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사시사(四時詞)

四時詞 사시사 李奎報 이규보

-수헌- 2022. 2. 23. 16:03

四時詞 사시사    李奎報 이규보

 

春    봄

 

柳撚金絲颺曉風 류년금사양효풍

금실 꼰 듯한 버들은 새벽바람에 날리고

一雙閑燕語玲瓏 일쌍한연어령롱

한가로운 제비 한 쌍 소리가 영롱하구나

美人睡起心煩悶 미인수기심번민

자고 일어난 미인은 그 마음이 심란하여

皓腕擎花吸露紅 호완경화흡로홍

흰 팔로 붉은 꽃을 받들어 이슬을 마시네

 

夏    여름

 

銀蒜垂簾白日長 은산수렴백일장

긴긴 대낮에 은산으로 주렴을 드리우고

烏紗半岸洒風涼 오사반안쇄풍량

오사모를 반쯤 젖히니 바람이 시원하네

碧筒傳酒猶嫌熱 벽통전주유혐열

벽통에 술 권해도 오히려 더워 싫어서

敲破盤氷嚼玉漿 고파반빙작옥장

반위의 얼음을 두드려 깨서 옥장을 먹는다

 

銀蒜(은산) : 은으로 마늘통 모양으로 만들어 주렴 밑에 매달아 발이 잘 늘어지게 만든 장식.

烏紗(오사) : 烏紗帽(오사모). 고려 말기부터 조선 시대에 걸쳐 벼슬아치가 쓰던, 검은 깁으로 만든 모자. 지금은 흔히 전통 혼례식에서 신랑이 쓰는 사모(紗帽)를 말한다.

碧筒(벽통): 삼국(三國) 시대 위(魏) 나라 정각(鄭慤)이 삼복(三伏)에 피서(避暑)를 하면서 연잎(蓮葉)에다 술 석 되를 담아서 잠(簪)으로 연잎의 줄기를 찔러서 마시면 술 향기가 맑고 시원하다 하였는데, 그것을 벽통주(碧筒州)라 하였다.

玉漿(옥장) : 선인(仙人)이 마시는 음료(飮料)를 뜻한다.

 

 

秋     가을

 

騎省初驚見二毛 기성초경견이모

기성이 흰머리 보고 처음으로 놀랐으나

西風一夜碧天高 서풍일야벽천고

서풍 하룻밤 부니 푸른 하늘 높아졌네

夢魂盡處山重疊 몽혼진처산중첩

꿈이 깨어난 곳에 산이 첩첩 쌓였는데

月苦霜寒斷雁呼 월고상한단안호

찬 서리에 달 괴롭고 기러기 소리도 끊겼네

 

騎省初驚見二毛(기성초경견이모) : 騎省(기성)은 진(晉) 나라의 반악(潘岳)이 산기좌우상시(散騎左右常侍)를 지냈기에 추흥부서(秋興賦序)에서 나는 산기의 성에서 근무했다고 한 데서 온 말이고, 이모(二毛)는 검은 머리와 흰머리를 말하는데 삼십 이세를 의미하기도 한다. 역시 반악이 추흥부서(秋興賦序)에서 “나는 서른두 살부터 이모(흰머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余春秋三十有二始見二毛]”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冬     겨울

 

浙瀝風輕雪驟飄 절력풍경설취표

바람소리 가벼운데도 눈은 휘날리고

王孫不憚捻鸞簫 왕손불탄념란소

왕손은 난소 불기를 꺼려하지 않네

綺筵熏暖猶敎摺 기연훈난유교접

비단 자리 오히려 따뜻하게 접게 하니

不用剛添獸炭燒 불용강첨수탄소

억지로 수탄을 더 태울 필요가 없겠네

 

獸炭(수탄) : 獸炭(수탄)은 탄(炭) 가루를 짐승 모양으로 뭉쳐놓은 것인데 도성(都城)의 호귀가(豪貴家)들이 이것으로 술을 데워 마셨다는 고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