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長霖 (장마) - 蔡濟恭 (채제공)

-수헌- 2022. 7. 2. 12:15

長霖 장마      蔡濟恭 채제공  

 

初吉霖爲兆 초길림위조

처음엔 장마가 좋은 조짐 같았는데

懸知是月仍 현지시월잉

알고 보니 한 달 내내 내리는구나

地天滲欲瘦 지천삼욕수

천지를 걸러서 파리하게 하려 하니

河嶽逼相蒸 하악핍상증

강산은 서로 더운 김을 내뿜는구나

鵬徙都中敢 붕사도중감

붕새가 도성 안으로 옮겨올 듯하고

魚跳枕下能 어도침하능

머리맡에서 물고기가 뛰 노는구나

閉門愁只睡 폐문수지수

시름에 문 걸어 닫고 잠만 자는데

秋氣歇靑蠅 추기헐청승

가을 기운에 쇠파리가 없어졌구나

 

其二 두 번째

龍豈精禋吐 용기정인토

용왕은 어찌 기우제도 마다하고

天何霽色難 천하제색난

하늘은 왜 비 개이길 어려워하나

菌蒸棲屋上 균증서옥상

더위에 지붕 위에는 버섯이 돋고

江怒到松端 강노도송단

성난 강은 소나무까지 뒤집었네

驢濕憐渠小 여습련거소

작은 도랑에 젖은 나귀 가련하고

僮樵無乃寒 동초무내한

나무하는 아이는 춥지는 않을까

調元有廊廟 조원유낭묘

원래 낭묘에서 모든 걸 조절하니

禾耳莫須嘆 화이막수탄

벼에 싹 돋아도 탄식하지 말게나

 

 

※鵬徙(붕사) : 장자 소요유에 붕새가 남해바다로 옮기려면 물을 삼천리나 치고 큰 바람을 일으켜 구만리나 난다고 했다. 따라서 도성 안이 큰 물에 잠겼음을 비유한다.

※精禋吐(정인토) : 비를 그치게 해 달라고 정성껏 제를 지내도 소용이 없다는 뜻.

※調元有廊廟(조원유랑묘) : 낭묘는 조정 또는 재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서경에 의하면 ‘재상은 도를 논하고 나라를 경륜하며 음양의 두 기운을 조화시켜 다스리는 일을 맡는다.’라고 하였으니, 나라에서 장마 대책을 잘 세울 것이라는 의미인 듯하다.

 

*채제공(蔡濟恭,1720~1799) : 조선 후기 강화유수, 우의정, 영의정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백규(伯規), 호는 번암(樊巖) 번옹(樊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