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雪晴[눈 개인 맑은 날] 外

-수헌- 2021. 12. 5. 22:17

雪晴 설청      卞季良 변계량

눈 개인 맑은 날

 

風急雪花飄若絮 풍급설화표야서

강풍 불어오니 눈꽃은 솜처럼 휘날리고

山晴雲葉白於綿 산청운엽백어면

산이 개니 구름 조각 솜보다 더 희구나

箇中莫怪無新句 개중막괴무신구

여기에 새로운 시 없음은 이상하지 않으니

佳興從來未易傳 가흥종내미역전

예부터 좋은 흥은 쉽게 전하지 못한다네

 

변계량(卞季良, 1369~1430) : 조선 전기 수문 전제학, 의정부 참찬, 대제학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거경(巨卿), 호는 춘정(春亭).

雪夜獨坐 설야독좌      金壽恒 김수항

눈 오는 밤 홀로 앉아

 

破屋凉風入 파옥량풍입

허물어진 집에 찬바람 들어오고

空庭白雪堆 공정백설퇴

빈 마당엔 흰 눈만 쌓이는구나

愁心與燈火 수심여등화

시름 깊은 마음이 등불과 함께

此夜共成灰 차야공성회

이 밤에 모두가 타 버리는구나

 

*金壽恒(김수항,1629-1689) : 조선 후기 예조판서, 좌의정, 영의정 등을 역임한 문신.

 

詠雪 영설      鄭昌胄 정창주

눈을 읊다

 

不夜千峯月 불야천봉월

달빛에 봉우리마다 밤 아닌 듯하고

非春萬樹花 비춘만수화

봄도 아닌데 온 나무에 꽃이 피었네

乾坤一點黑 건곤일점흑

천지 사이 단 한 점의 검은빛은

城上暮歸鴉 성상모귀아

저물녘 돌아가는 성 위의 까마귀구나

 

*晩洲 鄭昌胄(만주 정창주) : 조선 후기 헌납, 승지, 전라도 관찰사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사흥(士興), 호는 만사(晩沙), 만주(晩洲), 묵헌(默軒). 중시 문과에 병과로 급제한 뒤 헌납이 되었으며, 전라도 관찰사를 지냈다

 

路上所見 노상소견      姜世晃 강세황

길 위에서 느낀 생각

 

凌波羅襪去翩翩 능파라말거편편

능파선이 비단 버선발로 사뿐사뿐 가더니

一入重門便杳然 일입중문편묘연

중문을 한번 들어서곤 아득히 사라졌네

惟有多情殘雪在 유유다정잔설재

오로지 다정스러운 잔설이 남아 있어

壷痕留印短墻邊 호흔유인단장변

그녀의 발자국이 담장 가에 찍혀 있네.

 

凌波羅襪(능파라말) : 능파선자(凌波仙子)라는 물의 여신이 물 위를 버선발로 사뿐사뿐 걷는 모습. 위(魏) 나라 조식(曺植)이 낙수(洛水)의 신녀인 복비(宓妃)를 두고 지은 낙신부(洛神賦)에서 ‘물결을 타고 사뿐사뿐 걸으니 비단 버선에 먼지가 난다[凌波微步 羅襪生塵]’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따라서 이 구절은 선녀처럼 아름다운 여인의 걸음걸이를 표현하였다.

 

*姜世晃(강세황,1713~1791) : 조선 후기 시, 서, 화 삼절(三絶)로 일컬어진 화가. 문관, 평론가. 자는 광지(光之), 호는 첨재(忝齋), 산향재(山響齋), 박암(樸菴), 의산자(宜山子), 견암(蠒菴) 등.

 

雪 설      金炳淵 김병연

 

天皇崩乎人皇崩 천황붕호인황붕

천황이 죽었는지 인황이 죽었는지

萬樹靑山皆被服 만수청산개피복

청산의 온 나무가 모두 상복 입었네

明日若使陽來弔 명일약사양래조

내일 만약 해님 시켜 문상을 오면

家家簷前淚滴滴 가가첨전루적적

집집마다 처마 끝에 눈물 흘리리라

 

*金炳淵(김병연, 1807~1863) : 조선 후기의 풍류 방랑시인 김삿갓. 자는 성심(性沈), 호는 난고(蘭皐).

 

눈 덮힌 덕유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