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菊 (국) - 權韠 (권필)

-수헌- 2024. 10. 14. 14:34

菊   국     權韠   권필 

 

菊 국

국화여

菊 국

국화여

左梅  좌매

왼쪽에는 매화 두고

右竹  우죽

오른쪽에 대를 두고

結芳盟 결방맹

아름다운 맹약을 맺어서

超濁俗 초탁속

혼탁한 세속을 초탈했지

黃葩散金 황파산금

노란 꽃은 금을 뿌린 듯하고

素蘂雕玉 소예조옥

흰 꽃술은 옥을 새긴 듯하네

秋露浥偏寒 추로읍편한

가을 이슬에 젖어 매우 차갑고

曉風吹自馥 효풍취자복

새벽바람 부니 절로 향기롭구나

結根不合汚卑 결근부합오비

더러운 땅에는 뿌리내리지 않으니

稟性元宜幽獨 품성원의유독

품성은 원래 홀로 그윽함이 맞구나

冷雨晴來葉更繁 냉우청래엽경번

싸늘한 비 개이니 잎은 더욱 우거지고

嚴霜降後枝猶綠 엄상강후지유록

된서리 내린 뒤 가지는 오히려 푸르네

汎濁醪而陶遠世情 범탁료이도원세정

도연명은 탁주에 띄워 속세의 정을 멀리했고

餐落英而屈修初服 찬락영이굴수초복

굴원은 떨어진 꽃잎 먹으며 초복을 손질했네

不論唐昌玉蘂自盈盈 불론당창옥예자영영

당창의 옥예처럼 스스로 예쁜 것은 말할 것 없고

肯數玄都桃花紅蔌蔌 긍수현도도화홍속속

붉게 우수수 지는 현도의 복사꽃과 어찌 비할까

借問山家風致何處難忘 차문산가풍치하처난망

산가의 풍치 중에 어느 것이 잊기 어려운가 물으니

最是重陽佳節白酒初熟 최시중양가절백주초숙

무엇보다 백주가 막 익기 시작하는 중양가절이라네

 

※汎濁醪而陶遠世情(범탁료이도원세정) : 도연명(陶淵明)의 잡시(雜詩)에 ‘빛이 좋은 가을 국화가 있어, 이슬 젖은 그 꽃잎을 따서 이 꽃잎을 망우물에 띄우니 속세를 버린 나의 정 더 멀게 하네. [秋菊有佳色 裛露掇其英 汎此忘憂物 遠我遺世情]’ 한 것을 인용하였다. 망우물은 근심을 잊게 하는 것으로 술의 이칭이다.

 

※餐落英而屈修初服(찬락영이굴수초복) : 굴원(屈原)의 이소(離騷)에 ‘아침에는 목란에 떨어지는 이슬 마시고, 저녁에는 가을 국화의 지는 꽃잎을 먹는다. [朝飮木蘭之墜露兮 夕餐秋菊之落英]’ 하고, ‘나아가도 말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화만 당할 것이니, 물러나 나의 초복을 다시 손질하리라. [進不入以離尤兮 退將復脩吾初服]’ 하였다. 초복이란 벼슬에 나오기 전 은자(隱者)로서 입던 옷차림을 가리킨다. 이는 은거하겠다는 의미이다.

 

※唐昌玉蘂(당창옥예) : 당창(唐昌)은 당창관(唐昌觀)으로 도교(道敎) 사원(寺院)의 이름이다. 이곳에 현종(玄宗)의 딸인 당창공주(唐昌公主)가 심은 옥예화(玉蘂花)라는 꽃이 있었다고 한다.

 

※肯數玄都桃花紅蔌蔌(긍수현도도화홍속속) : 현도(玄都)는 현도관(玄都觀)으로 당나라 때 장안에 도교(道敎) 사원(寺院)의 이름이다. 유우석(劉禹錫)이 낭주 사마(朗州司馬)로 좌천되었다가 돌아오니 현도관에 복숭아나무가 가득하고 꽃이 만발해 있었다 한다. 당나라 원진(元稹)의 연창궁사(連昌宮詞)에 ‘또 담장 가에 천엽도가 있으니, 바람이 불자 낙화가 붉게 우수수 진다. [又有牆頭千葉桃 風動落花紅蔌蔌]’ 하였다.

 

*권필(權韠,1569~1612) : 조선시대 석주집(石洲集)을 저술한 시인. 자는 여장(汝章), 호는 석주(石洲). 성격이 자유분방하고 구속받기 싫어하여 벼슬하지 않은 채 야인으로 일생을 마쳤으며, 강화 오천(五川) 가에 초당을 짓고 칩거하며 많은 유생을 가르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