苦熱行 贈金翼之 고열행 증김익지 權近 권근
무더위 노래. 김익지에게 주다.
彤雲浮天大如車 동운부천대여거
수레처럼 큰 붉은 구름이 하늘에 떠 있고
燭龍吐焰焚長虛 촉룡토염분장허
촉룡은 불꽃을 길게 뿜어 허공을 불태우네
微陰隱伏九地底 미음은복구지저
미약한 음기는 땅속에 엎드려서 숨어 있고
祝融熒惑相騰拏 축융형혹상등나
축융과 형혹은 서로 손을 잡고 날뛰는구나
烈威赫赫山岳焦 열위혁혁산악초
이글거리는 세찬 위력에 산악이 말라 타니
萬類銷鑠無遺餘 만류소삭무유여
온갖 만물이 씨조차 남김없이 다 녹는구나
慵軀支墜不自持 용구지추부자지
게으른 몸을 가누지 못하고 축 늘어져서
竹簟大臥增欷歔 죽점대와증희허
대자리에 드러누워 가쁜 숨만 몰아쉬네
松山故人憐我病 송산고인련아병
송산의 오랜 벗들이 내 고통을 염려하여
期遊紫霞飛素書 기유자하비소서
자하동에 놀이 가자고 편지를 보내왔네
開緘宛見泉洞幽 개함완견천동유
열어보니 그윽한 샘 골짜기가 보이는 듯
淸風颯爾吹襟裾 청풍삽이취금거
그대 옷깃에서 맑은 바람이 부는 듯하네
行尋石逕蹯松陰 행심석경번송음
돌길 짐승 발자국 따라 솔 그늘 찾아가니
飛泉切切鳴瓊琚 비천절절명경거
떨어지는 샘물 소리가 옥소리처럼 울리네
臨流露脚發孤嘯 임류노각발고소
흐르는 물에 발 담그고 외로이 읊조리니
直疑夢覺身蘧蘧 직의몽각신거거
내 몸이 꿈에서 깨어난 듯 의기양양하네
故人顧我雙眼靑 고인고아쌍안청
옛 벗들이 나를 돌아보며 반갑게 맞으며
粲然一笑何軒渠 찬연일소하헌거
찬연히 함께 웃으니 그 얼마나 유쾌한가
玉杯載酒浮水面 옥배재주부수면
옥 술잔에 술 담아서 물 위에 띄워놓고
野膳狼藉兼山蔬 야선낭자겸산소
고기 안주 푸짐하고 산나물도 어울렸네
林深盡日不見人 임심진일부견인
숲이 깊어 온종일 사람은 보이지 않는데
俯歎身世仍踟躇 부탄신세잉지저
발걸음 머뭇거리며 굽어 신세 한탄하네
吁嗟南畝氓 우차남무맹
탄식하며 남쪽 들녘 백성들을 보니
卒歲常拮据 졸세상길거
한해 다 가도록 늘 일에 파묻혔네
手背龜拆田起塵 수배균탁전기진
밭 먼지를 일으키며 손등이 갈라 터져도
服勞望秋動耰鋤 복로망추동우서
가을을 기다리며 쟁기 호미를 움직이네
繅絲身不衣 소사신불의
명주 실을 잣아도 몸에 비단옷 못 입고
養苗口不茹 양묘구불여
곡식을 가꾸어도 입에 들어가지 못하니
安得大翼揷兩脅 안득대익삽양협
어떻게 하면 두 겨드랑에 날개를 달아서
飛上天門叫當宁 비상천문규당저
천문을 날아올라 임금님께 부르짖어서
霈然下膏澤 패연하고택
두터운 은택이 흠뻑 내려서
復使元元蘇 부사원원소
백성들의 소생을 다시 볼 수 있을까
※燭龍(촉룡) : 전설에 계절이나 기후와 같은 대자연의 섭리를 주관하는 신. 즉, 사계절이 제대로 돌아가고 각각의 계절에 알맞은 기후가 되도록 세상의 질서를 지켜보는 신이다. 촉룡(燭龍)이 크게 입을 벌리고 강하게 숨을 내쉬면 세상은 찬 기운에 싸여 겨울이 되고 커다란 목소리를 내면 열기가 일어나 여름이 찾아온다고 한다.
※祝融(축융) : 중국의 옛 전설에 나오는 불을 맡은 신인 화신(火神)을 말한다.
※熒惑(형혹) : 화성(火星)을 말하는데, 역시 화신(火神)을 말한다.
※軒渠(헌거) : 유쾌하게 웃는 모양
※野膳(야선) : 사냥한 짐승을 가리키는데, 고기 안주라는 의미로 쓰였다.
*권근(權近,1352~1409) : 조선 전기 중추원사, 정당문학, 대사헌 등을 역임한 문신. 학자. 초명은 권진(權晉), 자는 가원(可遠)·사숙(思叔), 호는 양촌(陽村) 소오자(小烏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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