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穀雨와 茶 (곡우와 차) 2 - 李奎報 (이규보)

-수헌- 2025. 4. 13. 10:35

復用前韻贈之   부용전운증지     李奎報   이규보  

다시 위의 운을 따라 지어 주다

 

西北寒威方墮指 서북한위방타지

서북쪽은 혹한으로 손가락이 빠지는데

南方臘月如春 남방납월여춘기

남방에는 섣달의 기후가 봄과 같구나

金粟黏枝已結纇 금속점지이결뢰

좁쌀만 한 누런 싹이 마디마다 맺히니

均天所覆地各 균천소복지각이

같은 하늘 아래도 곳에 따라 다르구나

禪家調格大高生 선가조격대고생

선가의 품격과 취향은 너무나 높으니

豈把酸甛隨俗 기파산첨수속기

어찌 속세 따라 시고 단 맛을 즐길까

蕭然方丈無一物 소연방장무일물

쓸쓸한 방장에는 좋은 물건 하나 없고

愛聽笙聲號鼎 애청생성호정리

솥에서 차 끓는 소리만 듣기에 좋구나

評茶品水是家風 평차품수시가풍

차와 물 평하는 것이 불가의 풍류이니

不要養生千歲 불요양생천세류

천년 양생하기 위해 묶어둘 필요 없네

憐渠給給抽早芽 연거급급추조아

넉넉한 찻잎이 일찍 귀엽게 싹이 트니

似欲先供老衲 사욕선공노납자

늙은 선사에게 먼저 올리려 함이었구나

睡鄕癡漢亦偸嘗 수향치한역투상

미련한 사람이 훔쳐 마시고 꿈나라에서

失却從前雷鼾 실각종전뇌한비

종전의 우레처럼 코 고는 소리를 잃었네

憶昔閒遊蠻國天 억석한유만국천

옛날 만국을 한가히 유람할 때 생각하니

四時隨分嘗新 사시수분상신미

사계절 때맞추어 새로운 맛을 보았었네

火前香茗得未多 화전향명득미다

불 앞에서 차 향기 많이 맡지 못했어도

不似盈盤春笋 불사영반춘순치

봄날 소반에 가득한 죽순과는 다르구나

摘將萬粒成一餠 적장만립성일병

한 덩이 만드는데 수많은 잎을 따야 하니

一餠千錢那易 일병천전나이치

한 덩이에 천금인들 어찌 쉽게 구할쏜가

況今憔悴京華中 황금초췌경화중

더구나 이제 서울에서 곤경에 처해있으니

爲我何人重趼 위아하인중견지

누가 나를 위해 발 부르트도록 찾아올까

吾師也是僧中龍 오사야시승중룡

우리 선사는 스님들 가운데서도 빼어나게

梵行無虧禪德 범행무휴선덕비

계율에 부족함이 없고 선덕도 구비했으니

山堆金帛尙欲施 산퇴금백상욕시

금백도 산처럼 쌓아놓고 시주하려 하는데

誰祕新香忍不 수비신향인불기

누가 향기로운 차를 보내지 않고 아낄까

收藏愼勿輕與人 수장신물경여인

부디 간직하여 함부로 남에게 주지 말고

除却靈臺澄似 제각영대징사수

마음의 티끌을 씻어 물처럼 맑게 하소서

勸師早釀豈妄云 권사조양기망운

선사에게 술 빚으라 권함이 어찌 잘못이랴

欲識茶眞先醉 욕지차진선취이

먼저 취한 뒤 차의 참맛을 알고자 함이네

書生寒餓長流涎 서생한아장유연

굶주린 서생이 오래도록 군침을 흘리면서

只將口腹營甘 지장구복영감지

다만 맛 좋은 것만 먹을 생각만 하였으니

若遣孺茶生稚酒 약견유다생치주

만약 유다를 보내오고 좋은 술도 생긴다면

勝事眞從吾輩 승사진종오배시

참으로 좋은 일이 우리들로부터 시작되리

 

※復用前韻贈之(부용전운증지) : 앞의 시() 雲峯住老珪禪師 得早芽茶示之 予目爲孺茶 師請詩爲賦之의 운자(韻字)를 그대로(붉은색) 다시 사용하였는데, 원전(原典)腹用前韻贈之로 되어있으나 의 오자(誤字)인 듯하여 고쳤다.

※墮指(타지) : 몹시 심한 추위. 손가락이 얼어서 떨어짐.

※方丈(방장) : 절에서 주지(住持) 스님의 거실(居室)을 말한다.

※不要養生千歲虆(불요양생천세류) : 오래 보관하기 위해 묶어둘 필요 없이 지금 즐겨야 한다는 의미인 듯하다. 이규보(李奎報)가 다른 시에서도 ‘맑은 향취 새어나갈까 염려하여 붉은 실로 묶어 상자 속에 간직했네. [爲恐淸香先發洩 牢繅縹箱纏紫虆]’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