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시(田園詩)

村居 (촌거) - 成運 (성운)

-수헌- 2025. 3. 3. 12:26

村居   촌거     成運  성운

시골집

 

趨世羞爲蟻子忙 추세수위의자망

개미처럼 바빴던 세상살이가 부끄러워서

退歸三逕手鋤荒 퇴귀삼경수서황

물러나 삼경에 돌아와 손수 잡초를 매네

林丘人絶蒼雲合 구인절창운합

인적 끊긴 숲 속에는 푸른 구름 자욱하고

草屋春深白日長 초옥춘심백일장

초가에는 봄이 깊어 밝은 낮이 길어지네

衝雨打魚魚轉美 충우타어어전미

빗속에 물고기 잡으니 고기 더욱 맛나고

踏花沽酒酒偏香 답화고주주편향

꽃 밟으며 술 사 오니 유달리 향기롭네

猶嫌村近聞鷄犬 유혐촌근문계견

그래도 시끄러운 민가와 가까운 게 싫어

更向煙蘿築小堂 갱향연라축소당

다시 이끼 낀 안개 속에 작은 집 지었네

 

※三逕(삼경) : 세 개의 오솔길이라는 뜻이나, 전하여 은자의 집 안에 있는 뜰 또는 주거를 말한다.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세 오솔길이 황폐해졌으나, 솔과 국화는 아직 남아 있네. 〔三逕就荒 松菊猶存〕’라는 표현에서 유래한다.

 

 

村居   촌거     成運   성운

시골집

 

幽齋淸坐動高吟 유재청좌동고음

조용한 집에 한가히 앉아 소리 높여 읊조리니

松影嵐光半壁陰 송영남광반벽음

솔 그림자와 아지랑이에 벽은 반쯤 그늘졌네

疊嶂倚雲高揷劍 첩장의운고삽검

구름에 기댄 첩첩 봉우리는 칼 꽂은 듯 높고

嬾泉舂石細鳴琴 난천용석세명금

샘물은 바위에 부딪혀 가늘게 금 소리를 내네

春回巖洞花房綻 춘회암동화방탄

봄이 돌아온 바위 골짜기에 꽃망울이 터지고

雨過溪沙鹿迹深 우과계사녹적심

비 지나간 냇가 모래톱에는 사슴 발자국 깊네

已向一丘棲止穩 이향일구서지온

이미 이 골짜기에서 편안히 머무르고 있으니

世間榮落不侵心 세간영락불침심

세간의 영락도 마음속에 들어오지 않는구나

 

*성운(成運, 1497~1579년) : 조선 전기 대곡집을 저술한 학자. 자는 건숙(健叔), 호는 대곡(大谷). 1531년(중종 26) 진사에 합격하였으나, 성운의 형이 을사사화로 화를 입자 보은 속리산에 은거하고 벼슬에 나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