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한용운(萬海 韓龍雲, 1879~1944)은 일제강점기 불교계에 혁신적인 사상을 전하고 독립운동에도 앞장섰던 승려이자 민족시인으로 1919년 3·1 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으로 참여하였다. 일제에 체포되어 3년형을 받고 수감되었으며, 이후에도 1944년 입적(入寂)할 때까지 1940년 창씨개명 반대운동, 1943년 조선인 학병 출정 반대운동 등을 펴기도 하였다. 1926년 『님의 침묵』이라는 첫 시집을 발간하였고, 시조와 한시를 포함하여 모두 300여 편에 달하는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이 시는 옥중에서 쓴 듯하다. 마지막 철창조차 막을 수 없는 종소리는 독립의 희망을 뜻하는 듯하다. 속명(俗名)은 유천(裕天)이고, 법명은 용운(龍雲), 자(字)는 정옥(貞玉), 법호(法號)는 만해(萬海)이다.
雪夜 설야 韓龍雲 한용운
눈 오는 밤
四山圍獄雪如海 사산위옥설여해
사방 산에 바다 같은 눈이 감옥을 두르니
衾寒如鐵夢如灰 금한여철몽여회
무쇠처럼 찬 이불에서 재 같은 꿈을 꾼다
鐵窓猶有鎖不得 철창유유쇄부득
철창조차 오히려 잠글 수 없는 게 있으니
夜聞鐘聲何處來 야문종성하처래
한밤중에 들리는 종소리 어디에서 오는가
雪曉 설효 韓龍雲 한용운
눈 내린 새벽
曉色通板屋 효색통판옥
새벽 눈빛이 판자 집에 스며드니
怱怱不可遊 총총불가유
바쁘게 유람 다닐 수가 없네
層郭孤雲去 층곽고운거
층층 성곽 위에 구름 한 점 가고
亂峰殘月收 난봉잔월수
어지러운 봉우리 잔월이 넘어가네
寒情遶玉樹 한정요옥수
차가운 본성이 옥수를 에워싸니
新夢過滄洲 신몽과창주
창주를 지나는 새로운 꿈을 꾸네
風起鍾聲急 풍기종성급
바람 일어나서 종소리 급히 울고
乾坤歷歷浮 건곤역력호
천지가 뚜렷하게 떠 있구나.
※玉樹(옥수) : 아름다운 나무라는 뜻으로, 재주가 뛰어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滄洲(창주) : 위나라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인 완적(阮籍)이 창주를 굽어보며 지백에게 사례하고, 기산에 올라가 허유에게 절한다[臨滄洲而謝支伯 登箕山以揖許由]라고 쓴 글에서 유래했으며, 이후 산수 좋은 은사(隱士)의 거처로 쓰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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