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문시(回文詩)의 시원(始原)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이인로(李仁老)의 파한집(破閑集)에서는 진(秦)나라 소백옥(蘇伯玉)의 처가 지었다는 반중시(盤中詩)와, 두도(竇滔)의 처 소혜(蘇蕙)가 지었다는 직금회문시(織錦回文詩)를 시원으로 들었다. 반중시(盤中詩)는 쟁반 가운데서 바깥쪽으로 돌아가며 읽도록 작성되었고, 직금회문시(織錦回文詩)는 비단에 회문(回文)을 짜 넣어서 앞에서 읽으나, 끝에서부터 읽으나, 좌에서 우로 읽으나, 우에서 좌로 읽으나, 대각선으로 읽으나, 어느 방향으로 읽어도 뜻이 통하게 지어졌다 한다.
동진(東晉) 시기, 진주 자사(秦州刺史)를 지낸 두도(竇滔)에게는 재주 많고 덕이 있는 아내 소혜(蘇蕙)와 조양대(趙陽臺)라는 총희(寵姬)가 있었는데, 훗날 두도는 좌천되어 서역(西域)으로 가게 되어 총희 조양대를 데리고 가려 하자 아내 소혜는 따라가지 않았다. 임지에 간 두도가 점차로 아내를 잊게 되자, 두도의 아내 소혜는 남편을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회문시(回文詩)를 지어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가로세로 8치의 비단에 글자를 짜 넣어 두도에게 보냈는데, 두도는 이 시들을 읽고 크게 감동하여 곧 조양대(趙陽臺)를 돌려보내고 융숭한 예의를 갖춰 아내를 데려왔다 한다. 이를 ‘선기도(璇璣圖)’라고도 한다.
두도의 처 소씨가 비단에 회문시를 짠 일에서 직금회문(織錦回文)이 유래했으며, 이 선기도에는 종횡 각각 29자, 총 841자가 새겨져 있는데 종횡, 상하, 좌우 사선 등등 어떻게 읽어도 모두 훌륭한 시가 되었다. 원래는 2백여 수의 시가 실려 있었으나, 훗날 기종(起宗)이라는 사람이 선기도의 글자들을 이용하여 3언, 4언, 5언, 6언, 7언으로 시를 구성하여 모두 3,752수를 만들어 냈으며, 명(明) 나라 때 강만민(康萬民)은 이를 다시 연구하여 4,206수의 시를 추가로 찾아내어 선기도에 담겨 있는 시는 모두 7,958 수에 달하게 되었다 한다.
여기서는 소백옥(蘇伯玉)의 처가 지었다는 반중시(盤中詩)를 소개한다.
山樹高 (산수고) 산과 나무 높아서
鳥鳴悲 (조명비) 새는 슬피 울고
泉水深 (천수심) 샘물은 깊어서
鯉魚肥 (리어비) 잉어는 살쪘으나
空倉雀 (공창작) 빈 곳간의 참새는
常苦飢 (상고기) 늘 굶주려 괴롭네
史人婦 (사인부) 벼슬아치 아내는
會夫稀 (회부희) 지아비 만나기 힘들어
出門望 (출문망) 문을 나가 멀리 보니
見白衣 (견백의) 흰 옷이 보이길래
謂當是 (위당시) 그 이인가 했지만
而更非 (이갱비) 또다시 아니구나
還入門 (환입문) 다시 문으로 들어오니
中心悲 (중심비) 마음만 슬프네
北上堂 (북상당) 북으로 당에 올라
西入階 (서입계) 서편 계단으로 들어서
急機絞 (급기교) 급히 베틀에 실을 꼬며
杍聲催 (자성최) 북소리를 재촉하네
長嘆息 (장탄식) 한숨만 길게 쉬며
當語誰 (당어수) 누구와 의논할까
君有行 (군유행) 임께서는 가셨지만
妾念之 (첩념지) 저는 당신을 그립니다
出有日 (출유일) 가신 날은 있어도
還無期 (환무기) 돌아올 기약 없어
結巾帶 (결건대) 수건을 동여매고
長相思 (장상사) 언제나 그립니다
君忘妾 (군망첩) 임이 저를 잊으시면
天知之 (천지지) 하늘이 알 거예요
妾忘君 (첩망군) 제가 임을 잊는다면
罪當治 (죄당치) 당연히 죄를 받겠지요
妾有行 (첩유행) 제가 간다면
宜知之 (의지지) 당연히 알아보시겠지요
黃者金 (황자금) 누런 것은 금이요
白者玉 (백자옥) 흰 것은 옥이듯이
高者山 (고자산) 높은 것은 산이요
下者谷 (하자곡) 낮은 것은 골짜기듯이
姓爲蘇 (성위소) 임의 성은 소씨요
字伯玉 (자백옥) 자는 백옥이라
人才多 (인재다) 사람이 재주가 많고
智謨足 (지모족) 지모도 많지요
家居長安身在蜀 (가거장안신재독) 집은 장안에 있고 몸은 촉 땅에 있어
何惜馬蹄歸不數 (하석마제귀불수) 말 달려 자주 못 오니 얼마나 애석할까
羊肉千斤酒百斛 (양육천근주백곡) 양고기 천근에다 술이 또한 백말 있으니
令君馬肥麥與粟 (영군마비맥여속) 임의 말 살찌게 보리와 조를 먹이세요
今時人 (금시인) 지금 세상 사람들은
智不足 (지부족) 지혜가 모자라서
與其書 (여기서) 이 편지를 주어도
不能讀 (불능독) 못 읽을 수 있으니
當從中央周四角 (당종중앙주사각) 마땅히 중앙에서 사방으로 돌려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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