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時詞 사시사 陳溫 진온
春 봄
玉帳牙床別院中 옥장아상별원중
별당 안 아름다운 장막 상아 침상에서
閑吟隨意繞花叢 한음수의요화총
꽃떨기 두르고 뜻대로 한가히 읊다가
忽聞杏杪鶯兒囀 홀문행초앵아전
홀연 살구나무 끝의 꾀꼬리 소리 듣고
手放金丸看落紅 수방금환간락홍
손으로 금환을 던져 떨어지는 꽃을 보네
夏 여름
金盤紅縷聳氷峯 금반홍루용빙봉
금반의 붉은 실에 얼음봉우리가 솟았고
畫閣陰陰樹影籠 화각음음수영롱
화려한 누각 짙은 나무 그늘에 싸였네
半岸烏紗欹玉枕 반안오사의옥침
오사모 반쯤 젖히고 옥 베개에 기대어
互敎纖手扇淸風 호교섬수선청풍
고운 손 번갈아 시켜 맑은 바람 부치네
秋 가을
釦砌微微着淡霜 구체미미착담상
섬돌에 희미하게 엷은 서리가 내리니
裌衣新護玉膚涼 겹의신호옥부량
겹옷으로 옥처럼 맑은 피부 새로 감싸네
王孫不解悲秋賦 왕손불해비추부
왕손은 비추부를 이해하지 못하고
只喜深閨夜漸長 지희심규야점장
다만 규방의 밤 길어질 것만 기뻐하네
※悲秋賦(비추부) : 전국 시대의 초(楚) 나라 사람인 송옥(宋玉)이 지은 『초사(楚辭)』 「구변(九辨)」을 말한다. 송옥은 굴원(屈原)의 제자로서 그 선생이 쫓겨남을 민망히 여겨 이 글을 지었다.
冬 겨울
繡幕深深畫毯重 수막심심화담중
수놓은 깊은 장막에 채색 담요는 겹겹인데
龍爐鳳炭發春紅 용로봉탄발춘홍
용봉 화로에 숯불이 봄꽃처럼 붉게 피네
酒酣蘭麝熏人面 주감란사훈인면
주연이 무르익자 난사에 얼굴이 훈훈하여
掛起金窓向雪風 괘기금창향설풍
쇠 창문을 열어젖혀 눈바람을 쏘이노라
*진온(陳溫) : 고려 후기 예빈 시경, 나주목사 등을 역임한 관리. 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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