嶺南樓와 密陽

密陽嶺南樓 (밀양 영남루) - 金弘郁 (김홍욱)

-수헌- 2023. 11. 13. 17:17

密陽嶺南樓   밀양 영남루     金弘郁  김홍욱

十丈蒼屛俯碧灣 십장창병부벽만

열 길 푸른 병풍이 푸른 물굽이에 누웠고

高樓飛出水雲間 고루비출수운간

높은 누각 물과 구름 사이 날아갈 듯하네

要衝官路城池壯 요충관로성지장

관로의 요충지에 성의 해자도 웅장하고

防禦營門日月閒 방어영문일월한

방어하는 영문에는 해와 달도 한가하구나

地產燕秦千樹栗 지산연진천수률

지산물인 밤나무는 연진처럼 자랑거리고

天連吳楚萬重山 천련오초만중산

만첩청산이 오초의 하늘에 닿았구나

窮秋遠客登臨處 궁추원객등림처

가을 끝자락 먼 길 온 나그네가 올라보니

把酒何妨一破顏 파주하방일파안

술잔 잡고 한번 크게 웃는 들 어떠하랴

 

※燕秦千樹栗(연진천수률) : 사기(史記) 화식열전(貨殖列傳)에 ‘연나라와 진나라는 천 그루의 밤나무를 자랑한다, [燕秦千樹栗]’는 글이 있다.

영남루 옆의 무봉사(舞鳳寺)는 신라시대 때 법조선사가 영남사(嶺南寺; 현재 영남루 자리에 있던 절)에 주석하다 대낮에 큰 봉황새가 춤을 추며 이곳으로 날아와 앉아 상서로운 성지라 하며 법계로 삼았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그래서 무봉사와 마주 보고 있는 강 건너편(지금의 삼문동)에는 봉황이 알을 낳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밤나무를 심어 가려 주었으며, 아침저녁으로 무봉사에서 범종을 울려 봉황을 날게 하였다 한다. 그래서 밀양 풍경이나 영남루를 노래한 시문에는 밤밭이 자주 등장한다.

 

 

*김홍욱(金弘郁,1602∼1654) : 조선후기 강옥사건과 관련된 문신. 자는 문숙(文叔), 호는 학주(鶴洲). 당진현감, 이조좌랑을 지냈다.