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사시사(四時詞)

田家四時 전가사시 金克己 김극기

-수헌- 2022. 2. 26. 10:57

田家四時 전가사시      金克己 김극기 

 

春     춘

草箔遊魚躍 초박유어약

풀 섶 발 속에는 고기들이 뛰어놀고

楊堤候鳥翔 양제후조상

버드나무 둑에는 철새가 높이 나네

耕臯菖葉秀 경고창엽수

밭 가는 둑에는 창포 잎이 우거지고

饁畝蕨芽香 엽무궐아향

점심 먹는 이랑에 고사리 순 향기롭네

喚雨鳩飛屋 환우구비옥

비둘기는 지붕 위에 날며 비를 부르고

含泥燕入樑 함니연입량

진흙을 문 제비는 들보로 들어오네

晩來芧舍下 만래서사하

저물녘 돌아온 초가집 방 안에서

高臥等羲皇 고와등희황

베개 높이 누우니 희황과 같구나

 

※羲皇(희황) : 희황상인(羲皇上人)의 준말로 복희씨(伏羲氏) 이전 즉 태고(太古) 때의 사람을 말하며, 전하여 번잡한 세속을 버리고 편히 숨어 사는 사람을 말한다. 진(晉)의 도잠(陶潛)은 항상 말하기를 “오뉴월에 북창 아래 누워서 시원한 바람이 잠깐 불어오면 스스로 ‘희황상인’이라 이른다. [五六月中 北窓下臥 遇涼風暫至 自謂是羲皇上人]”고 하였다. 《진서(晉書) 도잠전(陶潛傳》

 

夏     하

柳郊陰正密 유교음정밀

버드나무 들판에 녹음이 우거지고

桑壟葉初稀 상롱엽초희

뽕나무 밭에 뽕잎이 드문드문 나네

雉爲哺雛瘦 치위포추수

꿩은 병아리 먹이느라 여위어 가고

蠶臨成繭肥 잠림성견비

누에는 다 자라서 고치를 살찌우네

薰風驚麥隴 훈풍경맥롱

훈풍에 보리 밭둑 어지러이 일렁이고

凍雨暗苔磯 동우암태기

찬 비 내리니 이끼 낀 물가 어둑하네

寂寞無軒騎 적막무헌기

찾아오는 사람 없어 적막하기만 하고

溪頭晝掩扉 계두주엄비

낮인데도 시냇가 대문은 닫혀 있구나

 

 

秋      추

搰搰田家苦 골골전가고

부지런히 힘쓰던 농가의 수고도

秋來得暫閑 추래득잠한

가을이 오니 잠시 한가해지네

雁霜楓葉塢 안상풍엽오

언덕 단풍에 서리 오고 기러기 오니

蛩雨菊花灣 공우국화만

비 내린 국화 곁에 귀뚜라미 우네

牧笛穿煙去 목적천연거

목동은 피리 불며 안개를 뚫고 가고

樵歌帶月還 초가대월환

나무꾼 노래하며 달빛에 돌아오네

莫辭收拾早 막사수습조

일찍 거둬들인다는 말 하지 마시게

梨栗滿空山이 이률만공산

배와 밤이 텅 빈 산에 가득할 테니

 

 

冬      동

歲事長相續 세사장상속

해마다 할 일이 끝도 없이 이어져

終年未釋勞 종년미석로

해가 다 가도 일을 끝내지 못했구나

板簷愁雪壓 판첨수설압

눈에 짓눌린 판자 처마가 걱정되고

荊戶厭風號 형호염풍호

바람에 울리는 지게문 소리도 싫네

霜曉伐巖斧 상효벌암부

서리 내린 새벽에는 나무하러 가고

月宵升屋綯 월소승옥도

달밤에는 지붕 이을 새끼 꼬아야지

佇看春事起 저간춘사기

봄 농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가

舒嘯便登皐 서소편등고

휘파람 불며 편안히 언덕에 올라야지

 

*김극기(金克己, 1150경~1204경): 본관은 광주(廣州). 호는 노봉(老峰). 농민반란이 계속 일어나던 시대에 핍박받던 농민들의 모습을 꾸밈없이 노래한 농민시(農民詩)의 개척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