 내네

老圃爲師吾事定⁶⁾ 노포위사오사정

내가 할 일 정해져 노포를 스승 삼으려 하니

莫言努力竟無成 막언노력경무성

노력해도 끝내 이룬 게 없다고 말하지 말라

 

誰遣龍公試手行 수견룡공시수행

누가 용공을 보내어 손을 쓰게 했는지

高田水注儘科盈 고전수주진과영

높은 밭 웅덩이에도 물을 대어 가득하구나

鳴禽在垤徵應早⁷⁾ 명금재질징응조

새 울고 개밋둑 있어 이미 비올 징조 있고

健犢衝泥力不程 건독충니력불정

황송아지는 힘 아끼지 않고 논을 가는구나

樂事邨閭生笑語 악사촌려생소어

즐거운 일로 마을에선 웃으며 얘기를 해도

忙心少長入紛爭 망심소장입분쟁

조급한 마음에 노소가 다투기 시작하는구나

魏公詩與坡公記⁸⁾ 위공시여파공기

위공이 시를 짓고 파공은 희우정기를 썼는데

志喜人歸欠續成 지희인귀흠속성

기쁨을 기록한 이 돌아가고 뒤 이을 이 없네

 

田翁頭戴斗芃行⁹⁾ 전옹두대두봉행

늙은 농부 머리에 두봉을 이고 가는데

喜色眉間掬可盈 희색미간국가영

미간의 기쁜 기색이 차고 넘치는구나

無柰陰晴多失會 무내음청다실회

날씨를 어쩌지 못해 때를 많이 잃었으니

應知播作不迷程 응지파작불미정

파종시기 놓치지 않아야 함을 응당 알리라

尙看長養三庚逼 상간장양삼경핍

삼경이 닥쳐 곡식 크는 것 보기 바라는데

共說豐凶一髮爭 공설풍흉일발쟁

모두 풍흉이 간발의 차이라고 말하는구나

洗濯乾坤神氣旺 세탁건곤신기왕

건곤을 깨끗이 씻어 신기가 왕성해지니

新詩乞與數君成 신시걸여수군성

새로 시를 지어 그대들에게 주길 바라네

 

膏澤多時泥不行 고택다시니불행

하늘의 은택이 가로막혀 못 갈 때 많으니

蒼生怨讟路途盈 창생원독로도영

거리마다 창생들의 원망이 가득 넘치는구나

輕輕風陳先占喜 경경풍진선점희

가벼운 바람이 불어와 미리 기뻐하였더니

隱隱䨓車乍啓程 은은뇌거사계정

은은한 우레 소리가 갑자기 울리기 시작하여

可識耘耕時有待 가식운경시유대

기다리던 농사철이 되었음을 알 수 있으니

深期菽粟賤無爭 심기숙속천무쟁

곡식이 흔하여 다툼이 없기를 기대 하노라

請看禾黍油油盛 청간화서유유성

벼와 기장이 싱싱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라

知道朱明政已成¹⁰⁾ 지도주명정이성

주명의 다스림이 이미 끝났음을 알 수 있네

 

其暘其雨互推行 기양기우호추행

볕이 났다 비가 왔다 서로 번갈아 바뀌니

滌滌炎蒸氣數盈¹¹⁾ 척척염증기수영

가뭄이 심해 찌는 듯한 더위가 한창이구나

幾處農謳行兔苑¹²⁾ 기처농구행토원

몇 군데 토원에서 농부들이 노래하며 가고

千家賀酒動烏程¹³⁾ 천가하주동오정

많은 집에서 축하주로 오정을 마시는구나

歡情宛見蟲魚並 환정완견충어병

기쁜 마음으로 미물들을 나란히 굽어보니

均澤寧容爾我爭 균택녕용이아쟁

은택이 고른데 어찌 그대와 내가 다툴까

狉狉榛榛皆造化 비비진진개조화

짐승과 초목들에도 조화가 두루 미치는데

天心難以筆模成 천심난이필모성

천심을 붓으로 본떠 이루기가 어렵구나

 

傳聞白蹢涉波行¹⁴⁾ 전문백척섭파행

들리는 말에 백적이 물결을 건너간다 하니

有土汚邪待取盈¹⁵⁾ 유토오야대취영

낮은 데 논에 물이 차기를 기다리겠구나

周歲乾枯七八月 주세건고칠팔월

주나라 때는 칠팔월 가뭄에 초목이 말랐고

殷天霈澤數千程 은천패택수천정

은나라 때에는 수천리 못에 비가 쏟아졌지

漫空魃戾消應盡 만공발려소응진

하늘이 넘쳐 마땅히 한발이 모두 사라지니

壓地陰雲勢莫爭 압지음운세막쟁

땅 짓누르는 짙은 구름 기세와 다툴 수 없네

從此景風兼玉燭¹⁶⁾¹⁷⁾ 종차경풍겸옥촉

이제부터 경풍이 불고 날씨가 화창해져서

太平歌頌重陶成¹⁸⁾ 태평가송중도성

다시 요임금의 시대가 되어 태평가를 부르리

 

 

※郵畷(우철)¹⁾ : 우표철(郵表畷)의 준말. 농사를 장려하는 관원이 백성의 농사를 독려(督勵)하기 위해 밭 사이에 지은 막사이다.

※獠奴(요노)²⁾ : 요노는 두보(杜甫)가 데리고 있었던 아단(阿段)이라는 동복(僮僕)인데 요족(獠族) 사람이므로 요노(獠奴)라 불렀다. 아단(阿段)이 여름철 물이 귀하여 사람들이 산속의 대통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서로 받으려 다툴 때, 아단은 깊은 산속에 들어가 물을 길어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비가 내려 물이 흔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南訛(남와)³⁾: 염제(炎帝)에 속한 여름철 담당 불의 신으로 경작(耕作) 또는 권농(勸農)의 일을 말한다.

※豳雅(빈아)⁴⁾ : 시경(詩經) 빈풍(豳風)의 칠월(七月) 편을 가리키며, 이 시는 주로 농사에 관한 일을 노래하였는데, 신농씨에게 풍년을 기원할 때에는 빈아를 연주하였다고 한다.

※堯衢(요구)⁵⁾ : 요구(堯衢)는 요 임금의 시대의 강구(康衢 : 사통팔달의 큰 거리)를 말한다. 요 임금이 천하가 잘 다스려지는지 알고 싶어 미복(微服) 차림으로 강구에 나갔더니, 한 노인이 격양가를 불렀다고 한다.

※老圃(노포)⁶⁾ : 채소를 가꾸는 늙은 농부를 뜻한다. 번지(樊遲)가 공자에게 농사짓는 일을 묻자 공자가 ‘나는 늙은 농사꾼만 못하다.〔吾不如老農〕’ 하고, 다시 채소 가꾸는 일을 묻자 ‘나는 노포만 못하다.〔吾不如老圃〕’고 하였다. <論語>

※鳴禽在垤(명금재질)⁷⁾ : 비가 오려고 하면 개미가 먼저 알고 개밋둑 지으려 나오는데, 황새가 그것을 잡아먹고 개밋둑 위에서 운다는 뜻으로 비가 올 징조를 의미한다. 시경 빈풍(豳風) 동산(東山)에 ‘개밋둑에서 황새가 울고 아녀자는 집에서 탄식하네.〔鸛鳴于垤 婦歎于室〕’라는 구절이 있다.

※魏公詩與坡公記(위공시여파공기)⁸⁾ : 魏公詩(위공시)는 북송 때 위국공(魏國公)에 봉해진 한기(韓琦)의 희우(喜雨)라는 시를 말하고, 坡公記(파공기)는 소동파가 지은 희우정기(喜雨亭記)를 말한다.

※斗芃(두봉)⁹⁾ : 斗는 한말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뜻하고, 芃은 풀이 무성함을 뜻하니 풍성한 작물을 담은 용기(容器)란 의미인 듯하다.

※朱明(주명)¹⁰⁾ : 태양이 붉게 빛난다는 뜻으로, 여름을 달리 이르는 말. 또는 태양을 뜻함.

※滌滌(척척)¹¹⁾: 가뭄이 심해 산에는 나무가 없고 시내에는 물이 없어 마치 물로 씻은 듯하다는 뜻이다. 시경 대아(大雅) 운한(雲漢)에 ‘가뭄이 매우 심해 산천을 씻어낸 듯하다.〔旱旣大甚 滌滌山川〕’라는 구절이 있다.

※토원(兔苑)¹²⁾ : 후한(後漢)의 양기(梁冀)가 하남성(河南城) 서쪽에 사방 수십 리 되는 개인 원림(園林)을 만들고 토원이라 하였는데, 여기서는 태평한 시절을 의미한 듯하다.

※烏程(오정)¹³⁾ : 좋은 술 이름.

※백적(白蹢)¹⁴⁾ : 돼지의 흰 발굽이라는 뜻이나 전하여 비가 내릴 조짐을 뜻한다. 시경 소아(小雅)에 ‘발굽 흰 돼지 여러 마리가 물결을 건너네, 달이 필성(畢星)에 걸려 있으니 비가 세차게 내리네.〔有豕白蹢 烝涉波矣 月離于畢 俾滂沱矣〕’라는 구절에서 유래한다.

※汚邪(오야)¹⁵⁾ : 웅덩이가 생긴 낮은 지대의 밭을 말함. 邪는 야로 읽힐 때 땅 이름의 뜻이 있다.

※景風(경풍)¹⁶⁾ : 역위통괘험(易緯通卦驗)에 나오는 계절별로 불어오는 팔풍(八風)의 하나로 하지 무렵에 불어와 만물을 길러주는 온화한 바람이며 남풍을 뜻한다.

※玉燭(옥촉)¹⁷⁾ : 사시(四時)의 기운이 화창한 것이다. 이아(爾雅) 석천(釋天)에 ‘사시의 기운이 화창한 것을 일러 옥촉이라 한다.’ 하였다.

※陶成(도성)¹⁸⁾ : 陶(도)는 요임금을 뜻하는 도당(陶唐)을 말한다. 따라서 陶成(도성)은 요 임금의 태평성대가 된다는 뜻.

 

*이익(李瀷,1681~1763) : 조선 후기 성호사설, 곽우록, 이자수어 등을 저술한 유학자. 실학자. 자는 자신(子新), 호는 성호(星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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