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망종(芒種)

-수헌- 2022. 6. 5. 14:38

6월 6일은 현충일(顯忠日)이자 절기로는 망종(芒種)이다. 망종(芒種)이란 벼 보리 등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 곡식의 종자를 뿌려야 할 적당한 시기라는 뜻이다. 이 시기는 옛날에는 모내기와 보리 베기에 알맞은 때이다. 따라서 보리 벨 때는 날씨가 좋아야 하고, 모를 심을 땐 적당한 비가 와서 무논에 물이 넘쳐야 하는데 예전의 농부들은 하늘만 쳐다보는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 시기를 노래한 시에도 이러한 비를 기다리는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다.

 

中原淨友堂 遇雨有感 중원정우당 우우유감      李玄逸 이현일    (葛庵集)

중원의 정우당(淨友堂)에서 비를 만나 감회가 일기에

 

小院回廊暑氣淸 소원회랑서기청

여름 날씨가 맑아서 작은 집 회랑에서

支頤臥看嶺雲生 지이와간령운생

턱 괴고 누워서 산봉우리구름 보다가

忽驚時雨添池面 홀경시우첨지면

마침 연못에 떨어지는 비에 깜짝 놀라

遙憶西疇種稻盈 요억서주종도영

멀리서 서쪽 논의 모내기를 회상 하노라

 

*이현일(李玄逸,1627~1704) : 조선 후기 사헌부 장령, 이조참판, 대사헌 등을 역임한 문신. 학자. 자는 익승(翼昇), 호는 갈암(葛庵).

 

 

小雨 소우      成俔 성현    (虛白堂集)

 

細雨霏微不作霖 세우비미불작림

큰비는 안 내리고 가랑비만 조금 내리다가

風吹雲葉度遙岑 풍취운엽도요잠

바람 부니 구름 조각 먼 봉우리 넘어가네

簷牙紫燕呢喃語 첨아자연니남어

처마 밑의 제비들은 지지배배 지저귀고

樹底黃鶯姹婭音 수저황앵차아음

나무 아래 꾀꼬리는 고운 목청 자랑하네

但得一犁滋麥穗 단득일리자맥수

다만 일리우로 보리 이삭만 적셨을 뿐

難敎千畝揷秧針 난교천무삽앙침

천 이랑 논에 모내기 하긴 어렵겠구나

恨屯膏澤無施普 한둔고택무시보

한스럽게도 둔택을 기름지게 베풀지 못해

未慰三農悵望心 미위삼농창망심

삼농의 서글픈 심정을 위로하지 못하겠네

 

※일리우(一犁雨) : 논밭에 쟁기질을 하기에 알맞을 정도로 내린 봄비를 말한다.

※三農(삼농) : 원지(原地)와 습지(濕地)와 평지(平地)의 모든 농사를 말한다. 전하여 여기서는 모든 농사에 종사하는 농부들을 의미한다.

 

*성현(成俔,1439~1504) : 조선 전기 허백당집, 악학궤범, 용재총화 등을 저술한 학자. 자는 경숙(磬叔), 호는 용재(慵齋) 부휴자(浮休子) 허백당(虛白堂) 국오(菊塢). 시호는 문대(文戴)이다.

 

五月卽事 오월즉사      金壽恒 김수항    (文谷集)

5월의 풍경

 

江南五月野梅黃 강남오월야매황

강남에 오월 되니 들판의 매실 익어가고

小雨新晴午景長 소우신청오경장

가랑비 새로이 개니 한낮의 볕이 길구나

繞郭叢篁初逬筍 요곽총황초병순

성곽 주위 대숲에 죽순 나기 시작하고

夾溪畦稻已分秧 협계휴도이분앙

시냇가 이랑에는 벌써 모내기하는구나

天時物色看頻換 천시물색간빈환

천시와 물색이 자주 바뀌는 걸 보며

世味人情付兩忘 세미인정부량망

세상 맛과 인정 모두 잊게 되는구나

麥飯一盂瓜一辦 맥반일우과일판

보리밥 한 그릇과 오이 한 개 있으면

珍烹不羨太官羊 진팽불선태관양

맛있는 태관의 양요리도 부럽지 않네

 

*김수항(金壽恒,1629~1689) : 조선 후기 예조판서, 좌의정, 영의정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구지(久之), 호는 문곡(文谷).

 

 

正當揷秧小旱 爲賦一律以解 정당삽앙소한 위부일률이해      鄭宗魯 정종로    (立齋集)

모내기할 때 되었으나 조금 가물었기에 율시 한 수를 지어 가뭄을 풀고자 하였다

 

幽壑潛龍盡日哦 유학잠룡진일아

골짜기에 숨어 있던 잠룡이 종일토록 울어대어

風雲方欲得來多 풍운방욕득래다

바람과 구름을 사방에서 많이 불러 오려하네

上天倘値三農節 상천당치삼농절

하늘이 혹시라도 삼농 절기의 가치를 안다면

澤物寧敎萬姓嗟 택물녕교만성차

만물을 윤택케 해야지 백성을 탄식케 하는가

玉帝定收封水令 옥제정수봉수령

옥황상제께서는 물을 가두라는 영을 거두시고

晶宮應唱采菱歌 정궁응창채릉가

수정궁에서 마땅히 채릉가를 노래하게 해야지

休言旱魃將爲虐 휴언한발장위학

한발이 앞으로도 혹독할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

卽看江星已動華 즉간강성이동화

이제 보니 이미 강성이 빛을 움직였다네

 

未數日果雨 미수일과우

며칠이 되지 않아 과연 비가 왔다.

 

※采菱歌(채릉가) : 비가 많이 와서 연못에서 배를 타고 마름을 따면서 부르는 노래를 말한다.

※江星(강성) : 사기(史記)의 천관서(天官書)에 의하면. ‘강성이 움직이면 사람이 물을 건넌다. [江星動, 人涉水.].라고 한다.

 

*정종로(鄭宗魯,1738~1816) : 조선 후기 입재집, 소대명신언행록 등을 저술한 학자. 자는 사앙(士仰), 호는 입재(立齋) 또는 무적옹(無適翁).

 

 

英陵奉審時次慶安驛 次壺谷韻 영릉봉심시차경안역 차호곡운      李敏敍 이민서    (西河集)

영릉을 봉심 할 때 경안역에 머물며 호곡의 시에 차운하다

 

稻揷新秧麥欲收 도삽신앙맥욕수

모내기 새로 하려고 보리 수확하려 하니

流泉決決浸良疇 류천결결침량주

샘물이 넘쳐흘러 좋은 전답에 스며드네

胡爲久索長安米 호위구색장안미

어찌 오랫동안 장안의 쌀을 찾고 있었나

從此歸田百不憂 종차귀전백불우

이제 전원에 돌아가 온갖 걱정 놓으리라

 

※奉審(봉심) : 예전에, 임금의 명을 받들어 능이나 종묘를 보살피는 일.

※壺谷(호곡) : 남용익(南龍翼, 1628~1692)의 호이다.

※索長安米(색장안미) : 장안에서 쌀을 찾는다는 뜻으로 한양에서 벼슬살이를 추구한다는 뜻이다.

 

*이민서(李敏敍,1633~1688) : 조선 후기 호조판서, 이조판서, 지 돈녕 부사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이중(彛仲), 호는 서하(西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