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곡(蓀谷)과 삼당시인(三唐詩人)

蓀谷과 孤竹 崔慶昌-望孤竹村莊(망고죽촌장)

-수헌- 2021. 2. 23. 15:32

孤竹崔慶昌(고죽 최경창, 1539~1583)이달(李達,1539년~1612년)과 동년배의 친구이며 백광훈과 함께 삼당시인으로 앞서 금대곡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서로를 믿고 아끼며 활동하였으나 손곡보다 30년이나 먼저 세상을 떴다. 이 시는 고죽이 세상을 떠난 5년 뒤 고죽의 무덤을 찾은 손곡이 고죽을 그리며 지은 시로 생각된다.

 

望孤竹村莊 망고죽촌장

고죽 무덤의 무성한 풀을 보며

 

遙望村莊漏滿巾 요망촌장루만건

무성한 풀 멀리 바라보며 눈물 수건 적시네

五年墳樹蔽荊榛 오년분수폐형진

오년 된 무덤에 가시덤불 무성하게 덮였구나

西州門外羊曇醉 서주문외양담취

양담이 취하여 서주 문 밖에 찾아오니

更有山陽笛裏人 갱유산양적리인

산양 옛집 피리소리 듣는 사람 또 있구나

 

羊曇(양담) : 晉(진) 나라 사람으로, 謝安(사안; 진나라의 명재상)이 생질인 그를 애지중지하였는데, 사안이 죽자, 양담은 그를 사모하여서 평소 거주하던 西州(서주)쪽 길은 지나다니지도 않다가 어느 날 만취하여 무의식 중에 노래를 부르면서 서주 성문에 이르렀는데, 누가 서주 성문이라고 일러주자  "살아서는 으리으리한 집에 살다가 죽어서는 산언덕에 묻혔구나."라는 子建(조자건)의 시를 읊고 통곡하며 떠났다 한다.

[※ 조자건(曺子建):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曹操)의 둘째 아들 조식(曹植). 子建은 조식(曹植)의 자(字)이다.]

山陽(산양) : 옛날에 친구와 함께 놀던 곳을 말한다. 魏晉(위진)의 죽림칠현(竹林七賢)이 모여서 노닐었던 혜강(嵇康)의 우거(寓居)로, 向秀(향수: 죽림칠현의 한 사람)가 산양의 옛 집을 지나다가 누군가의 피리 소리를 듣고 옛 일을 그리워하며 친구 嵇康(혜강)과 呂安(여안; 죽림칠현의 한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는 思舊賦(사구부)를 지었다 한다.

[※ 실제 고죽 최경창도 피리를 잘 불어 17세 때에 을묘왜란으로 왜구를 만나자, 퉁소를 구슬피 불어 왜구들을 향수에 젖게 하여 물리쳤다는 일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