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時詞 사시사 李奎報 이규보
春 봄
柳撚金絲颺曉風 류년금사양효풍
금실 꼰 듯한 버들은 새벽바람에 날리고
一雙閑燕語玲瓏 일쌍한연어령롱
한가로운 제비 한 쌍 소리가 영롱하구나
美人睡起心煩悶 미인수기심번민
자고 일어난 미인은 그 마음이 심란하여
皓腕擎花吸露紅 호완경화흡로홍
흰 팔로 붉은 꽃을 받들어 이슬을 마시네
夏 여름
銀蒜垂簾白日長 은산수렴백일장
긴긴 대낮에 은산으로 주렴을 드리우고
烏紗半岸洒風涼 오사반안쇄풍량
오사모를 반쯤 젖히니 바람이 시원하네
碧筒傳酒猶嫌熱 벽통전주유혐열
벽통에 술 권해도 오히려 더워 싫어서
敲破盤氷嚼玉漿 고파반빙작옥장
반위의 얼음을 두드려 깨서 옥장을 먹는다
※銀蒜(은산) : 은으로 마늘통 모양으로 만들어 주렴 밑에 매달아 발이 잘 늘어지게 만든 장식.
※烏紗(오사) : 烏紗帽(오사모). 고려 말기부터 조선 시대에 걸쳐 벼슬아치가 쓰던, 검은 깁으로 만든 모자. 지금은 흔히 전통 혼례식에서 신랑이 쓰는 사모(紗帽)를 말한다.
※碧筒(벽통): 삼국(三國) 시대 위(魏) 나라 정각(鄭慤)이 삼복(三伏)에 피서(避暑)를 하면서 연잎(蓮葉)에다 술 석 되를 담아서 잠(簪)으로 연잎의 줄기를 찔러서 마시면 술 향기가 맑고 시원하다 하였는데, 그것을 벽통주(碧筒州)라 하였다.
※玉漿(옥장) : 선인(仙人)이 마시는 음료(飮料)를 뜻한다.
秋 가을
騎省初驚見二毛 기성초경견이모
기성이 흰머리 보고 처음으로 놀랐으나
西風一夜碧天高 서풍일야벽천고
서풍 하룻밤 부니 푸른 하늘 높아졌네
夢魂盡處山重疊 몽혼진처산중첩
꿈이 깨어난 곳에 산이 첩첩 쌓였는데
月苦霜寒斷雁呼 월고상한단안호
찬 서리에 달 괴롭고 기러기 소리도 끊겼네
※騎省初驚見二毛(기성초경견이모) : 騎省(기성)은 진(晉) 나라의 반악(潘岳)이 산기좌우상시(散騎左右常侍)를 지냈기에 추흥부서(秋興賦序)에서 나는 산기의 성에서 근무했다고 한 데서 온 말이고, 이모(二毛)는 검은 머리와 흰머리를 말하는데 삼십 이세를 의미하기도 한다. 역시 반악이 추흥부서(秋興賦序)에서 “나는 서른두 살부터 이모(흰머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余春秋三十有二始見二毛]”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冬 겨울
浙瀝風輕雪驟飄 절력풍경설취표
바람소리 가벼운데도 눈은 휘날리고
王孫不憚捻鸞簫 왕손불탄념란소
왕손은 난소 불기를 꺼려하지 않네
綺筵熏暖猶敎摺 기연훈난유교접
비단 자리 오히려 따뜻하게 접게 하니
不用剛添獸炭燒 불용강첨수탄소
억지로 수탄을 더 태울 필요가 없겠네
※獸炭(수탄) : 獸炭(수탄)은 탄(炭) 가루를 짐승 모양으로 뭉쳐놓은 것인데 도성(都城)의 호귀가(豪貴家)들이 이것으로 술을 데워 마셨다는 고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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