嶺南樓와 密陽

登密陽嶺南樓 (등밀양영남루) - 任相元 (임상원)

-수헌- 2023. 12. 5. 11:25

登密陽嶺南樓   등밀양영남루     任相元 임상원 

밀양 영남루에 올라

 

海天南豁大荒頭 해천남활대황두

남쪽에 드넓게 트인 넓은 하늘 꼭대기에

嶺表今登第一樓 영표금등제일루

영남 제일로 알려진 누각에 지금 오르니

塵裏碧紗爭歲月 진리벽사쟁세월

먼지 속의 벽사롱이 세월을 다투듯 하고

檻前蒼籜自春秋 함전창탁자춘추

난간 앞 푸른 대에서 절로 세월을 느끼네

雲開蜃氣靑相閃 운개신기청상섬

구름 걷히니 아지랑이 푸르게 번쩍이고

雨霽龍鱗翠欲流 우제용린취욕류

비 개이니 담쟁이덩굴에 푸른빛이 흐르네

盡日倚欄慵上馬 진일의란용상마

상마도 내키지 않아 종일 난간에 기대니

不論非土可淹留 불론비토가엄류

머물 수 있는 땅 아니라고 따지지 말게

 

※碧紗籠(벽사롱) : 귀인과 명사가 지어 벽에 걸어 놓은 시문을 먼지가 덮이지 않도록 현판에 씌워놓은 사포(紗布)를 말한다. 당나라의 왕파(王播)가 어린 시절 가난하여 양주(揚州) 목란원(木蘭院)에서 잿밥을 얻어먹고 살았는데, 중들이 싫어했다. 20년 뒤에 왕파가 양주태수가 되어 목란원에서 옛날 지은 시를 찾아보니 중들이 그 글을 소중히 대우하여 푸른 비단으로 감싸놓았다. 그래서 왕파가 ‘이십 년 동안 표면에 먼지가 끼었는데, 지금에야 비로소 벽사롱을 얻었구나.〔二十年來塵撲面 而今始得碧紗籠〕’ 라고 하였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上馬(상마) : 말에 올라 길을 떠나는 일.

 

*임상원(任相元,1638∼1697) : 조선후기 우참찬, 한성부판윤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공보(公輔), 호는 염헌(恬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