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打麥歌 (타맥가) - 보리타작 노래

-수헌- 2022. 5. 15. 14:54

打麥歌 타맥가     李是遠 이시원

보리타작 노래

 

我聞勞者歌其事 아문로자가기사

내 듣기로 일꾼들은 노래하며 일한다는데

作苦田家莫如麥 작고전가막여맥

농가에 보리농사만큼 힘든 일도 없구나

老翁理耞傴背黑 노옹리가구배흑

늙은이 도리깨질에 굽은 등이 검게 타고

長男磨鎌跣脚赤 장남마겸선각적

큰 아들은 낫 갈아 맨다리로 돌아다니네

 

黃塵浮動白日昏 황진부동백일혼

누런 티끌 떠다니니 한낮에도 어둑하고

戰塲聲翻槐葉陌 전장성번괴엽맥

느티나무 길의 타작소리가 전쟁터로구나

農家此穀最難打 농가차곡최난타

농가에선 이 곡식 타작이 가장 어려우니

粒粒無非辛苦積 립립무비신고적

낱알마다 고생 쌓이지 않은 것이 없구나

 

田頭穗忌霧雨濕 전두수기무우습

밭가의 이삭은 습한 안개비를 꺼리기에

背上芒如蜂蠆螫 배상망여봉채석

등 위의 보리 까끄라기 벌침마냥 쏘는구나

朱門酒肉但食新 주문주육단식신

부자들은 술 고기에다 새 음식만 먹으니

豈識西疇流汗白 개식서주류한백

서쪽 밭에 땀 흘리며 일하는 걸 어찌 알리

 

靑黃半粒作役糧 청황반립작역양

양식할 수 있는 반쯤 푸르고 누런 알곡도

窮節甁盎朝不夕 궁절병앙조불석

궁절에 아침엔 항아리 차도 저녁엔 없는데

貽年天意慶莫大 이년천의경막대

올해는 하늘 뜻이 크나큰 경사를 베풀어서

度嶺村謳憂盡釋 도령촌구우진석

재 너머 마을에 근심 모두 풀고 노래하겠네

 

黃留告喜竹鷄舞 황류고희죽계무

꾀꼬리는 기쁜 소식 알리고 자고새 춤추고

銍艾聲中場圃闢 질애성중장포벽

낫질하는 소리 속에 타작마당이 열렸구나

經年阻飢臂無力 경년조기비무력

지난해에 굶주려서 팔에 힘이 없어서

揀選村中侯亞伯 간선촌중후아백

마을에서 버금가는 일꾼들을 가려 뽑았네

 

炎炎畏曦曝中天 염염외희폭중천

찌는 듯 무서운 햇볕이 하늘에서 내리쬐도

習習薰風生兩腋 습습훈풍생량액

겨드랑이엔 훈풍이 산들산들 일어나네

呼兒柳樾促點心 호아류월촉점심

아이 불러 버들 아래로 점심을 재촉하니

借婦綦中裹半額 차부기중과반액

이마를 반쯤 감싼 아낙이 들고 오는구나

 

塵糠雨粒互攻擊 진강우립호공격

겨 먼지와 알곡 빗발이 서로를 공격하니

壯觀何如楚漢壁 장관하여초한벽

어쩌면 초한의 전쟁터처럼 볼 만하구나

飜來空裏急雷響 번래공리급뢰향

갑자기 천둥소리 내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掠去庭心厚地坼 양거정심후지탁

마당 가운데 내려치니 굳은 땅도 갈라지겠네

 

平生氣力此時盡 평생기력차시진

평생의 기력을 이때 모두 쓰고 있으니

貰酒酬功君莫惜 세주수공군막석

그대 외상술값 갚는 것을 아까워 말라

登塲手法詑鍊熟 등장수법이간숙

마당에 올라 숙련된 솜씨를 자랑하지만

高下平斜皆有適 고하평사개유적

잘하고 못하고 고르지 않음은 당연하네

 

如令藳裏入顆粒 여령고리입과립

멍석 틈에 알곡이 들어갈까 주의하라며

恐負身邊被襏襫 공부신변피발석

몸에 걸친 도롱이에 들어갈까 걱정하네

豳風圖上此可添 빈풍도상차가첨

빈풍칠월도에 이 광경도 더할 수 있다면

那得農謳說前席 나득농구설전석

농부의 노래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窮節(궁절) : 예전에, 묵은 곡식은 다 떨어지고 보리는 미처 여물지 않아서 농가의 식량 사정이 가장 어려운 음력 3, 4월의 시기를 이르던 말. 춘궁기.

※豳風圖(빈풍도) : 빈풍칠월도(豳風七月圖). 주(周) 나라 주공(周公)이 섭정을 마치고 나이 어린 성왕(成王)을 등극시킬 때, 백성들 생업의 어려움을 인식시키기 위하여 지었던 시경의 빈풍칠월편을 그림으로 묘사한 그림. 조선시대에도 칠월편을 8장면으로 구성한 빈풍칠월도가 주로 제작되어 통치자들에게 백성들의 노고와 고충을 생각하게 하는 교훈적 그림으로 기능하였다.

 

*李是遠(이시원, 1789~1866) : 조선후기 이조판서, 예문관제학, 정헌대부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자직(子直), 호는 사기(沙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