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七言絶句(칠언절구)

不見 (불견) 外

-수헌- 2025. 1. 26. 13:25

不見  불견  

보지 못하여

 

不見年年長不見 불견연연장불견

해마다 보지 못해 오래도록 못 보니

相思日日重相思 상사일일중상사

그리워라 날마다 더더욱 그리워라

長相思處長相見 장상사처장상견

오래 그리던 사람 항상 볼 수만 있다면

何恨人間有別離 하한인간유별리

인간에게 이별 있음을 어찌 한탄하랴

 

 

蓮  연  

紅衣翠盖自精神 홍의취개자정신

붉은 옷 푸른 일산 본래의 정신으로

挺出淤泥不染塵 정출어니불염진

진흙에서 나왔어도 티끌에 물들지 않았네

世間深愛誰同我 세간심애수동아

세속에서 그 누가 나처럼 사랑할까

如對光風霽月人 여대광풍제월인

뛰어나고 인품 있는 사람을 대한 듯하네

 

※광풍제월(光風霽月) : 마음이 넓고 쾌활해 아무 거리낌이 없는 뛰어난 인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송나라의 시인 황정견이 역시 송대의 철학자 주돈이(周敦頤)의 인품을 평한 데서 유래한다.

 

 

陽德縣監趙文國挽詞二首  양덕현감조문국만사이수

양덕 현감 조문국의 만사 이수  

 

伯道無兒君有後 백도무아군유후

백도는 아들이 없었는데 그대는 있으며

顔回夭折子中期 안회요절자중기

안자는 요절해도 그대는 백세를 살았네

薤歌一挽東流水 해가일만동류수

한가락의 만가는 동류수로 흘러가니

忍讀前山墮淚碑 인독전산타루비

앞산의 타루비를 참아가며 읽는구나

 

曾聞善政稱西土 증문선정칭서토

일찍 듣기로 서토에서 선정을 펼쳤는데

忽見靈車向北邙 홀견령차향북망

홀연히 북망으로 가는 상여를 보는구나

千古夜堂無晩日 천고야당무만일

천고의 어두운 집에 석양마저 없어지니

覺來何處說黃梁 각래하처설황량

어디서 깨어나서 황량몽을 이야기 할까

 

※伯道無兒(백도무아) : 백도(伯道)는 진(晉)나라 등유(鄧攸)의 자이다. 그는 특히 효성과 선정으로 유명한데, 난리를 만나 아들과 일찍 죽은 동생의 아들(조카)를 데리고 피난 가던 중 둘 다 데리고 갈 수 없게 되자 자기 아들을 버리고 조카만 데리고 갔는데, 이후에도 아들을 두지 못했다 한다.

※薤歌(해가) : 만가(輓歌). 상여가 나갈 때 부르는 노래. 해(薤)는 부추인데, 人生은 부추 잎에 맺힌 이슬처럼 덧없이 사라진다는 뜻에서 유래한 말이다.

※墮淚碑(타루비) : 양호(羊祜)가 양양을 다스릴 때 선정을 베풀어서 그가 죽은 후 백성들이 공덕을 기려 산 위에 사당과 비석을 세우고 제사를 지냈는데, 비석을 보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자 없었다 하여 타루비(墮淚碑)라고 불렀다. 여기서는 조문국의 선정비를 의미한다.

※黃梁(황량) : 인생과 영화의 덧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 황량몽(黃粱夢)을 말한다. 황량은 누런 기장을 말하는데, 당 현종(唐玄宗) 때 매우 가난한 노생(盧生)이란 젊은이가 한단(邯鄲)의 객사에서 여옹(呂翁)이란 도사를 만나 그가 준 요술 베개를 베고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그 베갯속으로 들어가 자기가 평소에 동경하던 온갖 부귀영화를 다 누리고 꿈을 깨보니, 객사의 주인이 짓고 있던 누런 기장밥[黃粱]이 아직 익지 않았다고 한다.

 

 

 

哭南施伯  곡남시백  

남시백을 곡하다.

 

蓋世風流獨世君 개세풍류독세군

풍류로 뒤덮인 세상에서 홀로 군자였으니

水秋心性謝陶文 수추심성사도문

심성은 가을 물이요 문장은 사도와 같았네

靑春先作松喬去 청춘선작송교거

청춘에 먼저 송교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니

應笑塵人禮白雲 응소진인례백운

속세 사람들이 흰 구름에 절하며 웃으리라

 

灔灔深杯不飮何 염염심배불음하

잔에 가득한 술을 어찌 마시지 않으리

永思平昔淚飜河 영사평석루번하

옛일을 생각하니 눈물이 강처럼 솟네

傷心斷盡四腸曲 상심단진사장곡

아픈 마음에 창자가 모두 끊어지는 듯

忍聽傍人薤露歌 인청방인해로가

차마 상여꾼의 상여소리 듣지 못하겠네

 

※南施伯(남시백) : 조선 명종(明宗) 때의 유학자 남맹하(南孟夏). 자는 시백(施伯). 호는 동곽거사(東郭居士).

※世君(세군) : 세상을 숨어 사는 군자.

※謝陶(사도) : 사령운(謝靈運)과 도연명(陶淵明). 사령운(謝靈運)은 중국 6조 시대의 문인으로 자연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靑春先作松喬去(청춘선작송교거) : 송교(松喬)는 전설속의 선인(仙人)인 적송자(赤松子)와 왕자교(王子喬)를 말한다. 둘 다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 하니, 일찍 죽어 신선이 되었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