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百中節 백중절

-수헌- 2021. 8. 18. 16:03

음력 7월 15일은 백중절(百中節)이다. 올해는 8월 22일이고 다음날인 23일은 14번째 절기인 처서(處暑)이기도 하다. 처서(處暑)가 되면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기운을 느끼게 되고, 풀이 더 자라지 않기 때문에 산소의 벌초를 하기도 한다.

백중(百中)절은 백종(百種), 중원(中元), 망혼일(亡魂日) 이라고도 하며, 사당이나 조상의 묘에 제사를 지내기도 하고, 세벌 논매기가 모두 끝난 후 고생한 머슴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머슴들에게 술과 안주를 대접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사를 호미씻이라고 하는데 지역에 따라 민속놀이로 발전 전승(傳承)되어 오기도 한다. 유명한 백중절 민속놀이로 중요 무형문화재 제68호인 밀양 백중놀이가 있다.

백중의 다른 이름인 중원은 유가(儒家)가 아닌 도가(道家)에서 유래 하였고, 불교에서는 우란분재(盂蘭盆齋)를 지내는 우란분절(盂蘭盆節)이라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유교를 숭상하던 조선시대 옛 선비들이 백중절을 노래한 시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홍길동전의 저자인 허균(許筠)은 그의 시 궁사 중에서 중원절에 지내는 우란분재를 읊었다.

 

宮詞(궁사) 중에서    許筠   허균

 

中元佳節設蘭盆 중원가절설란분

우란분을 차리는 중원절 좋은 절기에

蔓果紛披百種繁 만과분피백종번

덩굴 과일은 널리고 백곡은 번성하네

東序罷朝宮監去 동서파조궁감거

동서에 조회 파하자 궁감이 물러가서

上林處深祭亡魂 상림처심제망혼

상림 깊은 곳에서 망혼에 제 올리네

 

 

中元   중원(백중)    仇遠   구원

 

初秋當望夜 초추당망야

초가을이 되어 보름밤을 맞으니

平楚帶斜曛 평초대사훈

석양이 아름답게 고루 비껴 비추네

暑氣能昏月 서기능혼월

더운 기운은 저녁달까지 미치는데

砧聲不隔雲 침성불격운

다듬이 소리는 구름에 닿지 못하네

華燈浮白水 화등부백수

아름다운 등불을 맑은 물에 띄우고

老衲誦冥文 노납송명문

노승은 천도하는 경문을 외는구나

漫說中元節 만설중원절

중원절에 대해 충분히 말하는 것을

儒書惜未聞 유서석미문

유가서에서는 못 보아 애석하구나

 

구원(仇遠, 1247~1326) : 송말(松末) 원초(元初)의 시인.

 

밀양 백중놀이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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