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보리타작과 농가의 근심

-수헌- 2022. 5. 20. 17:48

田家吟 到廣陵村 전가음 도광릉촌      徐居正 서거정    (四佳集)

전가음 광릉촌에 이르다.

 

廣陵原頭大麥熟 광릉원두대맥숙

광릉의 들판에는 보리가 누렇게 익었고

廣陵山下桑葉禿 광릉산하상엽독

광릉의 산 밑에는 뽕잎을 다 땄구나

田夫打麥聲如雷 전부타맥성여뢰

농부들 보리타작 소리는 천둥 치듯 하고

野婦繰絲白於玉 야부조사백어옥

시골 아낙 뽑은 고치실은 옥처럼 희구나

當時生理稍自足 당시생리초자족

이때의 생활은 조금 넉넉해졌겠지만

復憂幸未充租糴 부우행미충조적

행여 조세를 못 채울까 다시 걱정이구나

昨夜水田雨旣膏 작야수전우기고

어젯밤 무논에는 이윽고 비가 흠뻑 내려

香風翻翻秧新綠 향풍번번앙신록

향기로운 바람에 모가 파랗게 펄럭이니

此時耘鋤當及時 차시운서당급시

이때 때맞추어 김을 매 줘야 하는데

大兒踉蹡小兒躍 대아량장소아약

큰 애는 비틀대고 작은 애는 뛰기만 하네

丁寧相告務穡事 정녕상고무색사

진실로 서로 고하며 농사일 열심히 하여

愼勿坐受縣官督 신물좌수현관독

삼가 현 관리의 독촉받지 않도록 하라

 

 

農家麥秋 농가맥추      奇遵 기준    (德陽遺稿)

농가의 보리 수확

 

荒歲黎民苦待秋 황세려민고대추

흉년에 백성들은 보리 수확만 기다려서

山城牟麥已登疇 산성모맥이등주

산성에 보리 걷으러 이미 밭둑을 오르네

飢翁肩橐田頭乞 기옹견탁전두걸

굶주린 노인은 전대 메고 밭에서 구걸하고

貧婦腰鎌雨裏收 빈부요겸우리수

가난한 아낙네 낫을 차고 빗속에서 거두네

舊貸未還催早稅 구대미환최조세

밀린 빚도 못 갚았는데 벌써 세금 독촉하고

累徭纔免又新調 누요재면우신조

거듭된 부역 겨우 면하니 또 징발하는구나

窮家所蓄應無裕 궁가소축응무유

가난한 집에 모아둔 게 응당 남아있지 않으니

西作方殷盡室愁 서작방은진실수

바쁜 수확 다 끝나도 가족 모두 근심이네

 

*기준(奇遵,1492~1521) : 조선 중기의 문신. 자는 경중, 호는 복재(服齋) 덕양(德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