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시(漢詩)

回文詩(회문시) - 美人怨

-수헌- 2021. 9. 2. 14:43

回文詩(회문시)는 바로 읽으나 거꾸로 읽으나 韻字(운자)가 맞아야 하고, 또한 뜻이 통해야 하기 때문에 문학적 재능이 없이는 짓기가 여간 어렵지가 않다. 회문시는 진(晋) 나라 이후에 유행을 이루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부터 회문시가 유행하였다. 그중에서도 앞서 소개한 이지심(李知深)이 잘 지었고, 이규보(李奎報)는 21수나 되는 많은 회문시를 지었다 한다. 이규보(李奎報)의 미인원(美人怨)이란 회문시(回文詩)를 보면, 순독(順讀)에서는 地 淚 水 翠의 운자(韻字)가 사용되었고, 역독(逆讀)에서는 長 郎 香 腸의 운자(韻字)를 쓰고 있는데, 모두 외로운 미인의 심정을 잘 묘사하고 있다.

 

美人怨 미인원 李奎報 이규보

미인의 원망

 

腸斷啼鶯春 장단제앵춘

애간장 끊어질 듯 꾀꼬리 봄에 울고

落花紅簇地 낙화홍족지

떨어진 꽃은 땅 위에 붉게 뭉쳐 있네

香衾曉枕孤 향금효침고

향기로운 이불속 새벽에 홀로 누우니

玉臉雙流淚 옥검쌍유루

고운 뺨에 흐르는 두 줄기 눈물

郎信薄如雲 낭신박여운

임의 마음은 구름처럼 가벼워서

妾情撓似水 첩정요사수

이내 마음 어지러움이 물과 같구나

長日度與誰 장일도여수

긴긴 날을 그 누구와 함께 지내며

皺却愁眉翠 추각수미취

수심에 찬 푸른 눈썹 주름 펼 수 있을까

 

(逆讀)

翠眉愁却皺 취미수각추

푸른 눈썹이 시름겨운 주름을 펴고

誰與度日長 수여도일장

긴긴 날 함께 지낼 이는 누구일까

水似撓情妾 수사요정첩

강물은 어지러운 내 마음과 같고

雲如薄信郎 운여박신랑

구름은 가벼운 임의 마음 같구나

淚流雙臉玉 누류쌍검옥

눈물은 두 뺨에 구슬처럼 흐르고

孤枕曉衾香 고침효금향

홀로 누우니 새벽 이불 향기롭네

地簇紅花落 지족홍화락

땅 가득히 붉은 꽃이 떨어지더니

春鶯啼斷腸 춘앵제단장

봄 꾀꼬리 애간장 끊어지게 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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