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동지(冬至) - 목은(牧隱) 이색(李穡)

-수헌- 2021. 12. 17. 11:49

동지(冬至)는 일 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이다. 예전에는 이 날부터 한 해가 새로이 시작되는 걸로 생각해서 동지를 작은설[小新正, 亞歲]이라고도 했다. 동짓날에는 팥죽을 쑤어 먹는 습관이 있는데, 팥죽을 쑤어 사당에 올리고 대문이나 집안에 액막이로 뿌리는 풍습도 있었다. 대개 귀신이 붉은빛을 싫어하기 때문에 생긴 풍속일 것이다. 또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훈훈한 풍습이 있었다.

동지에 팥죽을 먹는 풍속은 고려시대에도 있었다. 목은(牧隱) 이색(李穡)목은시고(牧隱詩藁)에서 동지에 얽힌 사연을 다음과 같이 시로 읊었다.

 

冬至陰乃極 동지음내극

동지에는 음이 극에 이르러

故有一陽生 고유일양생

그래서 양이 조금씩 생겨나네

聖人喜之甚 성인희지심

성인들은 이를 크게 기뻐하여

考卦以復名 고괘이부명

동지의 괘를 복괘로 이름했네

是曰天之春 시왈천지춘

이를 일러 천체의 봄이라 하니

萬物所由萌 만물소유맹

만물이 이로부터 싹트기 시작하네

人心敝於欲 인심폐어욕

사람의 마음도 욕심에 가려졌다가

善端時露呈 선단시로정

착하고 곧음이 이때부터 나타나나

養之在君子 양지재군자

키우는 일은 군자에게 달렸으니

匪他先立誠 비타선립성

다름 아닌 정성이 먼저 서야 하네

勤勤去非禮 근근거비례

예가 아닌 것을 부지런히 버려야만

始見本然明 시견본연명

비로소 밝은 본성을 보게 되리라

豆粥澡五內 두죽조오내

팥죽 먹고 오장을 깨끗이 씻으니

血氣調以平 혈기조이평

혈기가 골라져서 평온해지네

爲益信不淺 위익신불천

얕지 않은 믿음이 점점 더 커지니

可見聖人情 가견성인정

성인의 뜻을 알게 되었구나

世道漸以降 세도점이강

세상의 도리가 점점 떨어지니

理功何日成 이공하일성

도의 보람은 언제나 이루어질까

 

복괘(復卦) : 중국 역서에서 동짓달(11월)에 해당하는 괘(卦). 중국 주나라에서는 동짓날 생명력과 광명이 부활한다고 생각하여 동지를 설로 삼았고, 당나라 역법서(曆法書)인 선명력(宣明曆)에도 동지를 역(曆)의 시작으로 보았다. 역경(易經)에도 복괘(復卦)에 해당하는 11월을 자월(子月)이라 해서 동짓달을 일 년의 시작으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