草堂雨中睡 초당우중수 李奎報 이규보 (東國李相國集)
비오는 날 초당에서 낮잠 자면서
緣霤雨浪浪 연류우랑랑
처마 끝에 낙숫물이 주룩주룩 흘러서
撼耳似妨睡 감이사방수
잠을 방해하려는 듯 귓전을 울리는데
云何雨聲中 운하우성중
어찌하여 빗소리 들리는 가운데서는
徧得睡味美 편득수미미
잠자는 맛이 그리도 좋다고 하는가
晴時雖杜門 청시수두문
개인 날에는 비록 문을 닫고 있어도
駕言意未弭 가언의미미
나가고 싶은 생각이 그치지 않아서
自此夢難酣 자차몽난감
그래서 감미로운 꿈을 꾸기 어려워
假寐或驚起 가매혹경기
얼핏 잠들었다가 놀라서 깨곤 했네
獨是霖雨中 독시림우중
지금은 오직 장맛비가 내리는 중이라
塗路混爲水 도로혼위수
길에는 진흙과 물이 뒤 섞였겠구나
雖欲訪情親 수욕방정친
비록 친한 친구를 찾아가고 싶어도
咫尺卽千里 지척즉천리
지척이 바로 천리나 되는구나
門絶客敲扉 문절객고비
집에는 문을 두드리는 손님도 없고
庭無人響履 정무인향리
뜰에는 발자국 소리도 끊어졌구나
所以得於眠 소이득어면
그리하여 깊은 잠이 들어서
齁齁雷吼鼻 후후뢰후비
우레처럼 드릉드릉 코를 골았네
此味固難言 차미고난언
말로써 표현하기 어려운 이 맛을
王侯那得致 왕후나득치
왕후인들 어떻게 누릴 수 있을까
王侯豈不能 왕후기불능
왕후도 어찌 낮잠을 못 잘 까마는
朝請安可弛 조청안가이
어찌 조청을 게을리할 수 있을까
※朝請(조청) : 제후(諸侯)가 천자(天子)를 조회하는 것인데, 봄에 하는 것을 조(朝), 가을에 하는 것을 청(請)이라 한다.
*이규보(李奎報,1168~1241) : 고려 의종 때의 대문장으로 활약한 고려의 문신. 자는 춘경(春卿). 호는 백운거사(白雲居士) 지헌(止軒) 삼혹호 선생(三酷好先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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