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七夕歌 칠석가

-수헌- 2021. 8. 10. 19:02

칠석(七夕)은 음력 7월 7일로 우리나라, 중국, 일본, 대만 등에서 전승되는 설화에서 비롯된 날로

견우(牽牛)직녀(織女)가 까마귀와 까치들이 놓은 오작교에서 1년에 1번씩 만났다는 설화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설화는 옥황상제가 오직 베 짜는 일만 열심히 하는 손녀 직녀(織女)를 역시 부지런히 일만 아는 견우(牽牛)에게 시집보냈는데, 혼인한 뒤부터 둘 다 게으름만 피우자 대로(大怒)하여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떨어져 살게 했다.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애태우면서 지내야 하는 견우와 직녀의 안타까운 사연을 안 까마귀와 까치들은 해마다 칠월칠석에 이들을 만나게 해 주기 위하여 하늘로 올라가 다리[烏鵲橋;오작교]를 놓아 만나게 해 줬다는 얘기다.

북송(北宋) 시기의 관리이자 문학가인 張耒(장뢰,1054 ~ 1114)가 지은 칠석가(七夕歌)에 이러한 내용이 잘 묘사되어 있다. 특이한 것은 견우(牽牛)와 직녀(織女)를 소재로 한 많은 작품이 주로 비극적인 사랑과 원망에 초점을 둔 데 반하여, 이 시는 견우와 직녀가 비록 일 년에 한 번 만나지만, 그래도 달 속에 사는 항아(姮娥)가 시집도 못가고 홀로 광한전(廣寒殿)에서 외로이 잠드는 것보다는 낫다고 하였다.

 

七夕歌 칠석가 張耒 장뢰

 

人間一葉梧桐飄 인간일엽오동표

인간 세상에 오동잎 하나 바람에 날리니

蓐收行秋回斗杓 욕수행추회두표

욕수가 북두성 자루를 돌려 가을로 가네

 

神官召集役靈鵲 신관소집역령작

신관이 불러 모은 신령한 까치들 시켜서

直渡銀河橫作橋 직도은하횡작교

은하를 바로 가로 건너는 다리 만들었네

 

河東美人天帝子 하동미인천제자

은하수 동쪽의 미인은 천제의 딸이지만

機杼年年勞玉指 기저년년로옥지

해마다 베틀에 앉아 옥 같은 손가락으로

 

織成雲霧紫綃衣 직성운무자초의

운무 같은 붉은 비단으로 옷을 짜느라

辛苦無歡容不理 신고무환용불리

얼굴도 못 꾸미고 고생하며 즐거움 없으니

 

帝憐獨居無與娛 제련독거무여오

천제가 재미 없이 홀로 삶을 가엾이 여겨

河西嫁與牽牛夫 하서가여견우부

은하수 서쪽으로 견우에게 시집보내었네

 

自從嫁后廢織紝 자종가후폐직임

시집간 뒤로 베 짜는 일도 스스로 그만두고

綠鬢雲鬟朝暮梳 녹빈운환조모소

아침저녁으로 구름 같은 머리 빗질만 하네

 

貪歡不歸天帝怒 탐환불귀천제노

환락만 찾고 돌아오지 않자 천제가 노하여

責歸却踏來時路 책귀각답래시로

꾸짖어 돌아오게 해 예전일 다시 하게 했네

 

但令一歲一相逢 단령일세일상견

단지 일 년에 한 번 서로 만나게 영을 내려

七月七日橋邊渡 칠월칠일교변도

칠월 칠일 은하수에 다리 놓아 건너게 했네

 

別多會少知奈何 별다회소지내하

헤어짐은 길고 만남은 짧으니 어쩔 줄 모르고

却憶從前歡愛多 각억종전환애다

종전의 우울함은 떨치고 깊은 사랑을 즐기네

 

悤悤萬事說不盡 총총만사설부진

황망 중에 많은 사연 모두 말하지 못했는데

玉龍已駕隨羲和 옥룡이가수희화

옥룡은 이미 멍에를 걸고 희화를 따라가네

 

河邊靈官催曉發 하변령관최효발

은하수 가의 영관들이 새벽에 출발 재촉하니

令嚴不肯輕離別 영엄불긍경리별

명령이 엄해도 가벼이 이별하려 하지 않네

 

便將淚作雨滂沱 편장루작우방타

이윽고 눈물이 비가 되어 쏟아질 테지만

淚痕有盡愁無歇 누흔유진수무헐

눈물 흔적은 말라도 시름은 끝이 없구나

 

我言織女君莫歎 아언직녀군막탄

내 직녀에게 말하노니 그대는 한탄하지 말라

天地無窮會相見 천지무궁회상견

천지는 무궁하여 서로 만나 볼 날 있으나

 

猶勝嫦娥不嫁人 유승항아불가인

오히려 달 속의 항아가 시집도 가지 못하고

夜夜孤眠廣寒殿 야야고면광한전

밤마다 광한전에서 홀로 자는 것보다는 낫다오

 

蓐收(욕수) : 중국의 신화에서 가을을 맡은 신(神)이다. 중국 고대 서방(西方)의 제왕은 소호(少昊)였는데, 욕수(蓐收)는 소호를 보좌하는 가을의 신으로, 왼쪽 귀에 뱀을 붙이고 두 마리의 용을 타고 있었다 한다.

河東美人(하동미인) : 은하수 동쪽의 미인이란 뜻으로 직녀성(織女星)을 말한다.

綠鬢(녹빈) : 푸른 귀밑머리라는 뜻으로 윤이 나는 고운 머리를 아름답게 이르는 말.

玉龍已駕隨羲和(옥룡이가수희화) : 옥룡(玉龍)은 전설상의 용(龍)이고, 희화(羲和)는 해를 맡은 관원으로 해를 수레에 태우고 달리는 마부임, 따라서 옥룡(玉龍)이 멍에를 걸고 희화를 따른다는 것은 해가 떠서 날이 밝았음을 의미한다.

靈官(영관) : 도교(道敎)에서의 신.

姮娥(항아) : 중국 신화에서 달에 산다는 여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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