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拾遺 (습유)

春帖字大殿 (춘첩자대전) 外

-수헌- 2025. 1. 28. 11:03

春帖字大殿   춘첩자대전  

대전에 올린 춘첩자.

 

斗建灰吹管 두건회취관

북두성이 율관에서 재를 불어내니

冰消暖送寒 빙소난송한

따뜻하여 얼음 녹고 추위를 보내네

欲知春色早 욕지춘색조

일찍이 봄기운을 느껴보고 싶어서

須向彩花看 수향채화간

모름지기 고운 꽃을 보러 가는구나

 

※斗建灰吹管(두건회취관) : 두건(斗建)은 북두성의 자루에 해당하는 별인데, 두건이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 12월의 달[月]로 삼았다 한다. 회관(灰管)은 율관(律管)에 든 갈대 재를 말하는데, 이 갈대 재가 날리는 것을 보고 절기를 알았다 한다. 따라서 봄의 계절이 돌아왔음을 의미한다.

 

 

林巖兄家 聞絲竹而作 임암형가 문사죽이작

임암 형의 집에서 사죽을 듣고 지었다.  

 

小堂絲竹鼓風霆 소당사죽고풍정

작은 집에 사죽과 북소리 천둥처럼 울려서

沒馬塵埃耳暫醒 몰마진애이잠성

잠시 귀가 깨어나서 흙먼지에 말을 세웠네

却憶鍊光明月夜 각억연광명월야

문득 연광정의 달 밝은 밤을 생각해 보니

幾携聲妓醉高亭 기휴성기취고정

성기 데리고 높은 정자에서 몇 번 취했나

 

※絲竹(사죽) : 현악기와 관악기를 아울러 이르는 말.

※鍊光(연광) : 빛을 수련함. 기운을 수련함.

※聲妓(성기) : 소리를 잘하는 기생. 노래를 잘하는 기생. 가기(歌妓).

 

 

簡邀洞陰廣文柳詢之   간요동음광문류순지  

쪽지를 보내 동음의 광문 유순지를 초대하다.

 

獨酌滄洲鸚鵡杯 독작창주앵무배

창주에서 앵무배로 홀로 술을 마시니

八窻風日敞雲臺 팔창풍일창운대

운대 여덟 창에 바람 불고 해가 밝네

芝童桂苑侵星掃 지동계원침성소

지동이 계원에 떨어진 별을 쓸어내니

松子河車趁曉來 송자하차진효래

적송자의 물수레가 새벽을 따라 오네

 

※洞陰(동음) : 포천의 옛 이름.

※廣文(광문) : 당나라의 유명한 산수 화가인 정건(鄭虔). 미관말직의 신분으로 두보와 우정을 나눈 사이로서, 당 현종으로부터 시서화 삼절(詩書畵 三絶)이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柳詢之(유순지) : 조선 명종(明宗)~인조(仁祖) 때 경상도 관찰사, 한성부윤, 호조 참판 등을 역임한 문신 유영순(柳永詢). 자는 순지(詢之), 호는 졸암(拙庵) 북천(北川).

※滄洲(창주) : 물빛이 푸른 섬이란 뜻으로 은자(隱者)가 거처하는 곳을 의미한다.

※芝童(지동) : 신선이 부리는 아이[仙童]이라는 의미이다.

※赤松子(적송자) : 상고시대 신선의 이름이다.

 

 

贈安上人   증안상인  

안상인에게 주다

 

靑山昨日訪閑居 청산작일방한거

지난날 청산을 찾아 한가히 머물 적에

珍重沙彌說問余 진중사미설문여

사미가 진중하게 내게 말을 물은 것이

只隔一岑還不到 지격일잠환불도

돌아오지 못할 만큼 크게 멀어졌으나

五更春夢謾蘧蘧 오경춘몽만거거

오경의 봄 꿈처럼 남아 있는 듯하구나

 

※蘧蘧(거거) : 형상이 있는 듯한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