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곡(蓀谷)과 삼당시인(三唐詩人)

效崔國輔體四時 효최국보체사시

-수헌- 2021. 5. 26. 14:26

 

번에는 손곡(蓀谷) 李達(이달)效崔國輔體四時(효최국보체사시)라는 시를 감상한다. 최국보체 사시를 본받아 지은 시라는 뜻인데, 고죽 최경창(孤竹 崔慶昌), 옥봉 백광훈(玉峯 白光勳)과 같이 삼당시인(三唐詩人)으로 불리던 손곡은 당나라 시인으로 유명한 최국보의 시를 좋아했던 것 같다.

최국보(崔國輔)는 당조(唐朝)때 시인으로 생몰연대 및 자호(字號)는 분명치 않으며, 여인의 정한(情恨)을 즐겨 노래했다 한다. 화려하고도 환상적인 최국보의 시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여, 오랫동안 많은 시인들이 이를 모방하여지었으며, 손곡 이달은 물론 그의 제자인 허난설헌(許蘭雪軒)의 작품에도 최국보의 시를 모방한 작품이 다수 보인다.

效崔國輔體四時 효최국보체사시

최국보체 사시를 본받아

 

曉色珊瑚薦 효색산호천

새벽빛은 산호를 깔아 놓은 듯 해

春寒翡翠簾 춘한비취렴

봄추위가 비췻빛 발로 들어오네

歸來百花裏 귀래백화리

온갖 꽃들 속으로 돌아오니

香露滿衣霑 향로만의점

향기로운 이슬이 옷을 가득 적시네.

 

露濕薔薇架 노습장미가

시렁 위 장미에 이슬 맺히고

香凝荳蔲花 향응두구화

두구 꽃에는 향기가 엉기네

銀床夏日永 은상하일영

여름 해는 길어 은빛 평상에서

金井索浮瓜 금정색부과

금정에 뜬 오이를 찾아 올리네.

 

※荳蔲(두구) : 肉荳蔲(육두구)의 준말이다. 육두구는 한방에서는 소화, 지사제로 쓰이고, 서양에서는 향신료로 쓰인다.

 

玉階霜氣寒 옥계상기한

궁궐 섬돌엔 이슬 기운 차갑고

金閣疏螢度 금각소형도

금빛 전각엔 반딧불 넘나드네

靜夜闃無人 정야격무인

조용한 밤 인적 없어 고요한데

梧桐滴淸露 오동적청로

오동나무에 맑은 이슬 맺혔네

 

繡幕怯寒威 수막겁한위

비단 장막 치고도 추위가 두려워

金屛護鸚鵡 금병호앵무

금빛 병풍으로 앵무새를 감쌌네

窓間覔侍兒 창간멱시아

창틈으로 시중드는 아이 찾으니

寶篆生香縷 보전생향루

보배 향로에 실향이 피어오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