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七言絶句(칠언절구)

簡寄弟應舉應龍 (간기제응거응룡) 外

-수헌- 2025. 1. 26. 15:04

簡寄弟應舉應龍  간기제응거응룡 

아우 응거와 응룡에게 편지를 부치며

 

胡馬戀風驤北首 호마연풍양북수

오랑캐 말 고향 그리워 북으로 머리 돌리고

越禽懷土向南飛 월금회토향남비

월나라 새는 고향 생각 나 남으로 날아가네

物猶如此人何耐 물유여차인하내

만물이 이러한데 사람이야 어찌 견디랴

春草年年歸未歸 춘초연연귀미귀

봄풀은 해마다 돋는데 가고파도 못 가네

 

 

淵頭次如丘韻  연두차여구운  

연못가에서 여구의 시에 차운하여

 

黃經坐誤下淸平 황경좌오하청평

황정경을 잘못 읽어 청평으로 내려왔고

狂客高吟到四明 광객고음도사명

광객은 고상하게 읊어 사명산에 이르렀네

暫借長風乘破浪 잠차장풍승파랑

잠시 장풍을 빌어 물결을 타고 올라가서

碧雲千里恣天行 벽운천리자천행

푸른 구름 천리 하늘 마음껏 다니려 하네

 

※黃經坐誤下淸平(황경좌오하청평) : 황경(黃經)은 도교의 경전 황정경(黃庭經)을 말한다. 당나라 시인 하지장(賀知章)이 이백(李白)의 시를 보고 자네는 천상에서 인간으로 귀양 온 신선[謫仙]이라고 격찬했었다. 청평(淸平)은 악부(樂府)의 제목인 청평조(淸平調)를 말하는데, 당 현종(唐玄宗)이 양귀비(楊貴妃)와 노닐면서 이백(李白)에게 그 정경을 노래하게 하여 지어 바친 청평조사 3수(淸平調詞三首)와 관련된 표현이다. 소식(蘇軾)의 시 부용성(芙蓉城)에도 ‘삼세를 왕래하면서도 단련을 헛되이 하여 결국은 황정경을 잘못 읽고 말았네. [往來三世空鍊形 竟坐誤讀黃庭經]’ 라는 표현이 나온다.

※狂客高吟到四明(광객고음도사명) : 당나라 시인 하지장(賀知章)이 만년에 은퇴하여 고향인 오중(吳中)의 절강성 소산(蕭山)에 있는 사명산(四明山)에 돌아와 사명광객(四明狂客)이라 자호한 것을 일컫는 듯하다.   

 

 

尹加平見我望國山時明日作七絶余適受還職牒故三叫走次其韻

윤가평견아성국산시명일작칠절여적수환직첩고삼규주차기운

윤 가평이 망국산에서 나를 보았을 때 다음날 칠언절구를 지었는데, 나는 마침 다시 직첩을 받았기에 세 번 외치고 차운하였다.

 

望國山頭望白雲 망국산두망백운

망국산 꼭대기에서 흰 구름 바라보니

風吹心眼政南犇 풍취심안정남분

심안이 남으로 달리도록 바람이 부네

天書忽下雙龍闕 천서홀하쌍룡궐

갑자기 천서가 쌍룡궐에서 내려오니

龜綬應參五鳳門 구수응삼오봉문

거북 인수를 차고 오봉문에 참여하리

 

※望國山(망국산) : 경기도 포천(包川) 가평(加平) 인근의 산 이름.

※職牒(직첩) : 예전에, 조정에서 내리는 벼슬아치의 임명 사령서.

※心眼(심안) : 사물을 주의하여 잘 살피고 식별하는 능력.

※天書(천서) : 하늘의 계시를 적은 책. 또는 고대(古代) 황제의 조서(詔書). 여기서는 임금이 내린 직첩(職牒)을 뜻한다.

※龜綬(귀수) : 거북 모양의 관인(官印)과 관인을 매어 허리에 차는 인끈.

 

 

除夜用古韻  제야용고운  

제야에 고시의 운을 사용하여

 

坐除今夜不成眠 좌제금야불성면

오늘 제야에 앉아서 잠 못 이루며

喜祝君親意斷然 희축군친의단연

분명한 마음으로 군친을 축원했네

却將來歲爲今歲 각장래세위금세

장차 오는 해도 올해처럼 이루어져

經過千年作一年 경과천년작일년

천년을 지냄이 일 년처럼 되게 하소서

 

 

自得  자득 

스스로 터득하다.

丈岳舟長 網漁于嘉鬱浦而無包人 共興嗟有作

장악주장 망어우가울포이무포인 공흥차유작

장악의 긴 배가 그물로 가울포에서 고기를 잡았는데, 살 사람이 없어 함께 탄식하며 지었다.

 

魚龍不入虛舟網 어룡불입허주망

어룡이 잡히지 않아 배의 그물이 비었는데

鷗鷺相親大釣磯 구로상친대조기

갈매기와 해오라기만 낚시터에서 친해졌네

此日天機皆自得 차일천기개자득

오늘에야 천기를 모두 스스로 터득하였으니

好將風月咏而歸 호장풍월영이귀

좋아하는 풍월을 읊조리면서 돌아가려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