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端午 단오 - 徐居正 서거정

-수헌- 2022. 6. 3. 18:11

端午 단오      徐居正 서거정

 

今年又端午 금년우단오

금년에 또 단오절을 만나니

此日卽良辰 차일즉량진

이날이 바로 명절이로구나

滿斝唯菖酒 만가유창주

오직 창포주가 잔에 가득하고

當門有艾人 당문유애인

문 위에는 애인이 걸려 있네

紵衣行處軟 저의행처연

모시옷 입고 편안히 간 곳에서

竹扇賜來新 죽선사래신

합죽선을 새로이 하사 받아 왔네

欲進江心鏡 욕진강심경

임금님께 강심경을 올리고 싶으나

吾今忝諫臣 오금첨간신

나 지금 황송하게 간관으로 있구나

 

菖酒(창주) : 창포주(菖蒲酒). 민속에 단오일에 사기(邪氣)를 물리치는 뜻에서 창포로 담근 술을 마셨다고 한다.

艾人(애인) : 쑥을 뜯어서 사람 형상으로 만든 인형을 말하는데, 옛 풍속에 단옷날 사기(邪氣)를 물리치는 뜻에서 만들어 문호(門戶) 위에 걸었다고 한다.

江心鏡(강심경) : 당나라 때 양주에서 진상하던 거울. 단옷날 오시(午時)에 장강 한가운데서 만들었다고 한다. 사기(邪氣)를 물리치고 만물(萬物)을 환히 통감(洞鑑)하는 신통력이 있었다고 한다.

 

 

端午 단오      徐居正 서거정

 

客裏逢端午 객리봉단오

떠돌이 생활 중에 단오를 만나니

悠悠歲月新 유유세월신

유구한 세월이 새롭기만 하구나

綵繩如絆我 채승여반아

그넷줄은 나를 얽어 맨 듯하여도

蒲酒不辜人 포주불고인

창포주는 사람을 저버리지 않네

佳節空添恨 가절공첨한

좋은 명절에 공연히 회한만 더하니

浮名豈爲身 부명기위신

덧없는 이름 어찌 몸을 위한 것일까

一陰方動處 일음방동처

음이 사방에서 움직이기 시작하니

萬事亦紛繽 만사역분빈

모든 일이 또한 어지러워지겠구나

 

※一陰方動處(일음방동처) : 하지(夏至)에 음(陰)이 생기기 시작하고, 동지(冬至)에 양(陽)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단오가 하지 무렵에 들었기 때문에 표현한 듯하다.

 

 

端午 二首 단오 이수      徐居正 서거정

 

又是天中節 우시천중절

또 천중절을 맞이하게 되었으니

光陰似轉丸 광음사전환

세월이 구르는 구슬과 같구나

何人腰服艾 하인요복애

어떤 이는 허리에 쑥을 찼는데

有客佩紉蘭 유객패인란

난초를 꿰어 찬 나그네도 있네

燕子微風動 연자미풍동

제비는 미풍에도 몸을 움직이고

榴花小雨寒 류화소우한

석류꽃은 적은 빗물도 차갑구나

年年蒲節酒 년년포절주

해마다 단오절 창포주를 마시니

自可養衰殘 자가양쇠잔

스스로 쇠잔한 몸 양생 할 수 있구나

 

吾生眞落托 오생진락탁

내 생이 참으로 쓸쓸하기만 한데

倏忽換涼炎 숙홀환량염

어느덧 계절이 또 바뀌었구나

世事如炊黍 세사여취서

세상사가 기장밥 짓기와 같은데

功名似採蟾 공명사채섬

공명은 하늘의 별 따기와 같구나

紵衫輕細細 저삼경세세

모시 적삼은 가늘고 가벼우니

竹扇弄纖纖 죽선롱섬섬

합죽선은 살랑살랑 부쳐야지

佳節虛經過 가절허경과

좋은 명절 헛되이 보내고 나니

居然白髮添 거연백발첨

어느덧 흰머리만 늘어났구나

 

※天中節(천중절) : 단오절의 별칭.

※腰服艾,佩紉蘭(요복애,패인란) : 전국 시대 초나라 충신 굴원(屈原)의 이소(離騷)에, ‘집집마다 흰 쑥을 허리에 가득 차도, 그윽한 난초는 찰 수가 없다 하네.〔戶服艾以盈腰兮 謂幽蘭其不可佩〕’라고 한 데서 온 말인데, 쑥은 아첨하는 자에 비유한 것이고, 난초는 충신에 비유한 것이다. 중국 단오의 기원이 참소를 당해 쫓겨난 굴원이 5월 5일에 멱라수(汨羅水)에 투신하여, 해마다 5월 5일에 그의 영혼에 제사를 지낸 데서 유래하여 인용한 것이다.

 

 

端午翼日 用前韻寄日休 二首 단오익일 용전운기일휴 이수        徐居正 서거정

단오 다음날 앞의 운을 사용하여 일휴에게 부치다. 2수

 

百歲身多病 백세신다병

오랜 세월에 몸에 병이 많아서

明窓藥可丸 명창약가환

창이 밝아 환약을 지을 수 있네

小風香菡萏 소풍향함담

작은 바람에 연꽃 향기 불어오고

微雨長芝蘭 미우장지란

가랑비에 지초 난초가 자라나네

酒傾霞液細 주경하액세

술잔 기울이니 하액이 부드럽고

冰嚼水精寒 빙작수정한

얼음 씹으니 수정처럼 차갑구나

隱几宜高臥 은궤의고와

안석에 기대 편안히 높이 누워서

悠悠送晩殘 유유송만잔

남은 만년을 유유히 보내야지

 

天中纔瞥眼 천중재별안

천중절을 겨우 언뜻 보고 지나니

時序向炎炎 시서향염염

계절 차례는 무더위로 가는구나

欲覓三年艾 욕멱삼년애

삼 년 묵은 약쑥을 찾고 싶었는데

眞成六日蟾 진성륙일섬

육일의 두꺼비가 되고 말았구나

山雲橫暗淡 산운횡암담

구름은 산을 어둑하게 가로질렀고

簷雨送簾纖 첨우송렴섬

처마에는 발처럼 가는 비를 보네네

更喜身無事 경희신무사

몸에 아무 일 없어 다시 즐거우니

吟哦藁日添 음아고일첨

날로 더하여 시고를 읊조리는구나

 

※霞液(하액) : 도가(道家)에서 복용하는 새벽이슬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좋은 술을 의미한다.

※三年艾(삼년애) : 삼 년 묵은 약쑥. 맹자(孟子)가 이르기를, 오늘날 왕 노릇 하려는 자는 7년 된 병에 삼년 묵은 쑥을 구하기와 한가지니, 진실로 미리 준비해두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얻지 못한다" 〔今之欲王者 猶七年之病求三年之艾也 苟爲不畜 終身不得〕고 했다.

※六日蟾(육일섬) : 무용지물이 되었음을 뜻한다. 세시기(歲時記)에 만 년 묵은 두꺼비를 육지(肉芝)라 하는데, 이것을 5월 5일에 취하여 말려서 몸에 지니고 다니면 다섯 가지 병기(兵器)를 막아내는 효험이 있으나, 6일에 취한 것은 아무 쓸모가 없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