嶺南樓와 密陽

徐居正 密陽十景 ― 第五景, 第六景

-수헌- 2020. 11. 17. 18:15

第五景 / 羅峴積雪 제오경 / 나현적설

나현(羅峴)에 쌓인 눈

 

紅雲黯黯濃潑黑 홍운암암농발흑

붉은 구름이 먹물 뿌린 듯 어두워지더니

雪片飛飛大於席 설편비비대어석

눈송이가 펄펄 날려 천지에 크게 깔리네

天地中間一清氣 천지중간일청기

천지 가운데가 온통 맑은 기운에 덮힌듯

無有一片纖靄隔 무유일편섬애격

한조각도 없이 실같은 아지랑이에 가렸네

由來三白瑞豊年 유래삼백서풍년

예로부터 삼백은 풍년의 길조라 하는데

家家白玉千頃田 가가백옥천경전

모든 집의 천 이랑 전토가 백옥 같구나

遺蝗入地已千尺 유황입지이천척

메뚜기는 이미 천 자 땅속에 들었을 테니

明年應取禾百廛 명년응취화백전

명년에는 응당 백전의 벼를 거두겠구나

 

나현(羅峴) : 마흘리 고개, 부북면 제대리 한골마을과 무안면 마흘리 백안마을로 넘어가는 고개, 일명 날치고개

삼백(三白) : 음력 정월에 사흘 동안 내린 눈

遺蝗入地已千尺 : 볏 잎을 갉아먹는 메뚜기[蝗蟲]는 겨울에 땅속에 들어갔다 벼이삭 팰 무렵에 나오는데 눈이 많이 오면 너무 깊이 땅속에 들어가 나오지 못하는 수가 있다 한다.

소동파(蘇東坡)의 시에도 황충을 응당 천자 깊이 들어가게 하였으리 [蝗蟲入地應千尺]이라는 구절이 있다.

백전(百廛) : 전(廛)은 전답의 면적을 나타내는 단위이나 여기서 백전(百廛)은 많은 수확량을 말한다.

 

第六景 / 西郊修禊 제육경 / 서교수계

서교(西郊)에서 계를 치르다

 

春日可人溫似玉 춘일가인온사옥

봄날이 사람에 맞게 옥처럼 따뜻하니

西郊芳草細於織 서교방초세어직

서쪽 교외 방초도 실처럼 돋아 나네

滿郊花雨紅紛紛 만교화우홍분분

교외 가득 꽃비 어지러이 붉게 날리고

春波粼粼流水曲 춘파린린류수곡

봄 물결 맑게 흘려 유수곡을 울리네

鄉隣修禊簇如雲 향린수계족여운

마을에선 구름처럼 모여 계를 치르는데

飛觴轉急皆醺醺 비상전급개훈훈

술잔을 급히 돌려 모두 거나하게 취했네

風流不減永和春 풍류불감영화춘

풍류는 영화 연간의 봄보다 못지않건만

醉札誰似王右軍 취찰수사왕우군

취해 쓴 그 누구 글이 왕희지 글 같을까

 

서교(西郊) : 밀양읍성의 서쪽 교외(郊外)

유수곡(流水曲) ; 고산유수 ( 高山流水 ), 미묘한 음악을 형용하는 말.

중국 춘추시대 백아(伯牙)가 연주하는 고산곡(高山曲)유수곡(流水曲)을 아무도 몰라주는데 종자기(鍾子期)가 잘 이해하고 감상했다는 고사(故事)에서 유래한 말이다. 훗날 종자기가 죽자 자신의 거문고 곡을 알아주는(知音) 사람이 없다고 거문고 줄을 끊어 버렸다는 고사가 있다. 그래서 고산유수는 지기(知己)· 지음(知音)의 뜻으로도 쓰이고 있다. 전하여 교묘한 악곡을 고산 유수곡이라 한다.

영화춘(永和春) : 王羲之가 회계산에서 시계(詩契)를 마치고 술에 취한 채 천하제일 행서라 불리는 난정서 (蘭亭序)를 쓴 때가 永和九年 봄이었음.

왕우군(王右軍) : 中國 第一의 書道家 王羲之를 말함. 벼슬이 右軍將軍이었으므로 王右軍이라고도 불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