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文機障子詩 (문기 장자시) - 金坵 (김구)

-수헌- 2025. 2. 8. 12:10

文機障子詩   문기 장자시     金坵   김구  

一朶蓬萊湧海高 일타봉래용해고

봉래산 한 줄기가 바다 위에 우뚝 솟았고

銀宮貝闕駕靈鼇 은궁패궐가영오

은궁패궐이 신령스러운 자라를 타고 있네

蘭燈燦爛赬虬卵 난등찬란정규란

난초 등은 붉은 규룡의 알처럼 찬란하고

羽葆參差翠鳳毛 우보참차취봉모

깃털 일산은 푸른 봉의 털처럼 너울대네

風護花奴頭上槿 풍호화노두상근

화노 머리 위 무궁화를 바람도 보호하고

露濃金母手中桃 노농금모수중도

금모 손의 복숭아엔 이슬이 짙게 맺혔네

請看明月徘徊影 청간명월배회영

보게나 밝은 달이 배회하고 있는 모습은

應是姮娥望赭袍 응시항아망자포

항아가 임금의 저포를 바라보기 위함일세

 

※銀宮貝闕駕靈鼇(은궁패궐가영오) : 은궁패궐(銀宮貝闕)은 은이나 자색의 조개껍질로 장식한 궁전을 말하고, 영오(靈鼇)는 봉래산(蓬萊山)을 등에 지고 있다는 전설 속의 큰 자라를 말한다.

※風護花奴頭上槿(풍호화노두상근) : 화노(花奴)는 당나라 현종(玄宗) 때의 여남왕(汝南王) 이진(李璡,?~750)을 말한다. 이진(李璡)은 어릴 때 이름이 화노(花奴)였는데, 갈고(羯鼓)라는 악기를 잘 다루었던 이진은 어느 날 현종(玄宗) 앞에서 아소모 (研綃帽, 비단과 명주실로 만든 반짝이는 모자)를 쓰고 갈고를 연주할 때 현종이 손수 무궁화꽃가지 하나를 꺾어 모자 위에 놓았는데 음악 한 곡을 다 연주하기까지 미끄러지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는 고사가 있다. 이는 연주도 좋았지만 날씨가 좋아 바람까지 잔잔하였다는 의미이다.

※金母(금모) : 금모(金母)는 귀대금모(龜臺金母)라고도 불리는 서왕모(西王母)를 말한다. 고려사(高麗史) 악지(樂志)에 서왕모가 대보름날 황제에게 천세영도(千歲靈桃)를 바치는 가무희(歌舞戱)인 헌선도무(獻仙桃舞)에 대한 기록이 있다.

※文機障子詩(문기장자시) : 문기장자(文機障子)의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으나, 이제현의 역옹패설(櫟翁稗說)에, ‘중국 송나라 때 상원일(上元日)에 궁내에서 황제가 시를 발표하고 신하들이 이에 응하여 함께 시를 짓는 성대한 행사가 있었는데, 우리나라에도 송나라에 대등하여 이규보가 적은 등석 문기장자시(燈夕 文機障子詩)가 있었다.’라고 한데 비추어 보면 문기장자(文機障子)는 정월 대보름에 임금과 신하가 함께 연회를 베풀고 시를 짓는 행사인 듯하다.

 

*김구(金坵, 1211~1278) : 고려 후기에, 참지정사, 중서시랑평장사, 판판도사사 등을 역임한 문신. 첫 이름은 김백일(金百鎰)이었으며, 자는 차산(次山), 호는 지포(止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