嶺南樓와 密陽

嶺南樓下泛舟 영남루하범주 - 金宗直(김종직)

-수헌- 2021. 3. 11. 17:08

嶺南樓下泛舟 영남루하범주 - 金宗直(김종직)

영남루 아래서 배를 띄우다

 

檻外澄江百頃雲 함외징강백경운

난간 밖 맑은 강에 일백이랑 구름 일고

畫船橫渡皺生紋 화선횡도추생문

그림 같은 배 지나가니 주름무늬 생겨나네.

晩來半醉撑篙看 만래반취탱고간

저물녘에 반쯤 취해 삿대 버티고 바라보니

兩岸靑山更十分 량안청산경십분

양쪽 언덕 푸른 산이 더욱 분명하구나.

 

점필재 김종직(佔畢齋 金宗直;1431~1492)은 밀양 출신으로, 조선 초기의 문신, 학자, 서예가이며, 승정원 도승지, 예문관제학, 이조참판, 지중추부사 등을 역임하였다. 문장과 경술(經術)에 뛰어나 이른바 영남학파의 종조(宗祖)가 되었으며, 생전에 지은 〈조의제문〉이 사후인 1498년의 무오사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었다. 무오사화 당시 부관참시를 당했으며, 많은 제자가 죽임을 당했고, 이때 그의 수많은 저서가 불태워졌다. 중종 때 신원(伸寃)되고, 숙종 때 영의정에 추증되었다.

 

영남루(嶺南樓)에서 점필재(佔畢齋)를 뵙고 - 남효온

 

甑峰道士下靑牛 증봉도사하청우

시루봉 도사께서 푸른 소 타고 내려오니

紫府仙曹冠佩稠 자부선조관패조

자부의 신선들이 의관 갖추고 모여드네

千載一人金佔畢 천재일인김점필

점필재 김공이 천년에 날 한 사람이면

百年勝地嶺南樓 백년승지영남루

영남루는 백 년 이어온 명승 지로세

城根浪打寒潭秀 성근랑타한담수

물결 부딪히는 성채의 찬 강가는 빼어난데

沙岸霜深栗葉秋 사안상심율엽추

모래언덕 서리 내린 밤나무 잎은 가을이라

聾耳漸明歌管發 농이점명가관발

풍악 소리 울리니 먹은 귀가 점점 밝아져

他鄕聽樂摠堪愁 타향청악총감수

타향서 듣는 음악은 항상 시름을 참게 하네

 

 

청우(靑牛) : 도교에서 신선이 타고 다니는 소. 청우도사(靑牛道士)의 약칭으로 곧 도사(道士)를 뜻하기도 함. 여기서는 점필재 선생을 의미함.

자부선(紫府仙) : 자부는 도교에서 말하는 신선이 사는 곳을 말하며, 자부선은 자부의 신선들, 즉 여기서는 모여든 선비들을 의미한다.

 

남효온(南孝溫, 1454년~1492년)은 조선 전기의 문신이며, 스승인 김시습과 함께 생육신 중의 한 사람이다. 자는 백공(伯恭), 호는 추강(秋江), 행우(杏雨), 최락당(最樂堂), 벽사(碧沙)이다. 남효온은 홍유손, 정희량 등과 같이 점필재(佔畢齋) 김종직(金宗直)의 제자이며 동시에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의 제자였다. 김종직(金宗直)의 문하에서 김굉필(金宏弼) · 정여창(鄭汝昌) 등과 함께 수학했다.

그의 사후인 1504년 갑자사화 때 김종직(金宗直)의 문인이었다는 이유와, 현덕왕후(문종의 왕후, 단종의 생모)의 능인 소릉의 복위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부관참시 되었다. 이 시는 유랑 생활 중 스승인 점필재를 만나러 밀양에 들렀다가 같이 영남루에 올라 지은 시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