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곡(蓀谷)과 삼당시인(三唐詩人)

長信宮四時詞 -李達

-수헌- 2020. 12. 1. 20:08

이번에는 손곡 이달(蓀谷 李達)의 장신궁 사시사(長信宮四時詞)를 소개 한다. 사시사(四時詞)는 사계절의 변화에 따른 풍습이나 풍경을 노래한 시인데, 특별히 장신궁(長信宮)의 사시 풍경을 노래한 것이 이채롭다. 장신궁(長信宮)은 중국 한나라의 궁전인데 장락궁(長樂宮) 안에 있었으며, 주로 태후(太后)가 살았다 한다. 전하여 태후가 거처하는 궁을 말하기도 하는데 손곡의 시에 권력에서 밀려나고 자식인 군왕도 잘 찾지 않는 쓸쓸한 모습의 사시(四時) 풍경이 잘 묘사되어 있다.

 

長信宮四時詞1 장신궁사시사1 <春> -李達(이달)

 

別院無人楊柳齊 별원무인양류제

별원엔 사람 없이 버드나무만 늘어졌고

早衙初散戟門西 조아초산극문서

극문 서쪽 이른 관아는 조용히 한가롭네

畫梁東角雙飛燕 화량동각쌍비연

들보 동쪽 모서리에 제비 한 쌍 날더니

依舊春風覓故棲 의구춘풍멱고서

봄바람에 옛날처럼 옛 둥지를 찾아드네

극문(戟門) : 궁문(宮門) 또는 삼품(三品) 이상 되는 높은 관리의 집에 극(戟 : 창)을 세워놓은 문.

 

長信宮四時詞2 장신궁사시사2 <夏> -李達(이달)

 

龍輿新幸建章宫 룡여신행건장궁

용여가 건장궁으로 새로이 거동하니

十部笙歌後苑中 십부생가후원중

후원 안에서 십 부의 생황 노래 들리네

深院綠苔人不見 심원록태인불견

이끼 낀 깊은 뜰에 사람이 보이지 않고,

石榴花映曲闌東 석류화영곡란동

석류꽃 빛만 굽은 난간 동쪽에 비치네.

건장궁(建章宮) : 한무제(漢武帝)가 지은 궁전 이름. 장안현(長安縣)에 있는데, 천문만호(千門萬戶)가 될 정도로 규모를 크게 지었다고 한다. 전하여 궁궐을 일컫는 말.

 

長信宮四時詞3 장신궁사시사3 <秋> -李達(이달)

 

玉蟲銷盡暗缸花 옥충소진암항화 

등불 심지 사그라지니 꽃 항아리도 어둡고

六曲金屛倚彩霞 륙곡금병의채하

여섯 폭 금빛 병풍 고운 노을에 기대었네

一夜西宫風雨急 일야서궁풍우급

밤새도록 서궁에 세찬 비 바람 불어오니

滿庭紅葉曉來多 만정홍엽효래다

새벽에 단풍잎 떨어져 온 뜰에 가득하네.

옥충(玉蟲) : 등화(登花), 불 심지가 타서 맺힌 불똥.

 

 

長信宮四時詞4 장신궁사시사4 <冬> -李達(이달)

 

苑樹寒鴉凍不飛 원수한아동불비

동산 숲의 겨울 까마귀 추워 날지 못하고

玉爐添炷篆煙霏 옥로첨주전연비

옥로에 향을 사르니 연기 자욱히 오르네.

君王早御通明殿 군왕조어통명전

임금이 일찌감치 통명전으로 행차하려 하니

宮女催呼進尙衣 궁녀최호진상의

궁녀들은 상의에 나가 재촉하여 부르네.

상의(尙衣) : 의복(衣服)을 맡은 사람이나 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