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穀雨와 茶 (곡우와 차) 3 - 李奎報 (이규보)

-수헌- 2025. 4. 15. 11:39

孫玉堂得之 李史館允甫 王史館崇 金內翰轍 吳史館柱卿見和 復次韻答之     李奎報

손옥당득지 이사관윤보 왕사관숭 금내한철 오사관주경견화 부차운답지     이규보  

옥당 손득지(孫得之), 사관 이윤보, 사관 왕숭, 내한 김철, 사관 오주경이 보고 화답 시를 보내왔기에 다시 운을 따라 화답하다.

 

昔者神農嘗草木 석자신농상초목

옛날 사람 신농씨가 온갖 초목을 맛보고

著之方經要補 저지방경요보기

방경을 저술함은 기를 보충하기 위함인데

獨於茗飮棄不收 독어명음기불수

어찌 차는 거두어 마시지 않고 버려두어

不與萬品論同 불여만품론동이

온갖 품종의 차이를 헤아리지 아니하였나

聖所未到誰唱先 성소미도수창선

성인이 하지 않았는데 누가 먼저 평했나

蠲昏釋䬼尤所 견혼석연우소기

견혼 연 스님이 더욱 즐겨하던 것이었네

近遭販䰞多眩眞 근조판자다현진

근래 사고 파는데 속임수를 많이 당하여

競落黠商謀計 경락힐상모계리

교활한 장사꾼의 모략에 떨어지게 되니

有如俗醫迷仙方 유여속의미선방

세속의 의원들이 선방에 미혹된 것처럼

妄把蘡薁云是 망파영욱운시류

산머루를 가지고 칡넝쿨이라고 속이는데

箇中評品妙且精 개중평품묘차정

그중에서도 품평에 정묘한 분이 있으니

唯有雲峰一禪유유운봉일선자

오직 한 분 운봉에 거주하는 선사로구나

平生自笑臘後芽 평생자소납후아

평소 절로 미소 짓게 하는 섣달 차 싹이

辛香辣氣堪掩 신향랄기감엄비

강렬한 차 향기가 매워서 코를 찌르는데

偶得蒙山第一摘 우득몽산제일적

우연히 몽산에서 가장 먼저 딴 차를 얻어

不待烹煎先嚼 부대팽전선작미

못 기다리고 끓기도 전에 먼저 맛보았네

狂客一見呼孺茶 광객일견호유다

광객이 한번 맛보고 유다라고 이름 짓고

無奈老境貪幼 무나노경탐유치

늘그막에 어린애처럼 탐을 내니 어찌할까

不是江南冒雪收 불시강남모설수

강남에서 눈을 무릅쓰고 거두지 않았다면

京華二月何能 경화이월하능치

이월 중에 어떻게 서울까지 보내어졌을까

物之自售皆由人 물지자수개유인

물건이 절로 팔림은 모두 사람에 달렸는데

珠玉亦猶無脛 주옥역유무경지

다리 없는 주옥같은 차가 오히려 찾아오네

作詩論詰欲代譜 작시논힐욕대보

시를 지어서 차의 계보를 따져보고 싶지만

筆端無舌莫詳 필단무설막상비

붓끝에 혀가 없어 자세히 진술할 수 없어

要令儒仙抉其精 요령유선결기정

유선으로 하여금 그 정수를 발췌하게 하여

硬牋麤字書以 경전추자서이기

허름한 종이에 거친 글씨로 써서 보낸다네

<書一本示禁林諸公 서일본시금림제공

한 부를 써서 금림의 여러 공들에게 보였다.>

五君騁思採淵源 오군빙사채연원

다섯 친구들이 연원을 찾으려 노력한 것이

毫髮莫逃如印 호발막도여인수

물에 도장찍듯 조금도 흔적 없다 하지말게

見詩猶勝見茶經 견시유승견다경

시를 감상해 보니 오히려 다경보다 나으니

陸生所品糟粕 육생소품조박이

육생이 품평한 것도 찌꺼기에 불과하구나

<失一句 실일구

한 구절은 실전되었다.>

調高未合綴離騷 조고미합철이소

격조 높은 이소경에 붙임은 옳지 않아도

當繫詩篇聯四 당계시편련사시

시편에 실려 사시에 연결함은 마땅하리라

 

神農氏(신농씨) : 중국 전설에 나오는 고대(古代) 삼황(三皇)의 한 사람. 농업 의약 약초의 신이었던 그가 백 가지 초목(草木)을 맛본 후에 비로소 의약(醫藥)이 있게 되었다 한다.

※蠲昏釋䬼(견혼석연) : 승려(僧侶)의 이름인 듯하나 알 수 없다.

雲峰一禪子(운봉일선자) : 이규보(李奎報)의 오랜 벗으로 규사(珪師) 규공(珪公)으로 불리는 규선사(珪禪師)를 말한다. 이규보(李奎報)와 함께 공부하였으나 출가하였으며, 주로 남원(南原) 운봉(雲峰)에 거주하면서 이규보(李奎報)에게 차()를 선물하였다.

蒙山(몽산) : 중국 사천성(四川省)에 있는 산 이름. 차의 소산지(所産地)로서 그 차는 독특한 향기가 있으며, 상청봉(上靑峯)에서 생산되는 차를 몽정차(蒙頂茶)라고 한다.

珠玉(주옥) : 아름답고 귀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여기서는 좋은 차()를 의미한 듯.

禁林(금림) : 금원(禁苑)의 숲이라는 뜻으로 상림(上林)과 같은데, 한림원의 별칭으로 쓰인다.

印水(인수) : 물에다 도장을 찍으면 그 흔적이 도장을 찍는 순간은 남아 있되 도장을 물에서 떼면 곧바로 흔적이 없어짐을 비유한 말이다.

陸生(육생) : () 나라 때의 명사(名士)인 육우(陸羽). ()를 매우 즐겨서 다경(茶經) 3편을 지었는데, 이때부터 천하(天下)가 차()를 숭상하게 되었다 한다.

離騷經(이소경) : 초나라 굴원(屈原)이 지은 초사(楚辭)의 편명(篇名)이다. 굴원(屈原)이 초 나라에 충성을 다하였는데 참소로 추방을 당하여 지은 서정시(敍情詩)로서 사부(詞賦)의 으뜸으로 친다.

四始(사시) : 시경(詩經)을 구성하는 사시(四始)와 육의(六義)에서 온 말로, 사시(四始)는 풍() 소아(小雅) 대아(大雅) ()을 말하는데, ()의 내용과 성질을 말한다. 육의(六義)는 풍() () ()의 삼경(三經)과 흥() () ()의 삼위(三緯)를 말하는데, () () ()는 시의 체제와 서술 방식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