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七言絶句(칠언절구)

重陽日聞彈琴次金士亨復 (중양일문단금차김사형복) 外

-수헌- 2025. 1. 26. 13:33

重陽日聞彈琴次金士亨復 중양일문단금차김사형복

중양절에 거문고 소리를 듣고 김사형의 시를 차운하여

 

黃花獨笑重陽日 황화독소중양절

누런 국화는 홀로 중양일에 피어나고

白鴈偏驚瀚海秋 백안편경한해추

흰기러기는 한해의 가을에 깜짝 놀라네

莫托瑤琴彈別鶴 막타요금탄별학

아름다운 거문고 잡고 별학은 연주 말게

遠人猶有未歸愁 원인유유미귀수

멀리 온 나그네 고향 못 가는 설움 있으니

 

※瀚海(한해) : 넓은 바다란 뜻이나 중국에서는 북해(北海)라는 의미가 있다. 전하여 북쪽에 있는 사막 즉 고비사막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먼 북쪽 지방의 뜻으로 사용된 듯.

※別鶴(별학) : 악부(樂府) 금곡(琴曲)의 이름으로, 목자(牧子)란 사람이 장가든 지 5년이 되도록 자식이 없어 그의 부형(父兄)이 그를 다시 장가들이려 하자, 그의 아내가 슬피 울자, 목자가 그 소리를 듣고 슬퍼서 거문고를 가져다가 노래한 것을 악장(樂章)으로 만든 것이라 한다.

 

 

 

奉先住持天則惠紙走筆謝用前韻  

봉선주지천측혜지주필사용전운

봉선사 주지 천측 스님이 종이를 보냈기에 앞의 운을 차운하여 급히 지어 사례하다.

 

天禪知我飽淸閑 천선지아포청한

천측스님이 내가 지겹도록 한가함을 알고

白雪花牋寄客還 백설화전기객환

백설 같은 화선지를 손님 통해 보내왔네

回首淸溪歸去路 회수청계귀거로

생각해 보니 맑은 시냇가 길로 돌아가서

灑翰模寫幾雲山 쇄한모사기운산

붓 휘둘러 얼마나 많은 시를 적어야 하나

 

 

寄徐鎭之  기서진지  

서진지에게 부치다

 

登山盡處觀天極 등산진처관천극

산꼭대기에 올라 하늘 끝을 보았고

涉海窮時見月宮 섭해궁시견월궁

바다 다 건넜을 때 월궁을 보았네

天根月窟閑來往 천근월굴한래왕

천근과 월굴을 한가로이 왕래하며

爲我參尋無極翁 위아삼심무극옹

나를 위하여 무극옹을 찾아가네

 

※徐鎭之(서진지) : 조선 전기 예조 상훈 함경도 도사 사예 등을 역임한 문신 서엄(徐崦, 1529~1573). 자는 진지(鎭之), 호는 춘헌(春軒).

※天根月窟(천근월굴) : 중국 송나라 시인 소강절(邵康節)의 시에 나오는 문장으로 천근은 하늘의 끝을 말하고, 월굴은 전설상 달 속에 있다는 굴을 말한다. 음양의 변화와 조화를 뜻한다.

※無極翁(무극옹) : 무극은 천지가 생기기 이전의 상태이다. 따라서 무극옹은 천지가 생기기 이전의 노인, 조물주(造物主)를 말한다.

 

 

洞陰山亭次休齋  동음산정차휴재 

동음산 정자에서 휴재의 시를 차운하여

 

剖決如飛凡案間 부결여비범안간

책상 위의 공사를 나는 듯이 처결하고

風流太守剩偸閑 풍류태수잉투한

태수는 한가로이 남은 풍류를 즐기네

飄然怳人將軍洞 표연황인장군동

장군동이 표연히 사람을 황홀하게 하니

媿乏淸詩賦石欄 괴핍청시부석란

돌난간에 맑은 시가 없어 부끄러워지네

 

鷰語山堂白日斜 연어산당백일사

제비 지저귀는 산 집에 해는 기우는데

綠楊紅杏競詔華 녹양홍행경조화

푸른 버들 붉은 살구꽃 봄빛을 다투네

況痾未遂躬參拜 황아미수궁삼배

하물며 병 때문에 몸을 굽히지 못하니

尺地何嫌枉見過 척지하혐왕견과

지척에서 잘못 보고 지나치면 어찌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