己巳年燈夕 翰林奏呈 기사년등석 한림주정 李奎報 이규보
기사년 대보름날 한림원에서 지어 올리다.
文機障子詩 二首 문기장자시 2수
九門淸蹕走驚雷 구문청필주경뢰
구문에 우레같은 벽제와 함께 임금님 납시니
蘂闕華筵卜夜開 예궐화연복야개
궁중의 화려한 연회가 밤낮으로 열리는구나
龍燭影中排羽葆 용촉영중배우보
용 촛대 불빛 가운데 깃털 장식이 늘어섰고
鳳簫聲裏送金杯 봉소성리송금배
봉황 피리 소리 가운데 금 술잔을 보내오네
三呼萬歲神山湧 삼호만세신산용
만세를 세 번 부르니 삼신산이 솟아오르고
一熟千年海菓來 일숙천년해과래
천년 만에 한 번 익는다는 해과를 보내왔네
恩許侍臣司宴樂 은허시신사연락
신하들에게 연회를 즐기도록 허락해 주시니
宣花萬揷醉扶廻 선화만삽취부회
어사화 가득 꽂고 취해 부축받아 돌아왔네
祥煙繚繞紫宸高 상연료요자신고
상서로운 아지랑이 감도는 드높은 자신전에
幄座中央認赭袍 악좌중앙인자포
휘장 두른 보좌 가운데 임금님이 계시는데
洞府徵歌敲玉索 동부징가고옥색
동부에서는 옥색을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敎坊選妓醉仙桃 교방선기취선도
교방에서는 선발한 기생의 선도무에 취하네
九層爐爇金龍腦 구층노설금용뇌
구 층의 황금 향로에는 용뇌 향이 타오르고
四炤燈燃白鳳膏 사소등연백봉고
봉황 기름 사용하는 등불이 사방을 비추네
西母獻來千歲壽 서모헌래천세수
서왕모도 찾아와서 천세의 수를 올리니
指呼弟子鼓雲璈 지호제자고운오
제자들을 불러서 운오를 두드리게 했네
燈籠詩 四首 등롱시 4수
五色雲中拜玉皇 오색운중배옥황
오색구름 가운데서 옥황에게 절하는데
壓頭星月動寒芒 압두성월동한망
별과 달은 머리 위에서 차갑게 깜박이네
都人不覺天文爛 도인불각천문란
도성 사람들은 천문이 빛나는 줄 모르고
遙認銀燈爍爍光 요인은등삭삭광
멀리서 은등 빛이 깜박이는가 의심하네
紗籠剪水分珠蚌 사롱전수분주방
비단 등롱은 물을 잘라 진주가 비친 듯하고
金殿移天掛玉蟾 금전이천괘옥섬
둥근달이 하늘을 옮겨 황금 궁전에 걸려서
炤遍鳳城渾不夜 소편봉성혼불야
장안을 고루 비쳐서 온통 불야성을 이루니
鷄人應誤漏壺籤 계인응오루호첨
계인이 응당 물시계 바늘을 잘못 보겠구나
絳碧紗籠菡萏開 강벽사롱함담개
붉고 푸른 비단 등롱이 연꽃처럼 피었고
龍膏吐暈紫煙廻 용고토훈자연회
용 기름이 불꽃을 토해 붉은 연기 감도네
憑渠好續常生焰 빙거호속상생염
대보름으로 인하여 불꽃이 연이어 생겨나
萬歲千年炤壽杯 만세천년소수배
천년만년 장수 기원 술잔을 비춰주는구나
金燈吐焰透紅紗 금등토염투홍사
황금 등이 토한 불꽃이 홍사초롱 통하여
日散千暉暈曉霞 일산천휘훈효하
햇빛처럼 흩어져서 새벽노을에 무리졌네
四海一家天子聖 사해일가천자성
천하가 한 집안이 되고 임금님 인자하니
瑞光看取百枝花 서광간취백지화
상서로운 빛이 일백 가지 꽃을 본듯하네
※文機障子詩(문기장자시) : 문기장자(文機障子)의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으나, 이제현의 역옹패설(櫟翁稗說)에, ‘중국 송나라 때 상원일(上元日)에 궁내에서 황제가 시를 발표하고 신하들이 이에 응하여 함께 시를 짓는 성대한 행사가 있었는데, 우리나라에도 송나라에 대등하여 이규보가 적은 등석 문기장자시(燈夕 文機障子詩)가 있었다.’라고 한데 비추어 보면 문기장자(文機障子)는 정월 대보름에 임금과 신하가 함께 연회를 베풀고 시를 짓는 행사인 듯하다.
※九門淸蹕走驚雷(구문청필주경뢰) : 구문(九門)은 천자(天子)의 아홉 개의 문이라는 뜻으로 대궐의 문이라는 의미이다. 필(蹕)은 벽제(辟除)하다, 존귀한 사람이 행차할 때 통행을 금하는 일로 임금의 나들이를 의미한다.
※卜夜(복야) : 일이나 연회 따위가 밤낮으로 계속되다.
※鳳簫(봉소) : 농옥(弄玉)과 소사(蕭史)가 부는 피리를 가리킨다. 진 목공(秦穆公)의 딸인 농옥이 음악을 아주 좋아하였으며, 소사는 퉁소를 잘 불어서 봉새가 우는 것 같은 소리를 냈다 한다. 이에 목공이 농옥을 그에게 시집보냈는데, 두 사람이 퉁소를 불면 봉황이 날아와서 모였으며, 그 뒤에 두 사람은 봉황을 타고 날아갔다고 한다.
※紫宸殿(자신전) : 고려 시대에, 대궐 안에 서적을 비치하여 임금이 신하들과 학문에 대해 논의하던 곳. 고려 현종 12년에 경덕전으로 고쳐 불렀다.
※幄座中央認赭袍(악좌중앙인자포) : 악좌(幄座)는 장막을 친 보좌를 말하고, 자포(赭袍)는 임금의 곤룡포를 말한다.
※洞府徵歌敲玉索(동부징가고옥색) : 동부(洞府)는 신선(神仙)이 사는 곳을 말하고. 옥색(玉索)은 옥으로 된 고리와 새끼줄이라는 뜻인 경구옥색(瓊鉤玉索)에서 온 말로, 강건하고 힘 있는 글씨를 말한다. 곧 신선이 사는 곳처럼 힘찬 글을 쓰고 시를 지어 노래한다는 의미인 듯.
※仙桃(선도) : 고려 시대 궁중 무용의 하나인 헌선도무(獻仙桃舞)를 말한다. 정월 보름날 밤 가회(嘉會)에 군왕을 송도(頌禱)하기 위하여 왕모(王母)가 선계(仙界)에서 내려와 선도(仙桃)를 주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龍腦(용뇌) : 용뇌수(龍腦樹)에서 채취한 향기로운 결정체(結晶體)로 향료의 원료로 쓰인다.
※雲璈(운오) : 중국 원나라 때, 궁중에서 쓰이는 악기의 하나로, 구리로 만든 조그만 징인데, 13개의 소라(小鑼)를 자루가 긴 틀에 달고 친다.
※鷄人應誤漏壺籤(계인응오루호첨) : 계인(鷄人)은 춘관(春官)에 소속되어 제삿날 밤에 새벽을 알려 백관(百官)을 일어나게 하는 관명(官名)이고, 누호첨(漏壺籤)은 물시계의 시간을 나타내는 표지(標識)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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